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뒷맛 남긴 사법부, 전광훈 보석 결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씨가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br>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씨가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br>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2월 구속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씨가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20일 전 목사에 대해 조건부 보석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면서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 시위에 참가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이밖에 ▲ 전 씨의 주거지를 현 주거지로 제한하고 주거 변경시 사전에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며 ▲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해야 하고, 출석 불가시 사유를 명시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전 씨는 구속 이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구속적부심을 여섯 차례 청구했다. 한 번 기각 결정이 나면 재청구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전 씨는 계속해서 구속적부심을 청구했고, 이로 인해 구속기간만 늘어났다. 

전 씨는 여론전도 벌였다. 구속 이후 그가 담임했던 사랑제일교회는 철야기도회를 열어 석방을 촉구했다. 극우 유투버도 가세했다. 극우 유투버 '신의 한 수'는 지난 달 18일 '전광훈 목사, 생명이 위협 받는다!'는 제하의 영상에서 “전 씨가 경추 후종인대 골화증 - 수술 3회 후를 주 상병으로 앓고 있다”며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이 방송은 또 전 씨가 이 밖에도 경추 척수증 신경손상, 경추 척수증성 상지, 하지 신경마비, 당뇨, 당뇨병성 신경염, 만성피로 증후군, 갑상선 저하증, 당뇨병성 방광증 등을 앓고 있다며 급사 위험이 높다고도 주장했다. 

사법부를 향해선 "위중한 상황에 있는 전광훈 목사를 구속시킨 상태에서 수사를 강행한다는 건 '사실상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구속적부심을 연이어 기각시키는 법원에 대한 의도의 불순함에 대한 의혹도 커져가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KBS는 '신의 한 수' 방송 이틀 후인 3월 20일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 "전광훈 목사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현재도 병원이 아닌 구치소에 계속 머물고 있다"고 알렸다. 

그럼에도 전 목사 측은 건강이상설을 굽히지 않았다. 전 목사 측 변호인은 지난 1일 "전 목사가 경추 1, 2번의 운동기능이 없어 넘어지거나 수면 중 급격한 자세 변화로 인해 경추동맥이 손상될 수 있다. 이 경우 바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데, 수감돼 있어 응급처리가 불가한 상태"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재판부는 보석 결정을 내렸다.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전 씨 석방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전광훈, 가중처벌 받아야 하지 않은가? 

형사소송법 제95조에 따르면 보석은 ▲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이뤄진다. 

전 씨는 공직선거법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전 목사는 지난 해 10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 받았다. 그런 전 씨가 재차 같은 법을 위반해 구속된 것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95조 중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이고 당연히 보석제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전 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가 법리 검토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리라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일반의 법 감정과 괴리된 것 같아 아쉽다. '카타콤교회' 양희삼 목사도 보석결정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기자에게 "전광훈 목사는 선거 사범으로 재범을 저질렀다. 더구나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보석이라니, 상식적으로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구나 전 씨가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을 향해 무차별 고소고발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결정은 분노마저 일으키게 한다. 

이 대목에서 사법부에게 묻는다. 사법부는 왜 전 씨에게 이토록 관대한가?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관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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