마스크 5부제는 문재인표 사회주의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종로5가 인근 한 약국에서 시민이 공적 마스크 구매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면 월요일, 2와 7이면 화요일, 3과 8이면 수요일, 4와 9이면 목요일, 5와 0이면 금요일에 마스크를 살 수 있다. 2020.3.10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마스크 5부제를 두고 사회주의를 도입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마스크 5부제에 덧씌워진 사회주의 주장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주사파, 사회주의·공산주의 정권인 양 몰아가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것처럼 활용되는 모양새다. 언론과 유튜버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 하자, 정부가 사회주의식 땜질 처방이라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민심을 자극하는 중이다. 

 

한국은 욕먹고 대만은 칭찬받는 마스크 수급정책 

빨아쓰는 북한도 비교 대상이라니 

권혁부 전 KBS 이사는 9일 김문수TV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우한폐렴 방역 실패는 계획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마스크의 제조와 유통, 판매, 관리까지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마스크 하나 공급하지 못해 국민 여론이 들끓자, 기상천외의 마스크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혁부 씨는 마스크 5부제를 비판하면서도 그 시행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잘못된 설명을 이어갔다. "출생연도 끝자리 1과 6은 1일, 6일, 11일, 16일 등에 마스크 구입이 가능하고, 출생연도 끝자리 2와 7은 2일, 7일, 12일, 17일 등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마스크 5부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시행한 제도로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면 월요일, 2와 7이면 화요일, 3과 8이면 수요일, 4와 9이면 목요일, 5와 0이면 금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날짜가 아닌, 요일에 맞추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셈이다. 또 1인당 마스크 2장(3000원) 구입이 가능하다. 

마스크에까지 사회주의가 적용됐다는 주장은 레거시 미디어와 인터넷 언론에서도 등장했다. 

동아일보는 8일 <공적 마스크가 드러낸 문재인 사회주의>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칼럼을 통해 “9일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100% 관리하는 문재인표 사회주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날 동아일보에는 한국정부와 동일한 마스크 수급 정책을 실시 중인 대만 정부의 정책을 극찬하는 기사도 올라왔다. 

이날 올라온 <‘마스크 대란’ 대만은 어떻게 해결했나…모범 사례로 떠올라>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마스크 대란을 겪는 가운데 대만의 정책이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며 “신속하게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하고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은 1주일에 한 번씩 약국에서 건강보험카드가 있어야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실명제 구매 정책을 지난달 6일부터 일찌감치 시작했다”고 칭찬했다. 결국 동아일보는 같은 날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셈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5일 <“사회주의 국가 배급 보는 줄”… ‘마스크 대란’에 뿔난 민심>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가 마스크 수출 제한과 공적 판매 등 긴급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사려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거나 아예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심심찮아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보도했다. 

또 데일리 NK는 10일 <마스크 사회주의로 간 南, 시장에 맡긴 北 오히려 ‘수급 원활’>이라는 기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자 우리 정부는 마스크 배급제를 도입하며 공급 부족을 관리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 시스템에 맡긴 북한은 마스크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남한 정부가 사회주의로 갔다는 주장도 터무니없지만, 북한이 시장에 맡겨서 공급이 수월해졌다는 주장도 왜곡에 불과하다. 

탈북자 A 씨는 평화나무를 통해 “북한에서는 대부분 면으로 된 천마스크를 쓴다”며 “마스크를 빨아서 쓰기 때문에 마스크를 1회용으로 취급하는 남한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데일리NK 기사에도 북한에서는 대부분 면으로 된 천마스크를 사용한다는 점을 명시해 놓았다. 

"9일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는 2월 초에 잠시 마스크가 귀한 양상을 보이다가 이후에는 구입에 별 어려움이 없다. 북한 마스크는 대부분 면으로 된 천마스크다" 

그런데도 버젓이 제목부터 왜곡해 올리면서 마스크 이념 프레임에 동참한 것이다. 

 

변상욱 대기자 "국민 감정선 건드리는 가장 좋은 도구가 마스크"

정준희 교수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언론, 정치적 의도 다분"

변상욱 전 CBS 대기자(YTN 앵커)는 “마스크에 사회주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회주의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며 “국가는 가진 자산을 때로는 공조하거나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지만, 때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하거나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서비스하는 것도 국가의 위기를 관리하는 정책일 수 있다”면서 마스크에 사회주의가 도입됐다는 주장은 정부 비방용 카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으로서 여권을 공격할 수 있는 카드는 코로나 확진자가 예상보다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이것을 정권의 책임으로 확실히 몰아붙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총선 국면에서 국민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마스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준희 한양대 교수는 동아일보의 일관되지 않은 보도를 예로 들면서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대부분의 경우는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되는데 지금의 경우는 개입이 필요했고 더 일찍 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인지 또는 개입이 제때 빨리 이뤄지고 개입의 방식이 정교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인지 분별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언론이 명확한 정의도 없이 의료사회주의라는 말을 쓰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의료체계는 상당 부분 사회주의 원칙에 의해 구축됐다. 유럽의 경우, 공공의료라는 명확한 일반화된 용어와 개념이 사용한다. 

정 교수는 또 복지문제와 관련해 집권 정당에 따라 달라지는 언론의 비일관성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복지문제와 관련해 과거 박근혜 정부가 상당부분 좌클릭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얘기할 때는 마치 그것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다가 후퇴할 때는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며 “이후 문재인 정부가 복지문제를 얘기하면 퍼주기라고 얘기하는 등, 집권 정당이 어떤 성치 성향이냐에 따라 기준 없이 보도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