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당신의 전화번호가 보이스피싱 전화번호가 된다면?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KBS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주의 문자 메시지가 번호를 바꿔가며 유포되고 있다. 문제는 이 메시지가 가짜인데다 누구든 보이스피싱 전화번호로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 등에서 유포되는 메시지 포착 이미지. 현재는 없는 번호.
카카오톡 등에서 유포되는 메시지 포착 이미지. 현재는 없는 번호.

최근 SNS상에서는 “오늘 날짜로 미국에서 돌아온 보이스 피씽 최신종 전화사기”라는 메시지가 확산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이미 4-5년 전에 돌던 것으로 부가적인 내용만 추가되거나 제외됐다. 

물론 이 메시지를 KBS에서 작성하고 유포했을 리는 없다. 또 메시지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는 최소 2018년부터 통신이 종료된 번호로 확인된다.

평화나무 취재진이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없는 번호'라는 자동 응답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만 스팸 번호를 알려주는 어플인 ‘후후’에는 해당 번호가 1400건 이상 스팸 신고된 번호로 떴다. 

아울러 전화를 받자마자 돈이 차감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메시지 2-3번 항목처럼 문자 메시지에 적힌 인터넷 링크를 터치하면 악성 어플이 설치돼, 휴대폰에 기록된 금융 정보나 개인 정보가 빠져나가는 기술과 악용 사례는 존재한다. 이른바 스미싱 범죄다. 보이스 피싱이 전화상 목소리로 사람을 속인다면, 스미싱은 문자 메시지로 사람을 속이는 경우다.

 

허경영 번호가 보이스 피싱 번호?

한편 메시지는 전화번호만 바뀌어 유포되기도 한다. 휴대폰 번호가 아닌 02로 시작하는 여론조사 전화번호를 받지 말라는 내용이 돌고 있는 것. 

카카오톡 등에서 유포되는 메시지 포착 이미지. 국가혁명배당금당이 대행 업체롤 통해 사용한 번호.
카카오톡 등에서 유포되는 메시지 포착 이미지. 국가혁명배당금당이 대행 업체롤 통해 사용한 번호.

해당 번호는 지난달 4일부터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배당금당)이 사용한 ARS번호로 확인된다. 해당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허경영 대표의 선거운동 멘트가 흘러나왔다. 

허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경영의 전화 통화를 받은 당신은 행운아”라며 “이번 4월 15일 어떤 정책이 좋을 것인지 꼼꼼히 살피시고 꼭 투표하셔서 후회 없는 선택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열리는 날이다. 한편 허 대표의 음성이 담긴 전화는 단순 투표 독려 메시지로, 특정 후보 지지나 낙선을 유도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소지는 없다.

배당금당 관계자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녹음된 허 대표의 목소리를 '육성'이라고 강조하며, 해당 전화가 대행 업체를 통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금당에서 사용한 전화번호가 가짜뉴스 메시지에 포함돼 유포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현재 해당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자동 응답 안내 음성이 나온다. 특정 기간에만 임시로 사용한 번호로 판단된다. 후후 어플에는 스팸 신고가 2만 건 이상 접수되어 있다.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사진=연합뉴스)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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