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학생들 원할 경우 재량권에 맡긴 것"
A 교수 "학생에 재량권 준 것? 학교측의 무책임한 답변일 뿐" 질타

한동대학교 전경(출처=한동대학교 홈페이지)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소재 한동대학교가 학생들을 이미 기숙사에 입소시키고 다음 주부터 대면 강의를 개시하겠다고 방침을 내린 가운데,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희망할 경우 재량권을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학생과 교수, 지역 안전을 담보로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동대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수업 결정에 ‘혼란’ 

1일 한동대학교 장순흥 총장 명의로 발송된 내부 공지에 따르면 한동대학교는 안전을 전제로 대면수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면 강의 시점은 당초 예정했던 4월 6일보다 사흘 미룬 9일로 바뀌었다. 생활관 입주는 4일부터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한동대 관계자는 2일 평화나무를 통해 “정부의 초중고등학교 온라인 수업 개시에 맞춰, 우리 학교도 대면 강의를 병행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면 수업은 학생들이 요구할 경우에 개시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면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있고, 이 경우 교수들과 협의해 재량껏 대면 강의를 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면강의는 수업마다 학생들이 다수결에 부처 결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면 강의를 요청하는 학생들이 발생할 경우, 교수들이 기존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면서 오프라인 강의도 해야 하는 것일까. 학교측은 이에 대해선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계속 방안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학교 측은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학교측이 학생과 교수들에게 재량권을 준다는 미명 하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도 떨쳐버릴 수 없다. 

A 교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냐”면서 “거기에 포인트를 맞추면 학생들이 아무리 학교에 와서 수업을 하고 싶다고 말해도 학교가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 한번도 와보지 못한 1학년 학생 중에는 학교에 오고 싶어하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고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이기를 자제하고 참아내자고 하는 것이 올바른 지침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 

A 교수는 또 “온라인 강의도 현재로선 문제가 없다”며 “전공에 따라 실험 실습이 필요한 교수들도 있을 수 있겠으나, 학교측이 실험 실습이 필요한 공학 계열 교수들에게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닌 것 같다. 교수 자율로 온라인으로 강의해도 된다고 하나, 오프라인 강의를 열게 되는 교수가 생기면 학생들은 어차피 학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학생과 교수들의 건강 그리고 넓게는 지역 보건 안전을 담보로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확진자가 하나라도 발생할 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출처=한동대학교 인트라넷(제보)
출처=한동대학교 

 

한동대 교수협의회 70% 이상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 최소 4월 말로 미루자”

상황이 이런 가운데 한동대학교 교수들은 자체적으로 설문을 통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돼 학교측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사다. 

한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에 대한 교수 의견 조사"라는 제목으로 1일 진행한 문 결과를 2일 오전 11시 발표했다. 

응답자 71명 중 71.8%(51명)이 최소 4월말 이후로 대면 수업을 미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말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36.6%(26명), ‘5월 말 전후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11.3%(8명)가 찬성했고, ‘이번 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도 23.9%(17명)이 동의했다. 

‘정부에서 초중고등학교 온라인 개학 시점으로 정한 4월 16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에는 21.2%(5명)이 응답했다. 

반면 대면 수업을 ‘4월 6일에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에 찬성한 응답자는 2.9%(2명)에 불과했다. 

한동대학교 전체 교수 숫자는 140여명이다. 이중 절반만이 응답한 결과라 해도 이 숫자는 매우 유의미해 보인다. 
 
한동대학교 대외협력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보고하고 당연히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공중감염의 위험’을 우려해 대면 강의 개시는 시기상조라는 교수들의 의견에 학교측이 어떻게 대화의 장을 열어갈지가 주목된다. 

 

한동대 지난달 31일 기준 380명 기숙사 입소 
기숙사 입주 이유는, 재정?

한동대학교는 또 이미 지난달 31일 기준 학생 380명을 기숙사에 입주시켰다. 한동대학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겠다는 모호한 지침을 내리면서 집단 감염 우려를 뒤로한 채 기숙사에 학생들을 입소시키는 원인에는 ‘재정 문제’가 얽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복수의 한동대학교 관계자는 평화나무를 통해 한동대학교가 기숙사에 학생을 입소시키는 진짜 이유는 재정 탓이 클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동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1995년 개교하면서 인성과 영성의 융합을 추구한다는 취지 아래 RC제도(residential college)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관을 전인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따라서 한동대학교는 전체학생의 70%이상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이처럼 공동체 생활을 통한 전인교육을 강조해온 한동대학교는 3700명 수용 가능한 기숙사 8동(비전관, 하용조관, 은혜관, 국제관, 벧엘관, 로뎀관, 창조관, 갈대상자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최근 건립된 ‘갈대상자관’과 하용조관 두 동은 저소득층 학생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시책에 따라 지어진 행복기숙사다. 

한동대학교는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총사업비 138억 중 125억원을 지원받아 2017년 538명 수용 가능한 행복기숙사 1채를 완공했다. 또 올해 완공을 목표로 300명 수용 가능한 행복기숙사를 더 지었다. 총사업비 85억 중 77억을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행복기숙사는 사학진흥기금을 재원으로 기숙사를 건립하고 학교에 기부채납 후 최대 30년간 기숙사 운영권을 취득, 운영 기간 내 기숙사 운영수입으로 사학진흥기금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기숙사 이용률과 관계없이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물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학교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사학진흥재단은 평화나무를 통해 “그렇지 않아도 학교들의 이자 부담액을 감면하는 방안을 국토부, 기재부 등과 함께 논의 중인데,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행복기숙사 차입금 상환액이 감면되더라도 기숙사를 8동이나 갖고 있는 한동대학교로서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소하지 않을 경우 재정적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학생들의 기숙사 선호도는 전 같지 않다. 학교 관계자 B씨에 따르면 “기숙사 이용률이 최근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단독 혹은 맘에 드는 친구들과 외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평화나무 취재결과 한동대학교 스쿨버스가 지나는 양덕동과 장성동에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원룸 월세가격은 9평-10평 기준 보증금 200만원에 월 28만원 선이었다. 

학교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3학년만 되도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으려고 인근 원룸이나 투룸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한동대학교 1학기 기숙사 비용은 4인실 기준 66만원(2019년 기준)이다. 또 2인실의 경우 77만원-88만원 가량으로 가격이 더 세다. 

게다가 재학생 숫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동대학교 교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재학생 숫자는 3400여명이다. 전교생 숫자는 2019년 4333명, 2018년 5480명으로 연간 약1천명씩 줄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재정적 난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히고, 기숙사 문제는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지원을 받는 등의 고민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현재 기숙사에 입주한 학생 중에는 외국인 학생 또는 선교사 자녀들이 많다. 또 학교에서 근로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이 학생들의 입주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반박했다.

또 “향후 기숙사 입주를 희망하는 수요조사를 해보니 450명에 불과했다”며 “재정 문제 때문이라면 기숙사 학생 모두를 기숙사로 불러들이지 않냤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학생들 격리도 2주간 시키면서 식사도 제공하는 등, 학교측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측이 실제로 재정난 해소를 위해 학생들의 기숙사 입소를 강행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숙사 입소 여부를 학생들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겠다는 한동대의 방침은 무책임하게 비춰지기 쉽다. 

또 학교가 학생들의 기숙사 입소를 허용한 것은 재정난 때문이라고 의심할 정도로 교수나 교직원들이 학교 재정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보에 따르면 한동대학교는 최근 총장 봉급을 30% 감봉하면서 교무위원들의 월급도 3개월(4-6월)간 20% 반납하기로 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3개월간 월급의 5%를 반납하자는 운동이 벌어지는 중이다. 

교수들에게 월급 반납 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에는 "학생들의 기숙사 입주가 지연되면서 학교측은 매주 약 1억2천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넉넉지 않은 재정상황에 있는 우리 학교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한편 2일 기준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대구 6723명, 경북 1304명으로 전국 확진자 9976명의 80.5%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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