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정부·지자체, 종교 단체 통제력 높여야

1993년 4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 근거지를 둔 이단 종파 ‘다윗의 별’이 미 FBI와 51일 동안 대치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 CNN 화면 갈무리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집권 시절 세 차례 곤욕을 치렀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미군 병사 사상, 그리고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벌어진 참사 등이다. 특히 르윈스키 스캔들로 클린턴은 탄핵위기로까지 몰렸다. 소말리아 사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1년 작 <블랙 호크 다운>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반면 웨이코 참사는 국내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턴에겐 큰 오점으로 남았다. 웨이코 참사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이비 종교집단인 '다윗의 별' 집단을 무력으로 진압하려다가 대규모 희생자를 낸 사건을 말한다. 

1993년 4월 19일 데이빗 코레시라는 사이비 교주와 추종자들은 FBI와 51일 동안 대치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데이빗 코레시는 원래 음악가였다가 종교에 심취했고, '다윗의 별'이란 이단종파를 만들었다. 비극은 이 분파가 엄청난 무기를 사들인데서 시작됐다. 데이빗 코레시는 종말의 날에 사탄의 군대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교의를 설파했고, 그래서 무기를 사들이라고 독려했다. 

미 정부 당국은 이 분파가 너무 많은 무기를 사들이고, 또 사들인 무기를 개조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술·담배·화기단속국'(ATF)이 텍사스주 웨이코 에 있는 이들의 근거지를 급습했다. 그런데 이들의 저항은 완강했다. 엄청난 화력을 앞세운 저항에 ATF는 요원 넷을 잃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ATF 요원이 다윗의별 분파로부터 총격을 받아 쓰러지는 장면은 TV로 실황 중계됐다)

결국 FBI가 나섰다. FBI는 다윗분파에게 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다윗의별 신도들은 교주인 코레시가 ATF와의 대치에서 부상을 당하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FBI는 대치 끝에 탱크를 앞세우고 근거지를 공격했다. 이러자 코레시와 신도들은 불을 질렀고 결국 죽음을 택했다. 

웨이코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강경진압을 했다는 비판이 넘쳐났다. FBI가 상황 판단을 잘못한 건 사실이다. FBI는 대치상황을 일반적인 인질극으로 보았다. 하지만 코레시와 신도들은 종말론적 믿음을 신봉했고, FBI가 진압을 시도하자 신도들은 교주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 

이 사건은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컷다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이었다. 그 이유가 실로 어처구니없다. 코레시는 여성 신도라면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여성 신도들은 이 지시를 따랐다. 이런 이유로 웨이코에 있던 다윗의별 분파 근거지엔 아이들이 넘쳐 났다. 코레시는 FBI와의 대치 상황에서 이 아이들을 방패막이로 삼았고, 아이들은 어른들 싸움에 희생 당해야 했다. 요약하면 웨이코의 비극은 사이비 교주의 일그러진 믿음과 FBI의 판단 착오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단 종파 조장한 ‘수정헌법 1조’

이 사건 이후 미국 헌법이 명문화하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교분리 원칙이 다윗의별 따위의 사이비 종교집단의 등장과 활동에 정부 개입을 막는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웨이코 사건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서울시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단 3월 (사)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한데 이어 24일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에 대해서도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서울시는 이미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낸 상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신천지의 이단성이나 반사회적 성격이 강한 전도 행위는 논란거리였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음지에서 세를 키우던 신천지가 양지로 드러났을 뿐이다. 

서울시의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따른 것이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신천지에게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표면적으로는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은 달라졌다. 신천지의 집회·전도 방식이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에 대해선 관계 당국이 엄중하게 단속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점에선 정통이라고 자처하는 종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더 이상 이단성 강한 종교분파가 정교분리라는 원칙에 숨어 암약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대량 인명피해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원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등 사이비 종교인의 존재로 큰 상처를 입었다.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종교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통제력 강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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