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코로나19-신천지 사태에 작년 9월 18일 신천지의 최대 연간 행사인 HWPL 만국회의에 축전을 보낸 정치인 중, 신천지 행사인 걸 인지한 채로 축전을 쓴 정치인은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당시 신천지는 만국회의를 준비하며 여러 정치인들에게 접촉하여 축전을 받았다. 평화나무 취재 결과 보좌진에서 관례대로 축전을 보냈거나, 신천지가 다른 위장 단체 이름으로 접근하여 축전을 받는 등의 배경이 있었다, 당시 보도 이후 일부 정치인들은 신천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표하거나 축전을 보낸 보좌진을 징계하기도 했다.

신천지가 작년 9월 18일 만국회의에서 공개한 정치인 축전 일부(사진=HWPL 유튜브 발췌)
신천지가 작년 9월 18일 만국회의에서 공개한 정치인 축전 일부(사진=HWPL 유튜브 발췌)

한 지방자치단체의 A 의원은 신천지에서 찾아와 같은 지역의 B 국회의원도 축전을 써줬다며 설득해 축전을 써줬다. 하지만 평화나무 취재 당시 B 국회의원실에서는 축전을 써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천지 측이 사용해온 거짓말 전략 중 하나인 ‘빌 게이츠 사위 만들기’에 속은 것으로 분석된다. ‘빌 게이츠 사위 만들기’ 전략이란 둘 이상의 대상에 따로 접근하여 거짓말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속임수다.

A 의원은 8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요즘 신천지는 꼼짝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이 좁아 봉사 활동을 하며 신천지 봉사단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던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운동이든 봉사 활동이든 모임 자체가 중단되다 보니 활동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보았다.

한편 A 의원은 축전을 보낸 뒤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내가 신천지라고 소문이 나서 시민들이 “이만희 개X끼”라고 해보라고 한다. 내가 공인인데 시킨다고 욕을 할 수는 없다. 욕을 안 하니 (시민들이 나를) 신천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천지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당황스럽다. 희한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도 했다.

신천지 이만희 교주를 욕해보라는 요구는, 코로나19-신천지 사태가 불거질 초반 신천지 신도가 아님을 증명하는 방법이라며 카카오톡 등에서 유행했던 농담이다. 과거 북한 간첩을 파악하려면 “김일성(시대에 따라 김정일, 김정은으로 변화) 개X끼 해봐”라고 물어보라던 농담이 신천지 버전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신천지 신도들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교주 욕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은 “오해를 계속 낳으니까 신천지 (사건이) 터지면 기사가 페이스북 등에 또 올라오고, 지인들이 기사를 보낸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남북 교류도 하고 안 갈 데가 없다. 정치인들이 사람 모이는 데는 다 가는데, 일파만파 (소문이 퍼져) 나도 어렵다”고 했다. 신천지라고 정치인들이 가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A 의원은 향후 신천지에 축전을 쓰는 일 등이 또 있겠냐는 질문에 “두 번 다시 있겠나? 그들(신천지)도 접근하지 않는다. 내가 언론에 나와 수모를 겪었는데 그들도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는 “‘신천지’ 소리가 나면 경기가 일어난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