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불거진 신천지·정치권 유착 정황, 이번엔 밝히자 

2일 폐쇄 조치된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절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SBS 뉴스 포착 이미지)
2일 폐쇄 조치된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절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SBS 뉴스 포착 이미지)

 

신천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부각하면서, 동시에 신천지와 지자체·정치권과의 유착관계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의 경우 신천지 단체의 핵심간부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권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권 시장 부인을 직접 수행했다는 의혹이 <노컷뉴스> 12일자 보도를 통해 불거져 나왔다. 

앞서 <PD수첩>은 10일 신천지 부산교회가 사회 유력인사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재임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운현 씨도 신천지 측이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로했다.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신천지의 움직임은 예사로이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먼저 신천지 측은 방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중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14일 신천지 측이  지난 석 달 간 7층에서 9층까지만 비추는 CCTV 영상을 대구시에 제출했는데 첫 확진 환자가 지난달 9일과 16일에 예배를 봤던 4층 CCTV는 저장 기간이 짧아 지워지고 없었고, 나머지 CCTV는 첫 확진 환자와 관련이 없다며 신천지 측이 제출을 거부했다"고 알렸다. 

신천지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방역당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신천지와 지자체 정치권의 유착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자칫 현실정치가 이단 종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나라 좀먹는 이단 종파와 정치권 ‘공생’

신천지뿐만 아니라 이단 종파는 정치권에 줄을 대려 남다른 공을 들인다. 이를 표면적인 세 과시 차원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기성 종교가 이단으로 분류하는 종파일수록 방패막이를 필요로 한다. 신분을 위장할 필요도 있다. 신천지가 유관단체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아래 HWPL)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이나 복지시설도 이단 종파의 주요 타겟이다. 종교 단체가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건 말 그대로 ‘폼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복지시설 운영 허가를 받으려면 '관'에도 줄을 대야 한다. 시설 운영이나 시설건축 허가는 관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 정치권은 기성 종단이건 이단이건 '표' 결집력이 강한 종교단체를 선호한다. 더구나 이단 종파일수록 표 결집력이 강하다. 선거철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에게 이단 종파의 접근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단 종파와 지자체·지역 정치권의 은밀한 유착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다. 

이런 맥락이라면 신천지가 비단 유착설을 강하게 의심 받는 미래통합당에게만 줄 대려 한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이만희 교주의 고향이 청도이고 이런 이유로 대구·경북을 성지로 여긴다는 점에서 지역 유력 정치세력인 통합당과 대구시 등 지자체와 연결고리가 형성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신천지는 관계 당국의 비호를 받으며 활개칠 것이다. 신천지가 코로나19로 예기치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나기'만 피하면 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아직까지 검찰은 신천지 수사에 미온적이다. 소셜미디어 상에선 검찰 조직 안에도 신천지가 침투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단 사이비는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국면에서 어두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다가갔던 최태민 목사가 그랬고, 세월호 참사 땐 난데없이 구원파라는 종파가 주목을 받았다. 구원파는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듯 ‘우리가 남이가’란 구호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잡기 어렵다. 특유의 비밀주의로 일관해오던 신천지의 존재, 그리고 정지자체간 유착관계 의혹이 불거진 만큼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끊어내야 한다. 사이비 종교에 또 다시 나라가 휘둘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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