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스 목사'와 인연, '빤스' 표현 삭제해주다 만나
'법치주의' 강조한 전 법무부 장관, 법 무시한 전광훈과 손 잡은 건 아이러니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출연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씨에 대해 “영적으로 깊은 분”이라고 추어올렸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최근 기독자유통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돼 정치판에 뛰어든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씨에 대해 “영적으로 깊은 분”이라고 추어올리며 전 씨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김 전 국정원장은 19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를 통해 “나는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후, “인터넷에서 교회를 해치거나 욕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며 “나는 그것(교회에 대한 비판 글)을 삭제하는 일을 해왔다. 전광훈 목사를 ‘빤스 목사’라고 칭한 글을 삭제하다가 ‘(전광훈 씨가) 이것(빤스 발언)을 왜 했나?거짓말 아닌가, 왜곡된 것은 없나’ (전광훈 씨를) 오라고 해서 조사해 봤다. 그래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2005년 1월 대구에서 열린 한 종교집회에서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해서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전 씨에게 ‘빤스 목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됐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빤스 목사’ 표현을 김 전 원장이 삭제해주다가 인연을 맺게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원장은 “그분(전광훈)이 영적으로 깊다”고 주장했다. 또 “(전광훈 씨가) 빤스라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전후(를 따져보면) 말의 취지는 좋은 뜻이다. 그것을 그(빤스) 부분만 떼서 왜곡해서 계속 되풀이해서 쓰니까 (빤스란 별칭이) 붙어버렸다.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라고도 했다. 

그동안 전광훈 씨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설립자인 고 김준곤 목사의 소개로 김 전 원장과 인연을 맺어 왔다고 주장해 왔다.

전 씨는 지난 2월 4일 광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의도의 렉싱턴 호텔에서 김준곤 목사님이 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김승규 장로에게) 전광훈 목사다. 이 목사님은 일반 목사가 아니(라고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29일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에도 전 씨의 이같은 발언이 담겨 있다. 전 씨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하고 국가조찬기도회를 시작한 김준곤 목사의 소개로 김승규 전 원장을 여의도 워싱턴 호텔에서 만나 새벽 1시까지 얘기를 나눴다”면서 “‘(김준곤 목사가 김승규 전 국정원장에게) 장로님, 전광훈 목사인데 일반 목사라고 보면 안 된다. 이 전광훈 목사가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소개했고, ’(김승규) 장로님은 무조건 전광훈 목사를 도우세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과 전광훈 씨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그 진위여부는 차치해두더라도 두 사람이 오랜 기간 함께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 온 것만은 분명하다. 

김 전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도 황교안 대표가 있는 미래통합당이 아닌, 전광훈 씨가 설립을 주도한 기독자유통일당에 몸담게 된 연유에 대해 “4년 전에도 기독자유통일당을 도와 준 인연이 있다. 그때는 당내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자유통일당의 당명과 가치가 내 생각과 같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오는 4.15 총선에서) 500만표 이상 (득표를) 자신한다”면서 “우리를 지지해 줄 대상은 4부류다. 개신교 신자 1천만명과 천주교 신자 400만명, 전광훈 목사와 함께해 온 광화문 세력이 수백만명. 일반 국민 중에서도 진정한 우파의 가치를 지닌 정당으로 우리(기독자유통일당)가 선명하다. 그래서 우리를 많이 지지해 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 중 하나가 법치주의”라며 “ 실질적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함부로 독재도 못하고 나쁜 짓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을 따라간다”며 “도시에 사는 것이 시민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잘 성공시키도록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양식을 지니는 것이 시민이다. 그렇게 (국민)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같은날 국민일보(유영대 기자)와 인터뷰에서도 "국가적 위기 때문에 정치판에 뛰어들게 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기사 제목은 <김승규 전 국정원장 “나라와 정치가 부패하고 더러우면 되겠는가”>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기독자유통일당’이 품고 있는 가치를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기독’은 정직하고 깨끗하며 생산적이고 서로 사랑하라는 기독교적 가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유주의는 (우리나라) 헌법에 잘 보장돼 있다”며 “이를 잘 지키기 위해 주변 강대국과 동맹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 생명을 존중하게 여기는 사상 등은 성경적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끝으로 자유통일을 지향한다”며 “통일을 주장하는 이들 중 자유통일 아니고 이상한 사회주의 통일 주장하는데 안 된다.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자유 통일 뿐 아니라 복음 통일을 원한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원전 손실 바로 잡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차별금지법도 막고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구치소에 있는 전 씨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김 전 원장은 "전 목사는 지금 구치소에 있고 몸이 안 좋은 것으로 안다"며 "마음이 아프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그는 애국적인 분이다"라고 평가했다. 

김 전 원장의 국민일보 인터뷰 기사 마무리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국민일보는 "(김 전원장이) 안티 기독교 사이트를 통해 자녀들이 기독교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 무방비로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고 썼다. 이어 "기독교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크리스천들의 거룩한 분노가 필요한 때"라는 김 전 원장의 인터뷰 내용 뒤에 '그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고 그야말로 힘을 실어주었다. 

“기독교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의 거룩한 분노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2020.3.20. 김승규 전 국정원장  “나라와 정치가 부패하고 더러우면 되겠는가” 기사 중-

한편 김 전 원장은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검사에 임관, 서울고검 형사부장과 대전고검 차장검사, 대검찰청 감찰부장, 수원지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4년 7월에서 2005년 6월 제56대 법무부 장관, 2005년 7월에서 2006년 11월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그가 몸 담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는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된 대형교회의 송사를 도맡기로 유명하다. 사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며, 제14대·15대 국회의원이자 명성교회가 설립한 씨채널방송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고 김명규 회장의 친동생이다. 김 전 원장이 “영적으로 깊다”고 칭송해 마다 않은 전광훈 씨는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배경에는 김승규 장로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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