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조작 의혹, 음모론과 진실 사이
상태바
사전투표 조작 의혹, 음모론과 진실 사이
  • 정병진 기자
  • 승인 2020.04.22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선관위 사전투표함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21대 총선이 끝났지만 보수 유튜버들은 연일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중이다.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무려 180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둔 집권 여당의 승리를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듯, 음모론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주요 방송사나 신문들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검증하는 기사들로 그들이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검증 기사 중에 투표함 봉인지의 참관인 서명 조작 의혹은 끈질긴 기자의 취재로 별 문제 없음이 확인됐다. 또 서울, 경기, 인천 등 세 지역의 개표 결과가 소수점만 빼면 63%대 36%로 동일하다며 그게 바로 조작의 증거라는 주장도 한 방송사의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각 정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은 제 각각인데 기타 정당과 무소속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득표율을 비교한 값만을 인위적으로 구해 조작 증거라 주장했음이 드러났다. 설령 최종 득표율을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개표 현장의 무수한 개표사무원과 참관인마저 속일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보수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선관위는 과연 책임이 없는지 묻고 싶다. 총선일 훨씬 전부터 유명 보수 유튜버들은 ‘사전투표’가 조작 위험이 있다며 ‘사전투표보다는 본 투표일에 투표하라’는 취지의 방송을 수차례 진행했다.

공명선거국민연대라는 단체는 “사전투표X, 선거 당일 O - 4.15 당일에 투표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들을 도심 곳곳에 붙이는 활동을 하다가 선관위에 의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보수 유튜버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사전투표 조작 위험성을 총선을 앞두고 부지런히 홍보했다. 총선 이후 그들이 조작 의혹을 제기하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보수 유튜버들이 경고하는 사전투표 조작 위험성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불안을 말끔히 해소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 정인화 의원(무소속, 광양·곡성·구례)이 “관외 사전투표함 전용 CCTV가 없어 관리상 허점이 있으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거듭하였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끝내 CCTV 설치를 하지 않아 지금의 의혹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선관위는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에는 CCTV를 설치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반면 ‘관외 사전투표함’을 보관하는 사무국(과)장실에는 사전투표 제도 시행 이래 CCTV 설치를 하지 않는다. 아직 관련 법령이 없기에 설치를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에는 자진해 CCTV를 설치하면서도 관외 사전투표함 보관하는 곳에는 설치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 형평에 어긋난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변명은 이렇다.

“관외 사전투표지를 담은 회송용 봉투는 전국의 투표소에서 하루에도 두세 번씩 우편으로 송부돼 온다. 그때마다 확인·접수·투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위원회 모습들이 CCTV에 그대로 촬영이 된다든지 또 투표지를 넣고 봉투를 넣는 과정들이 새로운 오해를 낳을 수 있어서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

여수선관위 사무국장실에서 관외 사전투표함을 이송하는 장면 

또 선관위는 “관외 사전투표함 관리 전용 CCTV는 없지만 회송용 봉투를 관외 사전투표함에 투입할 때는 정당 추천위원들이 입회하기에 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사전투표함을 4~5일간 보관하는 동안 관외 사전투표함을 두는 사무국(과)장실에 드나드는 사람은 주로 사무국장, 선관위 직원, 정당 추천위원들이다. 그 중에 정당 추천위원들의 경우는 선관위 직원들이 하루 중에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투입하기로 약속한 시간에 잠깐 들를 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선관위 사무총장과 직원들만 드나드는 통제 공간이다. 참관인조차 들어갈 수 없다. 국민들은 그 긴 시간동안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수를 증감하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선관위 직원들의 정치 성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서로가 감시자나 다름없다. 선관위 공무원이 ‘투표수 증감죄’를 저지르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공선법 249조 제2항)을 받기에, 그 위험을 감수하고 이 같은 범법 행위를 할 자도 매우 드물 게 틀림없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주권 행사인 ‘단 한 표’라도 왜곡되면 안 되기에 관외 사전투표함 보관소에 전용 CCTV 설치는 꼭 필요하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앞서 “우체국이 하루에 두세 번씩 배달한 관외 사전투표 회송용 봉투를 선관위 직원들이 ‘그때마다’ 투표함에 ‘투입’”하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선관위 직원들이 관외 사전투표지가 담긴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투입하는 일은 하루에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우체부가 관외 사전투표 회송용 봉투를 배달하는 횟수도 하루에 1~2회이다. 수시로 회송용 봉투를 배달하거나 투표함에 투입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관외 사전투표함 전용 CCTV를 설치한다 해도 오해를 살 일은 없다. 오히려 투명한 사전투표 관리가 되기에 지금과 같은 ‘사전투표 조작’ 의혹 대폭 줄일 수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야말로 선관위의 신뢰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민경욱, 참관인에게서 투표용지 받았다"
  • 전광훈, 보석 석방되자마자 다시 꺼내든 ‘세계기독청’
  • [인분교회] 합숙소 겹쳐서 앉아서 잤다
  • 김명진 목사 옹호 나선 '인분교회' 교인
  • 경향신문에 대한 취재 거부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 부천 신중동 사전투표자 1만8210명, 그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