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유통일당 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공보물. 차별금지법 반대가 2번 공약에 올라 있다. ⓒ기독자유통일당
기독자유통일당 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공보물. 차별금지법 반대가 2번 공약에 올라 있다. ⓒ기독자유통일당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지난 2일을 시작으로 13일 동안 37개 정당이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반동성애 진영과 일부 보수 개신교 교단은 여전히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들먹이며 대놓고 특정 정당의 지지 반대와 정치인의 낙선을 공공연히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교회 최대교단이자 ‘장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인 김 아무개 목사가 대표적이다. 예장합동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회 위원장인 이 아무개 목사는 지난달 2일 교단 소속 목회자들에게 ‘차별금지법, 반드시 막아야합니다!’라는 제목의 전단지와 공문을 배포하며 적극 활용해줄 것을 주문했다.

예장합동은 “차별금지법을 막으려면 이번 ‘4.15총선’이 중요하다”며 국회의원 후보자와 소속 정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입장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에 대한 가짜뉴스를 근거로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한 반대를 유도했다는 점이다. ‘동성애를 죄라고 말만 해도 처벌받는다’, ‘성적소수자에는 근친상간, 아동성애, 시체성애, 동물성애가 포함된다’, ‘신천지와 같은 이단을 이단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등이다. 

특히 “금번 총선결과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과반수가 될 경우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며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2/3를 넘게 되면 차별금지 내용이 포함된 헌법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차별금지법, 반드시 막아야합니다!’ 전단지 하단을 살펴보면 예장합동이 4.15총선을 앞두고 무엇을 의도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예장합동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남느냐 사회주의 체제로 가느냐의 심각한 기로에 놓여 있다. 4.15총선에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할렐루야”라며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 후보와 정당에 대한 ‘분별’,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거듭 당부했다.

전단지와 함께 배포된 공문에서도 “전국교회 성도들의 신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반기독교적인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적극 홍보하고 대응하고자 전단지를 제작하여 배포하오니 적극 활용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예장합동 내부에서조차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장합동 북전주노회(노회장 공인식 목사)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차별금지법, 반드시 막아야합니다!’ 전단지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와 함께 총회장과 위원장을 향해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북전주노회는 원칙적으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면서도 “차별금지법의 반대를 빌미로 하여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선거의 개입을 유도하는 공문을 작성하여 발송한 것은 총회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예장합동이라는 교단을 대표하고 있는 총회가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거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발송한 공문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고자 정치 편향적이고 주관적인 문구와 선거개입의 표현을 담음으로써 공적가치를 상실하였다”며 “이것은 우리 교단 산하의 교회와 구성원에 대한 무시의 처사이고, 무지의 소산이고, 총회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한국사회에 수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특정 정당ㆍ정부 때리기에 차별금지법 활용하는 목사들

일부 목회자들의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다.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가짜뉴스로 현 정부와 여당, 진보 정당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 광명 소재 김 아무개 목사도 그런 목회자 중에 한명이다. 지난 1월 2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이미 정정 보도까지 나온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사실인양 말했다. 

김 목사는 “심상정이라는 여자는 여당을 자꾸 들쑤셔 갖고,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킨다고 지랄한다”며 “그거 통과되면 나도 감방 가야된다. 여러분 이거 사생결단하고 기도하고 막아야 될 줄 믿는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목사님 하나 감옥 가면 교회가 무너진다”고 했다. 

심 의원은 지난 1월 20일 고양시기독교연합회와 덕양구기독교연합회가 주최한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참석해 목회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계 언론이 ‘동성애는 죄’, ‘차별금지법 반대하자’고 설교하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심 의원이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심 의원은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는가, 안 받는가’라는 질문에 ‘처벌받을 것’이라고 답변했을 뿐이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상식적인 내용이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면 처벌받는다’는 식으로 왜곡된 것이다.

또 탈원전ㆍ소득주도성장ㆍ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트집 잡으며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나라 경제가 폭망이다.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한민국이 40등 이하로 떨어져버렸다”며 “나는 정부가 밉다. 이렇게 잘 살던 나라를 좀 더 잘 살게 해야 멋진 정부지 더 못 살게 만들고…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은 그냥 소주 먹은 놈이나 하라고 그래라”라고 했다.

ㅅ교회 박 아무개 목사도 지난 2월 2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정교분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교회들이 침묵한다면 차별금지법이 통과돼 복음을 전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예로 제시했다. 박 목사는 “심상정이가 ‘처벌받습니다’ 그랬다. 그러면 이 강대상에서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다’, 누가 설교할 수 있나? 하는 즉시 잡혀가는 것”이라며 “기독교의 존재성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교회는 ‘전투함’이자 ‘십자가의 전사’가 되는 앞장서야 한다고 강변했다. 자신이 앞장서겠다며 순교를 해도 자신이 먼저 순교하겠다고 했다. 교인들에게는 ‘십자가의 군병’이 되기를 축복했다.

박 목사는 “신앙의 자유와 진리를 파괴하려는 악한 세력에 저항하는 것을 부인하는 그런 교회는 진리의 사명을 잊어버린 ‘세속화된 교회다, 세속화된 목사다’ 그렇게 생각한다”며 “용기 없는 거다. 우리 교회는 진리 앞에 타협하지 않는 믿음의 선진들을 따라가는 좁은 문 좁은 길로 나아가는 십자가의 군병들이 다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한다”고 했다.

전광훈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중인가운데서도 ‘문재인 하야 집회’ 단골 연사로 나서고 있는 평택 ㅅ교회 강 아무개 목사도 빼놓을 수 없다. 강 목사는 지난달 28일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유튜브 범국민 대회’에서도 현 정부 비난에 앞장섰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집회 자제와 7대 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방역당국을 ‘예배를 방해하는 세력’이자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앞장서서 방해한 바로 왕에 비유했다.

강 목사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예배는 하나님이 거룩한 곳,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 주의 백성들이 모여서 예배하는 것을 원하시는 줄로 믿는다”며 “예물 없는 예배는 예배가 아니다. 어떠한 방법이든 예배를 방해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사단의 영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1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현 정부에게 돌리며 더불어민주당이 사유재산을 국유화시키려고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가짜뉴스도 언급했다. 일부 목회자들이 교인들의 눈치를 보거나 비위를 맞추는데 열중해 죄를 죄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면 징역을 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빠지지 않았다.

강 목사는 “이제는 사회법이 동성애, 성평등이라고 하는 미명 아래 법제화를 하려고 한다”며 “그리고 이것이 ‘죄입니다’, ‘잘못입니다’ 라고 설교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고 2년 이상의 형을 살아야 하는 법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정의당ㆍ녹색당 등 핵심공약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내걸어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이래로 줄곧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이 제출되더라도 보수 개신교와 반동성애 진영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거나 철회되기 일쑤였다. 

예장합동이 소속 목회자들에게 보낸 ‘차별금지법, 반드시 막아야합니다!’ 전단지의 의도가 명확한 이유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주요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명단만 살펴봐도 분명해진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시도돼왔다. 스스로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한 일도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론화시킨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노무현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 2007년 7월 법무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지향, 학력, 병력 등 7개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되자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잇따랐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노회찬 의원이 소속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권영길 의원 외 10인이 추진한 차별금지법 제정도 무산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과 안민석 의원(민주통합당),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 유성엽 의원(무소속) 등이 발의를 시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번번이 좌절됐다. 김재연 의원(통합진보당)이 대표발의하고 김광진 의원(민주당), 임수경 의원(민주당), 장하나 의원(민주당), 조정식 의원(민주당) 등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주도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도되기도 했다. 당시 최원식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50여명의 동료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반동성애 진영과 보수 개신교계의 극심한 반발로 법안을 스스로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임기가 끝나가는 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의당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했지만 발의에 필요한 10명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 공약 중에 하나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건 상태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영화감독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김조광수 감독을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 정책공약집 ‘2020 정의로운 대전환’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상의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뿐만 아니라 차별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받는 다양한 사유와 영역들을 추가로 포함하며,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구제 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정의당 외에도 다수의 진보 정당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녹색당은 주요 공약 중에 하나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이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군형법 92조의 6 폐지’, ‘초중고 과정 성소수자 인권 교육 의무화’ 등을 약속했다. 민중당도 인권 증진 및 평등사회 실현을 목표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 등을 제시했다. 노동당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 동성애 처벌조항 삭제 및 동성혼 법제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는 반대로 기독자유통일당은 21대 총선 대표 공약으로 반동성애를 내걸고 있다. ‘동성애ㆍ이단을 반대할 양심ㆍ표현ㆍ학문ㆍ종교의 자유를 박탈하는 반헌법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 통한 신앙의 자유 수호’, ‘동성애를 옹호하는 각종 법률, 조례, 정책 폐지를 통한 동성애 법제화 저지 및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유지’, ‘성경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남녀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해 가정, 출산, 생명의 가치 수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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