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수 개신교 등에 업으려던 황교안, 초라하게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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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수 개신교 등에 업으려던 황교안, 초라하게 퇴장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4.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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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 정신과 거리 먼 구태정치로 보수 개신교 동반 추락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참패로 미래통합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 황교안 캠프 제공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4.15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황 대표는 개표 상황에서 통합당의 참패가 예상되자 통합당 개표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우리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고 제 불민이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만해도 이 같은 퇴장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아니, 정치입문과 함께 대선주자 반열에 오리며 한 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을 줄만 알았다. 일단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스펙'에 잘 생긴 외모, 그리고 점잖은 말투 등이 보수 진영을 매료시켰다. 

이 같은 기대감을 등에 업고 황 대표는 정치입문 1달 만에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황 전 대표의 '밑천'은 금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황 전 대표의 행적을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황 전 대표의 퇴장과 보수 개신교의 상관관계만 따져 보려 한다. 

일단 황 전 대표는 보수 개신교계와 관계가 밀접하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과정으로 신학을 공부했고, 성일침례교회에서 협동 전도사로 시무한 경력이 있다. 

황 전 대표는 국무총리 재임 시절부터 자주 동정이 언론에 노출됐는데, 늘 식사 때면 기도하는 모습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되곤 했다. 황 전 대표도 개신교 교회와 유착하려 했다. 황 전 대표는 한국당 대표에 오르자마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찾았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대표회장 전광훈 씨는 그를 융숭히 대접했다. 

하지만, 정치활동에서 황 전 대표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한 적은 별로 없었다. 선거 막바지, 황 대표는 꽤 강한 수위의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발언은 이랬다.

“이 정부,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 테러를 할지 모릅니다. 이미 한 거 보지 않았습니까?”

"이 정권이 만약에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 마디로 나라 망합니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황 전 대표는 정치활동 내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가,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현 정부를 향해 이토록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뱉은 건 우리 정치사에서도 무척 이례적이다. 

국민과 역사 앞에 황 대표가 할 일 

황 전 대표는 문 정부를 단순히 '정치적으로' 반대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문재인 정부를 척결해야 할 '거악'으로 보았고, 자신을 거악과 싸우는 전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종교, 더 구체적으로 보수 개신교의 근본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황 전 대표의 근본주의적 사고방식은 유세 과정에서 또 한 번 드러났다. 유세전이 한창이던 5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는 황 전 대표를 향해 "야당 지도자께도 함께 지혜를 모으자 호소한다"고 말했다. 전날 유세에선 "황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 우리는 어차피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것은 문재인 정권의 문제"라며 "이들을 미워한다"고 썼다가 삭제했다. 

공교롭게도 이낙연 현 당선인도 그리스도인이다. 이 당선인의 호소에선 '합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의 말씀이 떠오른다. 반면 황 전 대표의 언사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무색케 한다. 

황 전 대표의 등장을 누구보다 반긴 세력이 있었다. 바로 보수 개신교 세력이었다. 보수 개신교는 황 전 대표가 국무총리에 오르는 시점부터 그를 주목해왔다. 당시 보수 개신교계는 황 전 대표를 이집트에서 총리에 오른 요셉에 빗대곤 했다. 

그러나 황 전 대표가 보수 개신교계로부터 정치적 이익을 얻지는 못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때 황 전 대표는 전광훈 씨와 손잡기도 했다. 지난 해 10월 대규모 장외집회에서도 황 전 대표는 전 씨 덕에 세과시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씨는 올해 초 황 전 대표와 결별해 독자 노선을 갔다. (전씨는 기독자유통일당을 주도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원내진입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보수 개신교계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기에, 황 전 대표가 이들에 기댄다 한들 실익을 기대하기는 난망했다. 

황 전 대표의 퇴장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공감을 이끌어내기 보다 증오와 지지세 결집에만 의존하는 저급한 정치의 표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보수 개신교계의 정치적 영향력 후퇴라는 점에서 더더욱 반갑다. 

황 전 대표는 물러나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제 역할이 뭔지 성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전 대표가 할 일은 분명하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가와 국민 앞에 이실직고 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는 일이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대통령 기록물 봉인 의혹을 해명하는 일도 빼놓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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