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주도로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10.3 비상 국민 회의'가 개최됐다. 전 대표회장은 이날 집회 마지막 순서로 국민재판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사진=평화나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주도로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10.3 비상 국민 회의'가 개최됐다. 전 대표회장은 이날 집회 마지막 순서로 국민재판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극우화된 가족 때문에 발생한 갈등은 어디 가서 상담을 받아야 좋을까요?”

남양주에 거주하는 교인 A씨는 15일 평화나무에 전화해 눈물을 터뜨렸다. 극우 교회와 목사들의 발언에 중독된 A씨의 어머니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도 여전히 대중예배 참석을 고집하면서 A씨와 말다툼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A씨는 "엄마는 나에게는 코로나19가 잦아들 때까지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대중예배에 나가고 있다"며 "여든이 가까운 노인이 계속 대중예배에 나가는 것이 걱정이 되어 유튜브 예배를 권유했는데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답답한 심정을 어디에 터놓을 곳이 없다”며 하소연해 왔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24일 전광훈 씨 구속 이전에는 광화문 집회에 열심히 참석하며 확증편향적으로 극우화되어 갔다고 한다. A씨는 “광화문 집회에 나갈 때마다 수십만원씩 헌금하고, 문자 한 통 보낼 줄 모르던 어머니가 다른 가족들에게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에 서명하라고 돌리고, 극우 유튜브에 슈퍼챗(실시간 후원금)도 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동참에 필요한 SNS 아이디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도 했다. 

A씨는 “어머니가 ‘문재인과 김정은이 계획적으로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느니, ‘문재인 개xx가 나라를 망쳐 놓았다”, “마스크 배급제로 나라를 공산화하고 있다”, “종교를 탄압해 교회를 다 없애려고 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굳게 믿고 있다”면서 “‘(어머니가) 나한테 간섭하지 말고 너는 너대로 살라’고 말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A씨는 전광훈 씨의 극우적 망동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어머니와 멀어졌다고 한다. A씨는 “아버지가 3년여 전쯤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곤 했는데, 이제는 싸움이 날까봐 서로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도 아닌 가족이 극우화하면서 대화가 단절되고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어디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하느냐”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극우 목사들의 가짜뉴스 선동 때문에 가족과 불화하는 건 A씨뿐이 아니다. 

광주에 거주하는 B씨는 “전광훈으로 인하여 본인의 가정이 너무나도 힘든 길을 걷고 있기에 수개월간의 고민 끝에 사연을 전한다며”며 “17년간 함께 살면서 심하게 다투거나 맘이 상한적 없던 아내와 불화 중”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해 왔다. 

B씨는 “전광훈 씨를 진짜 애국자로 믿는 아내와 불화해 집을 며칠 가출한 적도 있다”며 “전광훈 씨의 이단성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아내는 애국 운동을 하는 것인데 그게 중요하냐는 반응을 보인다”고 가슴을 쳤다. 

서울에 거주하던 B씨는 지난해 광주로 이사하면서 광주에서도 극우적 성향으로 유명한 ㅇ교회에 출석하게 됐다고 한다. ㅇ교회는 전광훈 씨가 멘토로 언급한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이용희 에스도기도운동 대표 등을 초청해 집회를 열고, 끊임없이 현 정부에 대한 가짜뉴스를 유포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 또 지난해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대표 초청을 추진했다가 5.18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B씨 따르면 교회 예배 도중에도 가짜뉴스 유포는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교회예배 중 ‘전광훈이 이끄는 광야교회(청와대 앞 집회)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이 정부는 주사파 빨갱이 정권이며 이 나라에 주사파가 50만명이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전하기도 했고요. 1938년 9월9일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그리고 2019년 9월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이 이뤄졌다며 9월 9일이라는 날짜로 교묘하게 짜 맞춰 이 모든 것이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아 된 것처럼 설교하고 동영상까지 방영했습니다. 또 프리메이슨 등을 언급하며 마치 거대한 조직이 뒤에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습니다”

B씨는 결국 이 문제의 교회를 나왔다. 아내와는 서로 정치적 얘기는 하지 말자고 합의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서로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며 살아야 할 부부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틈이 생겨버린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C씨는 어머니를 따라 15일(주일) o 교회에 참석한 후 "울화통이 터진다"고 호소해 왔다.  

C씨는 “유튜브로 예배해도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가 좀처럼 듣지 않았다”고 했다. C씨는 “나는 교회의 '복' 타령에 수년전 그 교회를 나왔다”며 “그런데도 대중예배 참석을 고집하는 어머니가 걱정되는 마음에 교회에 따라가 설교를 들으며 답답함이 몰려왔다''고 했다. 담임목사가 설교에서 '이런 상황에도 대중예배를 지키는 것이 신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더라는 것이다. 

C씨는 “세월호 참사나 우리 이웃의 아픔에는 정치적 사안이라며 침묵하며 외면하던 교회가 코로나19로 모이는 예배를 잠시 중단해 달라고 하자 정부에 대해 종교탄압 운운하면서 순교정신이라도 발휘하는 듯한 결기를 보이니 웃프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에서 가짜뉴스가 유통돼 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목사를 하나님의 대언자로 믿어온 수많은 교인에게 목사의 말씀 선포가 지니는 위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가짜뉴스 유포로 강단을 오용하던 목사들의 잘못된 가르침이 결국 가족 불화와 갈등까지 양산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근거한 목사들의 정치적 발언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기관은 존재하지만, 가짜뉴스에 현혹된 사람과 가족을 전문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은 존재하지 않아 한국교회의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단전문매체 운영과 상담 등을 전문으로 하는 조믿음 바른미디어 대표는 "저희쪽(바른미디어)에도 그런 문의가 많이 오는데 참 난감하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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