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인력' 좋아하던 극동방송, "소정의 출연료 책정했다" 주장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 차원에서 논의 중인 재난기본소득을 비난하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자신의 극우적 정치 성향을 또 다시 드러냈다. 김장환 목사가 일개 개인이 아닌, 한 방송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극우성향은 개신교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극동방송은 2월 20일 이후 코로나19 방역 협조 차원에서 운영위원과 직원 대상으로 열리는 목요아침예배를 중단했다가 23일 재개했다. 

김 목사는 23일 극동방송 운영위원 목요아침예배를 재개해 ‘하나님이 부르는 사람2’(야고보서 4장 6-10절)를 주제로 말씀을 전하면서 “오늘 나온 분들은 용감하고 겁도 없는 분들”이라며 “승리하자”고 권면했다. 이날 아침식사는 200도 오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인 샌드위치가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어 "오늘 아침에도 신문을 서너 가지 읽으면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이 있다"며 “부자들, 소득이 많은 사람들 돈을 기부해서 없는 사람들에게 주었으면 좋겠다는 A당의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안내면 사회가 어떻게 몰아갈 지 빤히 알죠?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데, ‘가난’은 나라도 못 당한다고 했다. 있는 사람 것을 없는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생각할 때 좋은 생각 같으나, 공짜는 없다. 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일임을 기억하라"며 재난기본소득을 비난하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목사는 “엊그제 내가 이발하는데 이발사한테 '돈 얼마 받았어?'라고 물으니, (이발사가) '20만원 받았다'고 그러더라”며 "'몇 번 찍었어?' 라고 물으니, '2번 찍었다'고 했다”며 “우리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모든 사람이 자기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자기 삶을 이어가야지 공짜라는 것은 없다. 기억해라. 여러분이 투자하고 싶은 데가 있으면 기업에 투자하라. 그래서 그 사람들이 일자리를 창출해 열심히 일한 대가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임을 믿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목사는 앞서 22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대신 고소득층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합의한 것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패배 이후 “정부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선회하며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목사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해 보겠다는 취지를 왜곡한 것도 논란거리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김 목사의 발언이 더욱 설득력이 얻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극동방송의 3670억원(2018년 공표 기준)에 달하는 업계 4위의 자산 규모 이면에는 '무보수'를 당연시 하는 관행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잊을만하면 전직 직원과 봉사자들의 입에서 폭로되는 탓이다. 

김 목사의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이날 ‘겸손’을 강조했다. 그는“지난번에는 하나님께서 부르는 사람이 ‘사랑의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두 번째는 ‘겸손한 사람’을 찾고 계시고 부르고 계시다. 180석을 얻은 민주당이 180석 얻고 난 다음 ‘겸손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극복해 나간다고 하는 것이 전 세계 뉴스에 나왔는데 정부가 잘 한 것인지 우리 국민이 협조를 잘 해서인지 생각해 보라. 저는 한국의 나이팅게일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기 생명을 희생해가면서 의사, 간호사, 병원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이) 이 정도로 세계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들의 노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온전히 의료진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극우 유튜버와 정치권에서 주로 나오는 주장이다. 의료진의 우수성과 헌신에는 이견이 필요 없다. 그러나 의료진과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낸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낸 정부의 역할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일부 극우 인사들의 주장은 오히려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힐 만큼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평화나무는 한기붕 극동방송 사장을 통해 김 목사가 한 발언의 취지가 '재난기본소득이 국민으로 하여금 공짜를 바라게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뜻을 피력한 것인지, 김장환 목사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는데 극동방송 출연자와 봉사자들이 여전히 무보수 관행을 제보해 온다. 개선할 생각이 있는지'를 질의 했다. 

이에 한기붕 사장은 "와전된 내용이 많다"며 "설교제목은 '하나님이 찾으시는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사람, 하나님이 찾으시는 사람에 대해 설교하면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어렵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어려우니 기업에 투자가 많이 이뤄져서 경제가 부흥되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평화나무 취재진이 설교의 원문을 읽어주며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고 생각할만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재차 묻자, "그런 설교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무보수 관행을 지적하는 제보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질문에는 "현재는 극동방송 출연자들에게 소정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장환 목사의 정치 성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0월 17일 극동방송 운영위원 아침예배에서는 “최근 신문을 통해 ‘내로남불’의 뜻을 알게 됐다. 이런 나라 산다는 것이 슬프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12.12 군사 쿠데타 40년 되던 지난해 12월 12일에는 전두환과의 오찬 회합에 참석해 “각하께서”를 거듭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은 물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 보수 정치권 인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끈끈한 인맥을 자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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