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한국교회언론회가 16일 평화나무의 공명선거감시단 활동에 대해 비판 논평을 냈다. 안타까운 건 한국교회언론회가 낸 성명마저도 오랜시간 교회내에 뿌리깊게 심겨진 왜곡과 차별, 배제의 시선이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 위험성 알렸을 뿐?

한국교회언론회는 “고발당한 대부분의 목회자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그 위험성을 알렸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2013년 18대 국회에서 66명의 의원들이 발의한(3개 법안) ‘차별금지법’에서는 법률에서 정한 차별행위를 할 때, 분명히 인신구속(人身拘束)과 거액의 벌금형이 명시되어 있었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만약에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2013년에 입법발의된 내용들이 들어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3년은 18대 국회가 아니라 19대 국회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2013년 차별금지법안은 김한길의원 등 51인, 최원식의원 등 12인이 발의했으나 철회됐고, 2012년 김재연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차벌금지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또 18대국회에서는 2011년 권영길 의원 등 10인이 발의했으나, 역시 임기만료 폐기됐다. 

차별금지법이란 모든 생활영역에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행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前科), 성적지향(性的指向), 성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함을 골자로 한다. 모든 인간이 모든 사회 영역에서 평등하게 인간 존엄의 가치를 인정받고 구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당시 법안에는 위와같은 이유로 해고, 전보, 징계, 퇴학, 그밖의 불이익을 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20여개 조항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유독 ‘성적지향’에만 집착해 모든 차별조항의 필요성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발상도 위험하지만, 동성애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과 성적지향이 다른 사람을 사회생활에서 차별하는 문제는 근본부터 다르다. 

교회언론회의 주장처럼 법안에서 과도하게 여겨지는 대목은 찾기 힘들다. 게다가 교회언론회의 성명에 명시된 “21대 국회에서 만약에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2013년에 입법 발의된 내용들이 들어가지 말란 법이 없다. 오히려 더 강화된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은 소수의 인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사람들, 양심적인 사람들, 특히 목회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분명해진다”는 대목은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차별금지법 왜곡 발언으로 고발당한 목사 5명, 무엇이 문제였나?

평화나무가 고발하기로 한 목사들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자. 총 12명 중 차별금지법을 언급하거나 전단지를 뿌려 문제가 된 목사는 5명이다. 

최근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의원들이 과반수가 넘으면 안 된다”며 “4.15총선에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해 논란이 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소속 김모 목사와 이모 목사를 비롯해 허모 목사, 박모 목사, 김모 목사다. 

특히 박모 목사, 김모 목사의 설교는 이미 잘못된 보도로 판명나 정정보도문까지 올라간 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팩트체크 없이 설교에서 사용했다. 김모 목사는 한 정치인을 향해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김모 목사는 1월 26일 설교에서 "이놈의 심상정이라는 여자는 여당을 자꾸 들쑤셔 갖고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킨다고 지랄하고… 고양시가 지역구더만? 목사님들이 하도 기가 막혀서 '설교 때 성경에 동성애가 잘못이라고 나오는데 그 설교하면 어떻게 할 거요?' 그랬더니 이 심상정이가 '처벌받아야죠' 이 지랄을 하네, 이년이. (청중 웃음) 아 그러면 그거 통과되면 나도 감방 가야 돼"라고 말했다.

또 박모 목사는 2월 2일 “차별금지법이 통과가 되면은, 기독교 복음을 더 이상 전파하지 못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거예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은. 여러분 정의당의 심상정이라고 하는 사람이 며칠 전이에요, 며칠 전. 이 토론회 광장에서 기독교 목사님 중에 한 분이 아주 예리한 질문을 했어요. 어떤 질문을, 그거 유튜브에 돌아다니잖아요?”라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 교회에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동성애는 성경에 비춰서 잘못된 것이다, 창조의 섭리에 어긋난 것이다 라고 이렇게 설교를 하게 되면은 목사가 처벌을 받습니까 안 받습니까?’라고 이렇게 물었어요. 그러니깐 심상정이가 뭐라고 한지 아세요? ‘처벌받습니다’ 그랬어요. 처벌받는 거예요. 그러면 이 강대상에서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다’, 누가 설교할 수 있어요? 하는 즉시 잡혀가는 거예요. 이게 어디 사회? 유럽사회에서 그게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기독교의 존재성이, 기반이 흔들린다는 거죠.”라고 설교했다. 

목사들이 설교에서 언급한 사건은 지난 1월 20일 고양지역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 참가자의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느냐”는 질문에 심상정 의원은 “처벌받겠죠”라고 답했다. 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는 상식적인 대답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발언은 "심상정 의원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했을 때 처벌받는다고 했다"로 왜곡 보도됐다. 이를 잘못 보도한 언론사가 정정보도까지 낸 사안이지만 목사들의 강단에서 왜곡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목회자들이 피해자라는 식의 주장에는 부끄러움만 더해질 뿐이다. 

목사들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만 말해도 처벌받는다'며 우려를 쏟고 있지만, 성적지향만큼 종교의 자유도 존중받게 되는만큼 설교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발언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법원의 판례도 그러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월 19일, 교계 반동성애 강사들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하며 "당시(2013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고발예정 12명 중 7명 발언은? 

또 평화나무가 고발한 나머지 7명은 “더불어 민주당은 김일성이 만든 당입니다. 맞죠?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 공산당을 지지하는 것”(이모 목사), “다가오는 4월 15일 총선에는 확고한 우파 성향의 정치 지도자가 압도적으로 당선돼야 한다”(정모 목사), “4월 15일 투표 같은 것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동네(전라도) 사는 사람들은 이쪽이 좋아서 그를 밀어준 게 아니라 저쪽이 싫어서 여태까지 밀어줬다. 그런데 출구가 생겼다. 그게 무슨 당이지?”(심모 목사), “4월 15일에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다. 여러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 문재인 지금 주사파 정권을 반대하는 애국시민들이 전부 당선될 수 있도록 151명 이상 투표로 뽑자. 4월 15일을 피알해야 한다. ‘피가 나도록 알리는 걸’ 피알이라한다. 여러분, 4월 15일을 우리가 피가 나도록 피알하기를 바란다”(김모 목사) 등의 발언으로 교인들을 선동했다.

자칭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정치적 발언으로 특정정당을 헐뜯거나 또는 지지하는 이유를 오히려 묻고 싶다. 공교롭게도 이들 대부분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씨와 함께 활동하거나 지지해 온 목사들이다. 

찬송가에 다른 가사 붙인게 저질스럽다? 

교회언론회는 성명에서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을 공격하면서 “그는 ‘나꼼수’라는 팟 캐스트 방송을 진행하면서 기독교를 모욕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목사 흉내를 내면서 상스런 말과 성희롱의 말을 하였고, 기독교가 성경과 함께 예배에서 소중하게 사용하는 찬송가를 저질스럽게 패러디하여 하나님과 교회를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면,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의 가사를 ‘주 기자와 싸우려고 피켓 들은 형제여’로, 찬송가 259장 “예수 십자가에 흘린 피로써”를, ‘MB 각하 여러 가지 죄악을 그대는 알고서 믿는가’로, 찬송가 252장 “나의 죄를 씻기는”을 ‘정치 지식 쌓기는 에피소드 밖에 없네’라는 등, 스스로 목회자의 자녀이며,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것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이사장이 성대모사를 한 목사들의 면면에 대해서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기독교가 성경과 함께 예배에서 소중하게 사용하는 찬송가' 중에는 외국 세속가요 또는 민요에 가사를 입힌 곡이 상당수다. '이천진목사가 쉽게 쓴 찬송가이야기'에 따르면 ‘시온성과 같은 교회’는 본래 오스트리아에서 프란츠 황제를 찬양하기 위해 작곡된 곡이다. 원제목은 ‘하나님이여, 우리의 고귀한 황제 프란츠를 지키소서’이다. 후에 오스트리아 국가로 사용되다 가사를 바꿔 독일 국가가 됐다. 또 '피난처 있으니'는 영국 국가이며, '전능의 하나님'은 러시아 국가이다. 

‘만복의 근원하나님’, ‘오 거룩하신 주님’, 내 진정 사모하는‘, 십자가 군병들아’, ‘내 기도하는 이시간’, ‘기쁜일이 있어 천국 종 치네’ 등은 외국 세속 가요에 가사를 붙인 곡들이고, ‘다 함께 찬양하여라’, ‘만백성 기뻐하여라’, ‘불길같은 주 성령’은 영국민요, ‘천부여 의지 없어서’, ‘하늘가는 밝은 길이’는 스코틀랜드 민요,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는 아일랜드 민요, ‘구세주를 아는 이들’, ‘만유의 주재’, ‘즐겁게 안식하는 날’, ‘온 천하 만물 우러러’, ‘내 선한 목사’, ‘생명 진리 은혜되신’은 독일민요, ‘천사들의 노래가’, ‘할렐루야 할렐루야’는 프랑스 민요, ‘주 은폐를 받으려’, ‘오 하나님 우리의 창조주시니’는 네덜란드 민요,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주 사랑 안에 살면’은 핀란드 민요, ‘그 어린 주예수’,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은 미국 민요,이다. 심지어 카톨릭찬송가와 일본인 찬송가에서 곡조를 가져온 곡도 있다. 

교회언론회가 언급한 ‘마귀들과 싸울지라’는 미국 소방대원 행진곡으로 남북전쟁시에는 북군들이 ‘남군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드를 신 사과나무에 목을 달고’라는 가사를 입혀 노래하기도 했다. 

자유롭게 강단에서 거짓 증언해도 되는가? 

교회언론회는 “국민의 힘에 의하여 선출된 정치인들은(특히 막강한 권력과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과 여당) 국민들로부터 비판과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며 “그렇다면 김용민 씨가 그런 자유에 대하여 ‘입막음’ 하려는 것은 온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인 비판으로 교회의 권위를 세우고 세상에 덕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낯뜨거울 정도로 문제가 된 대형교회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남발하는 한국교회언론회와 스스로 교회의 잘못을 들추고 가슴아프게 지적하며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평화나무, 둘 중 누가 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일을 하고 있는지는 보수 개신교계가 누누이 말하듯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일이다. 

끝으로 최성해(전 동양대학교 총장) 씨가 이사장인 한국교회언론회에 묻는다. “양심과 신앙 발로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는 누가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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