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신천지 내부 결속용 추정 영상 분석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 이만희 교주를 죽어가는 대신들과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적에게까지 절을 한 왕건, 심지어 예수그리스도와 같은 희생적 지도자에 비유한 영상이 18일 공개돼 논란이다.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절을 두 번하며 '왕건' 이야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사죄가 아닌 모략'이라고 분석한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백성을 위해 적에게 절한 왕건 같은 지도자가 이만희?

고려 태조 왕건이 전염병 치료제를 구하려고 후백제를 찾아 견훤에게 절을 한다는 내용의 영상(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고려 태조 왕건이 전염병 치료제를 구하려고 후백제를 찾아 견훤에게 절을 한다는 내용의 영상(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백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영상 전반부에는 고려와 후백제가 전투를 벌일 때 전염병이 돌자, 고려 태조 왕건이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대신들과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갖고 있다는 후백제를 찾아 적대적 관계에 있는 견훤에게 절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영상은 왕건이 "굴욕을 마다하지 않았다"라거나 "오직 백성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한다"고 묘사한다. 또 "백성을 사랑했던 왕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자막을 띄웠다.

2일 폐쇄 조치된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절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SBS 뉴스 포착 이미지)
2일 폐쇄 조치된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절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SBS 뉴스 포착 이미지)

자막은 이내 “부모의 심정으로 그들을 사랑한 또 다른 리더”이자 ‘성도’를 품고자 한 ‘목자’라며, 이만희 교주가 국민과 정부에 두 번 절을 한 2일 기자회견에서 읽은 ‘총회장님 특별 편지’ 음성 일부를 삽입했다 "교회의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성도들은 자녀와 같습니다. 이와 같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서운 병이 와서 돌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고 있겠습니까? 누가 이것을 고치고자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내용이다.

영상에 뜬 1절 가사 자막과 배경(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영상에 뜬 1절 가사 자막과 배경(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왕건 이야기는 신천지에서 '약속의 목자'라고 주장하는 이만희 교주가 기자회견에서 읽은 ‘총회장님 특별 편지’에서도 나타난다. “옛날에 왕건이라는 왕이 (나라에) 병이 돌아 군대가 다 죽게 되자 적으로 싸우던 나라에 가서 무릎을 꿇고 약을 구해와 병사들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이만희 교주가 언급한 내용은 드라마 <태조 왕건>(KBS)에서 창작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역사 기록에는 전염병이 돌았다거나 왕건이 견훤을 만나러 간다는 등의 내용은 없다. 게다가 ‘태조 924년 7월 고려’라는 영상의 주장과 달리, 924년 7월 시작된 1차 조물성 전투에는 왕건과 견훤이 직접 참전하지 않았다.

한편 이만희 교주는 최소 2011년부터 꾸준히 자신을 조선 황실의 왕손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만희 교주는 외국인들에게 한 강연에서는 할아버지가 독살당했고 할머니가 왜적의 칼에 희생당했다며 고종과 명성황후의 자손이라는 주장을 암시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는 이 교주를 “효령대군 19대 손”이라고 소개했다. 신천지는 CNN에도 이 교주가 조선 왕손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게재했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조선 황실 관계자는 "족보에 없다"며 이만희 교주의 왕손 사칭에 불쾌해하며, 신천지가 여러 차례 황실에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오해받고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가 이만희?

영상 전반부가 왕건과 이만희 교주를 연결 지었다면, 후반부는 예수 그리스도와 이만희 교주를 연결 지었다. 잔잔한 음악과 노래, 흑백 실루엣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된 후반부는 “나의 죄를 그가 지셨네”, “십자가의 사랑으로 날 구원하셨네”,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과 같은 가사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는 그림, 손가락질받는 그림 등이 나타나 일반적인 기독교 콘텐츠인 것처럼 나타났다.

하지만 영상은 노래 간주에 요한복음 3장 16절을 자막으로 띄우고 이만희 교주의 육성 설교 일부를 삽입했다. 이 교주는 “얼마나 하나님이 안타깝고 모든 걸 본래와 같이 회복을 해야 한다는가 할 것 같으면 독생 성자까지 희생을 시켰죠”라고 말했다. 설교 중간중간 신도들이 “아멘”이라고 응답했다.

2절 가사 배경에 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으로 보이는 실루엣(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2절 가사 배경에 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으로 보이는 실루엣(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내 마지막 피 한 방울로 주 위해 쏟으리”라는 고백적 가사로 이어진 노래는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가사에 이만희 교주로 보이는 실루엣이 손가락질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절의 같은 가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실루엣이 손가락질을 받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이어진다.

이는 신천지가 이전부터 꾸준히 주장해왔으며, 코로나19 사태에 신천지에 악화된 여론을 '오해', '여론몰이', '종교 탄압', '핍박', '누명', '흠집 내기', '근거 없는 비난' 등으로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또한 신천지는 이만희 교주를 ‘예수의 영이 임한 자’라고 가르친다.

영상 마지막에 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영상 마지막에 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유튜브 영상 포착 이미지)

노래는 막바지에 “신천지를 사랑해요”를 반복했다. 영상은 흑백 실루엣 이미지에서 총천연색으로 바꿔 이만희 교주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면서, 자막으로도 “신천지를 사랑해요”를 띄웠다.

한 전문가는 “2일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절을 한 것에 놀란 신천지 신도들을 단속하기 위해 ‘희생하는 리더’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처음에는 신천지 정체를 숨기고 나중에 공개하는 위장 포교의 습성이 영상에도 스며든 것 같다”고도 보았다.

한편 신천지는 13일 “교회가 정상화될 때 바이러스 없는 자들만 들어와야” 한다는 '총회장님 특별 편지'를 또 신도들에게 보냈다. 한 누리꾼은 “감염된 신도는 나오지 말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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