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익 따라 달라지는 황교안의 신천지 대하는 태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장동혁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3.27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신천지입니다. 신천지와 교회는 다릅니다. 교회 내에서 감염이 발생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일부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야바위 정치꾼'을 기록하고 징비하겠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뿐만 아니라 황 대표는 “중국이 먼저를 외친 무능한 문재인 정권이다. 이들은 대구시민들을 폄훼하고 조롱하고 코로나로 야기된 사회적 분노를 이용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대표의 글에서 주목할 점은 물론 신천지를 언급한 대목이다. 먼저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신천지 대구 다대오지파 교회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지만, 기성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경남 부산 온천교회,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경기 성남 은혜의강교회, 서울 동대문 동안교회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만민중앙교회도 최근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은혜의강교회나 만민중앙교회의 경우는 기성 교회에서 이단 시비가 일었던 교회여서 예외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충남 부여 규암성결교회(담임목사 이상덕) 성도 두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한 명은 21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지만 다음 날인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2시, 그리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교 집회 자제를 호소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규암성결교회는 예배를 진행했고, 이 교회 성도는 증상이 발현되었음에도 예배에 참석했다. 한국교회사를 참고해 보자. 이 교회는 성결교회를 세운 동양성교회가 1912년 한강 이남에 최초로 세운, 유서 깊은 교회다. 코로나19 이전 이 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 교계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요약하면, '교회내에서 감염이 발생된 사실이 거의 없다'는 대목은 사실과 다르다. 

 

‘그때 그때 다른’ 황 대표

그럼에도 신천지를 언급한 대목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황 대표는 '문제는 신천지'라고 직접 언급하며, 신천지와 교회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 대목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구에 출마한 상태다. 상대는 이낙연 전 총리(더불어민주당)다. 둘의 맞대결은 미리 보는 차기 대선으로 언론 주목도도 높다. 만약 대패를 당했을 경우, 황 대표로선 치명타다. 

그런데 황 대표는 성일침례교회에서 협동 전도사로 시무했고, 보수 개신교계도 일찍부터 주목해왔다. 지금 황 대표로선 한 표가 아쉬운 처지다. 결국 황 대표는 신천지를 거론하면서 개신교, 특히 지지층인 보수 개신교계에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황 대표의 '시그널'에 개신교계가 얼마만큼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황 대표는 신천지교회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던 지난 달 28일 "특정 집단에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며 신천지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이 발언 이후 통합당이 신천지와 유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고, 이후 신천지와 통합당 혹은 대구시와의 유착 정황이 불거져 나왔다.

이랬던 황 대표가 신천지를 직접 언급한 건, 당장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태도를 바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황 대표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 교회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여론은 은혜의강 교회나 만민중앙교회나 별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여론은 정부의 종교집회 자제 호소를 종교탄압이라고 반발하는 개신교계 일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은 정치적으로 반문재인 정서가 강하거나(사랑제일교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교회(만민중앙교회)들이다. 

황 대표에게 바란다. 얄팍하게 개신교 지지층을 결집시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를 버리기 바란다. 그보다 개신교 성도로서, 또 신학을 공부하고 전도사 자격을 가진 교역자로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도하기 바란다. 

그게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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