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 사건과 한국인의 의식구조

세월호의 선체 일부가 바지선과 접촉하는 문제 때문에 인양 작업이 일정기간 지연되게 됐다. 세월호인양추진단은 23일 오후 10시 진도군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의 좌현 선미 램프 부분이 잭킹바지선에 걸려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수부와 인양업체 상하이 샐비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잠수사들을 투입해 램프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4월 16일 사고 당시 침몰하는 세월호 후미의 좌측 화물램프(빨간원). 2017.3.23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월호 사건과 한국인의 의식구조

세월호 사고 6주년이 벌써 도래하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를 경험한 대다수 시민은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가 같아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한 어떤 공감대를 가진 것 같다. 세월호 사고 관련 도서 중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월호 이후 신학』, 또는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과 같은 제목이 보이는 것도 이런 공감대를 어느 정도 반영해 준다. 아마도 이런 공감대는 시민들이 사고 그 자체를 통해서 받은 충격보다 오히려 그 사고를 다루는 국가기관의 대응 방법과 다수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를 접하면서 받은 충격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비단 이번에 처음으로 경험한 일은 아니지만, 이 사고를 다루는 국가기관의 대응 방법에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점은 사고 원인을 밝힐 구체적인 핵심 물증이나 자료를 공공연하게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다.

사고 직후 선장이 해경 수사관 자택에 머문 정황을 알 수 있는 현관 CCTV 영상기록이 2시간가량 삭제된 일(곽동기, 2014:98-100), 세월호와 진도 VTS(선박관제센터) 사이의 교신기록이 편집된 일(곽동기, 2014:82-89),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을 둘러싼 의문(곽동기, 2014:65-81; 박다영 외, 2016:421-436), 해경이 희생 학생 휴대폰을 사전 검열한 일(곽동기, 2014:90-97), 세월호 희생자와 통화자 사이의 통화목록이 삭제된 일, 사고 당일 오전 7시 5분 이후 시간대의 선박 갑판 위의 CCTV가 편집된 점, 선체 손상 확인을 위한 선체 접근이 3년 가까이 차단되었던 점, 감사원이 국방부 제출의 총 27건의 관련 서류 중―‘4‧16 사고 당시 세월호 침몰 상황도’를 포함한―10건의 서류를 파기한 점이 우선으로 이런 은폐 사실에 해당된다.

이처럼―사고 원인을 밝혀 재발 방지 대책에 골몰해야 할―국가기관이 이런 은폐 행위를 일사불란하게 펼쳐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든 이런 은폐행위를 다소라도 고려한다면, 이 참사를 하나의 해상 교통사고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은 여태껏 이런 은폐 행위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었다는 것은 이 참사가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모종의 사건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2014년 10월 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선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무리한 증톤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조타 미숙으로 배가 변침됐고,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게 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세월호의 과적 운항을 묵인하거나 지시한 혐의로 이들과 함께 기소할 방침이었지만 도피 행각 중 사망한 상태에서 발견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하였다(곽동기, 2014:181-193).

하지만 이러한 수사 발표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검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면서 앞서 거론한 은폐 사실에 대해 전혀 문제 의식을 갖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곽동기, 2014:10-33; 권영국 외, 2014:35-60). 게다가 세월호 사고 하루 전날인 4월 15일에 있었던―오전 10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사과문 발표, 그날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일, 그날 1등 항해사가 선장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선원법 시행령이 대통령령(25310호)으로 개정된 일, 사고 전날 청해진해운에 입사해 당일에 각각 1등 항해사와 조기장이 된 신OO 씨와 전OO 씨의 신원 및 그 행적의 문제(곽동기, 2014:60-64) 등의―작위적인 사전 정황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의 원인 규명을 위한 가장 의의 있는 성과 중 하나는,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가 세월호의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하여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을 발견해 2014년 7월 25일에 발표한 일이었다. 가족대책위원회가 이를 근거로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권영국 외, 2014:169-180; 곽동기, 2014:161-172), 국정원은 지적사항 100개의 항목 중 4개의 항목(15-18번)만 대태러·보안상의 문제점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누가 보더라도 그 지적사항이 세월호의 관리 주체가 아니면 기록할 수 없는 내용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와 국정원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암시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끊이지 않고 드러나고 있다는 데 있다(박다영 외, 2016:530-551).

우리 사회에서―한국 현대사 약 75년 기간 중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국민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도 평가되는―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꽤 다양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주된 원인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 다수 주류 언론의 보도대로 그 책임이 청해진해운의 유병언 전 회장에게 있다고 보는 시각,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고의 침몰로 보는 가설 등등이 이런 관점에 해당된다.

우리가 대부분의 핵심 물증이 은폐된 상황에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 간단한 과제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위에서 열거한 8가지 은폐사실과 4가지 작위적인 정황만 참고해 보더라도 ‘고의 침몰’이란 기획설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지금까지 깨어 있는 시민들이 관련 자료 분석과 믿을 만한 증언 확보를 통해 이 가설의 신빙성을 높여 오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우리의 문화와 관련된 어떤 은폐메커니즘으로 인해, 이 가설이 아직 공론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이런 은폐 메커니즘에 대해, 일찍이 언론인 고 이규태 씨는 『한국인의 의식구조』라는 저서(제1권: 1983:132-187)에서―비록 칼럼 형식이긴 하더라도―‘은폐의식’이란 논제로 다룬 바 있다. 이와 같은 은폐의식이 발달된 경우일수록 그 사회 안에서 기도(企圖)된 비상식적인 은폐 행위에 대해서조차 그만큼 문제의식을 덜 가지게 될 거라는 점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는 같은 책에서 이런 은폐의식과의 연관을 암시하면서 한국인의 ‘공공의식 부재’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이규태, 1983:322-369). 실제로 이 문제는,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묻는 질문에 답하려고 마련된 한 연구서에서,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공공성 수준이 가장 낮았다”고 평가되면서 한 번 더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국민의 의식구조란 다양한 문화‧역사‧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오랜 기간 은연중에 형성되어 주로 ‘집단무의식’의 형태로 잠재되어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여기가 한국인의 ‘은폐의식’이나 ‘공공의식 부재’ 문제를 길게 다룰 자리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세월호 사건에 직면하여 우리의 이런 의식구조상의 취약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찰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속에 얽혀 있는 갈등을 풀어가는 데 그만큼 더 관련성(relevance)을 지니게는 될 것이다.

세월호 사건 1주년 때 간행된 『세월호 이후 신학』이란 도서에, 이 참사를 ‘사회역사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전현식 외, 2015:16). 이는 필자에게 매우 뜻 깊게 다가온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가 우리 현대사의 몇몇 미해결의 의혹 사건들과 분리해 보기 어려운 유사한 패턴이나 공통된 특성을 엿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해결의 사건이란 우선 2012년 12월의 ‘제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과 1987년 11월의 ‘KAL858기 폭파사건 의혹’을 의미한다.

사실 정보력에 제약이 있는 한 개인이 이런 사회역사적 의혹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무리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사건의 진상을 규명키 위해 투신해온 이들의 저작을 검토함으로써, 그 진실에 훨씬 더 쉽게 다가서서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방법은 있다고 본다. 전자에 대해서는, 아래 ‘참고도서’에도 있듯이,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 『18대 대선 개표부정을 고발한다』, 『불편한 진실, 도둑맞은 주권』과 『왜 개표부정인가』를 먼저 참고할 수 있다. 후자에 대해서는 『나는 검증한다, 김현희의 파괴공작』,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 『KAL858, 진실에 대한 예의』, 『KAL858기 폭파사건 종합 분석 보고서』, 『KAL858 전두환, 김현희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만들어진 테러범, 김현희』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의혹 사건을 진지하게 다루는 저작조차도 자신의 전제를 가진 저자가―보다 2차원적 특질을 가진―언어로 기술한 하나의 결과물이겠기에 그 자체가―보다 3차원적 특성을 가진―실체적 진실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의혹 사건에 대해 소양 있는 전문가들이 토론을 통해 다면적으로 접근하여 검증한다면, 해당 의혹 사건의 진상은 더 구체화되고 언어 자체가 지니는 한계는 상당 부분 극복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월호 사건을 포함한 위의 두 가지 의혹 사건이 한 나라의 정치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이에 대한 관련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발표가, 소양 있는 전문가들과의 개방적인 토론을 애써 배제한 채, 거의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위의 두 가지 사건과 세월호 사건이 정치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사안이라는 것은, 앞선 두 가지 사건은 어떤 세력의 ‘정권(政權) 창출’과 관련이 있고, 세월호 사건은―개표부정으로 인해 정통성이 없는―동일한 세력의 ‘정권 유지’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사회역사적 의혹 사건의 공통점은―해당 국가기관과 합리적 의문을 가진 전문가들 간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시점까지―어쩌면 어떤 세력의 정치권력 쟁취 및 유지라는 목적을 위해 그 수단과 방법을 희생시킨 우상숭배적 탐욕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잠정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추정에 근거해, 우리가 세월호 사건 이전과 확연하게 다른 우리의 사회와 역사를 이루어가려면, ‘세월호 사건’, ‘제18대 대선 개표부정 문제’ 및 ‘KAL858기 사건’과 관련된 시민단체와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먼저 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것은 한국현대사 속에서 공권력이 개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의 성격과 배후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지가 담보되는 당사자성(當事者性)뿐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통한 보다 종합적인 문제해결력이 함께 요구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세월호 사건 발생 약 5년 7개월 만인 작년 11월 11일에, 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려서 이 참사의 진상을 재규명하여 의법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특히 정치권력 문제와 관련된 그간의 검찰의 관행이나 행보를 고려하면, ‘특별수사단’의 성과에 대한 큰 기대는 금물일지도 모른다.

『촛불 혁명』의 저자 김예슬(2017:249, 296-297)은 “세월호 참사는 한 정권의 문제를 넘어” 선 문제라고 올바르게 지적한다. 이 말은 이 참사가 우리의 교육, 언론, 정치, 사법(특히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적법한 처벌 방기) 등의 주요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제3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약 50년 만에―거의 필연적으로 귀결된 사건이라는 점을 주로 암시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어제의 죄악을 오늘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라는 카뮈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카뮈의 이 말은 제18대 대선을 주관한 우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적실(適實)하게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개표부정이란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 사법기관이 엄정한 처벌을 방기했을 때, 중앙선관위 주도로 2013년 10월에 창립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한국산 전자투표시스템을 보급하여 여러 나라의 대선이나 총선에서 개표조작 시비를 연이어 일으켜왔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 사는 시민으로서 자국이 보다 정의롭고 보다 평화롭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볼 때 해당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거나 왜곡될 때 이런 정의와 평화의 나라에 대한 바람은 그만큼 지연을 면하기 어려웠다. 비록 기득권이 구사하는 이념에 휘둘리기 쉬운 분단체제의 상황일지라도, 특히 우리사회의 소양 있는 전문가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과제에 더 많이 관여해 준다면, 그 성과는 우리사회의 주요 시스템을 제대로 반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파급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도서

곽동기, 2014. 『세월호의 진실』. 서울: 도서출판615.

권영국 외(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14.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파주: 생각의 길.

김정대 외, 2012. 『KAL858 전두환, 김현희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 나이테미디어.

김후용, 2015. 『불편한 진실, 도둑맞은 주권』. (부제: 18대 대선 개표조작을 밝 힌다). 서산: 도서출판 출애굽.

노다 미네오, 2004. 『나는 검증한다, 김현희의 파괴공작』. 전형배 옮김. 서울: 도서출판 창해.

박강성주, 2007. 『KAL858, 진실에 대한 예의』 (부제: 김현희 사건과 ‘분단권력’). 서울: 선인.

박다영 외(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2016. 『세월호, 그날의 기록』. 서울: 진실의 힘.

서현우, 2010. 『KAL858기 폭파사건 종합 분석 보고서』. 서울: 도서출판 창해.

신동진, 2004.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 서울: 도서출판 창해.

신성국 외, 2017. 『만들어진 테러범, 김현희』. 인천: 공감.

이규태, 1983. 『한국인의 의식구조』①. 서울: 신원.

전현식 외, 2015. 『세월호 이후 신학』. 서울: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정병진, 2014. 『18대 대선 개표부정을 고발한다』. 여수: 바위솔출판사.

정병진, 2016. 『왜 개표부정인가』. 여수: 바위솔출판사.

한영수 외, 2013.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 서울: 선거무효소송인단. 

이철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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