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신학생들, 24일 명성교회 세습 수습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신학생’들은 24일 장신대 미스바광장에서 ‘코로나 사태 앞의 봄 노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신학생’들은 24일 장신대 미스바광장에서 ‘코로나 사태 앞의 봄 노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들이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해준 지난 제104회기 총회 수습안을 철회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 68개 노회가 봄 노회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105회 총회 총대를 선출하는 만큼 상처 입은 교단의 공공성을 회복시키는 일에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신학생’은 24일 장신대 미스바광장에서 ‘코로나 사태 앞의 봄 노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목회지 대물림(세습) 근절’, ‘윤리적 교회상 회복’,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노회와 총회’가 돼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봄 노회에서 선출되는 총대 구성에서부터 무너져버린 교단의 공공성 회복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발가벗겨진 한국교회의 민낯에 대한 뼈아픈 반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학생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많은 개교회가 온라인예배로 전환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천 마스크를 제작해 보급하고, 막대한 재원을 조성해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과 마음을 전했다”며 “그러나 한국교회로부터 등 돌린 민심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과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세상보다 깨끗하지 못했다. 세상보다 정직하지 못했고,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유통했다. 세상을 억압하는 불의에 맞서기보다는 불의한 질서에 편승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외부의 지적이나 비난에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교단 내부에서부터 철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다가오는 제105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학생들은 "세상의 의심과 질문 앞에 우리 내부의 문제를 개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우리 스스로 떳떳한 교회와 교단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우리 교단의 선배들과 지도자들, 교회의 깨어있는 장로님들과 목회자들께 호소한다. 노회를 움직여 달라.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파 속에서 한국교회는 새롭게 거듭나느냐, 아니면 충격파에 휩쓸려 회생이 불가할 것인가라는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예장통합 산하 전국 68개 노회가 이번 봄 노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해준 제104회기 총회 수습안에 대한 무효 청원 ▲교회 자정과 내부 개혁을 위한 과제 설정 ▲파편화된 교회 구조 개혁을 위한 정책 대안 제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생들이 제시한 의제로는 ▲지역갈등과 이념갈등 ▲사회적 참사와 국가폭력에 대한 위로 ▲N번방 사건으로 불거진 성범죄와 성착취 ▲토지공공성 ▲노동시장 차별 근절 ▲기후재난과 환경오염 등이다.

신학생들은 “지난 104회기 총회 수습위원회의 결의안은 거짓 평안을 위한 미봉책이었다. 절차적으로는 부실했고, 교단 헌법의 법적 구속력과 권위는 무너져 버렸다”며 “이번 봄 정기노회가 세습을 막아낼 유일한 기회다. 올해 6월까지 진행되는 봄 정기노회에서 각 노회별로 104회기 총회 수습위원회 수습안에 대한 무효 청원을 결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교단 중에 하나인 예장통합이 앞장서서 ‘세상이 기대하는 윤리적 교회상’도 제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60대 남성 목회자’ 위주로 진행되는 교단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총회 차원의 디아코니아 체계 구축에도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신학생들은 “세상의 위기 앞에 복음의 진리와 하나님 나라의 온전함을 드러내는 우리 교단과 교회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며 “마포 삼열 목사님을 기념하는 이곳 선지동산에서 복음의 열정과 순수함을 떠올리며 근본과 근원을 찾아가는 한국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그런 교회와 교단을 만들어가는 2020년 봄 정기노회가 되길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신학생’ 기자회견에는 장신대 대학부 비상대책위원회, 교회음악학과 학생회, 기독교교육학과 학생회, 신학과 학생회, 장신대 신대원 목회연구과 학우회, 신학과 학우회, 신학과 여학우회, 신대원 동아리연합회, 신학춘추 등이 참여했다. 예장통합 봄 노회는 지난 13일 대전노회를 시작으로 6월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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