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기금 받고 세습 용인한 목회자들

지난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채택되고, 지난달 29일 서울동남노회에서도 김수원 목사 측과 명성교회 측의 합의안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계속해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채택되고, 지난달 29일 서울동남노회에서도 김수원 목사 측과 명성교회 측의 합의안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계속해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수의 공생애에서 가롯 유다의 배신은 가장 극적인 장면이다. 사복음서 기자들은 가롯 유다가 은 30냥에 예수를 로마 제국에게 팔아 넘겼다고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당시 은 30냥이면 하찮은 돈이라고 한다. 여기서 왜 복음서 기자들이 굳이 예수의 몸값을 구체적으로 기록했을까?란 의문이 인다. 이에 대해선 가롯 유다의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예수는 공생애를 통해 가난한 자, 약한 자, 병든 자가 주인 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설파했다. 동시에 당대 종교권력인 바리새인들과 논쟁을 즐기며 기존 질서의 전복을 시도했다. 

세속 권력인 로마 제국, 그리고 종교권력인 사두가이인들은 이런 예수를 불온시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법처리는 쉽지 않았다. 그가 가는 곳마다 대중이 구름 같이 운집했기 때문이었다. 가롯 유다는 이들에게 단돈 은 30냥을 받고 예수를 팔아 넘겼다. 로마 제국과 종교권력자들로선 반색할 일이다. 

 

돈에 영혼 판 동남노회 전 임원진 

이제 새삼 가롯 유다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설명할 차례다. 명성교회 세습으로 갈등이 불거졌을 직후, 최관섭 목사 등 동남노회 전 임원진이 명성교회 기금 중 일부를 수령한 정황이 동남노회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2017년 12월 최관섭 노회장 등 임원회는 재정 상황이 열악한 미자립교회 70여 개를 돕겠다며 명성교회에 2억의 후원금을 요청했다. 이에 명성교회는 5일만에 노회교회동반성장위원회 계좌로 '노회 내 미자립교회 목회자 후원목적' 명목으로 2억원을 송금했다. 최관섭 노회장과 서기 김아무개 목사는 이 기금 중 일부인 3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최관섭 노회장은 친명성행보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7년 11월 명성교회에서 있었던 김삼환 원로목사 은퇴-김하나 목사 위임예배 사회를 맡은 이도 최 노회장이었다. 한 달 전인 10월엔 동남노회 파행상태에서 노회장으로 당선 되어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을 가결했다. 이에 대한 사례였을까? 최 목사는 위임예배 후 한 달 뒤 300만원을 챙겼다. 

명성교회 세습이 한국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왔는지에 대해선 다시 논하고 싶지 않다. 

명성교회 세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에 교계 언론은 물론 KBS, MBC, JTBC,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는 점만 말하고 싶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앵커브리핑'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신사참배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일갈하기까지 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교단 헌법이 금하는 일이다. 지난 해 8월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불법이라 판단한 근거도 "해당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담임목사로 임명할 수 없다"는 예장통합 교단 헌법 28조 6항이었다. 

그럼에도 명성교회 세습은 2021월 1월로 기정사실화됐다. 내부 동조자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두고 혹시 명성교회가 목회자를 매수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없지 않았다.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면, 그저 음모론 수준의 의심이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런데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일 수 있음이 동남노회 별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기금 수령 내역을 보면 실로 기가 막힌다. 

최관섭 목사가 받은 금액은 고작(?) 300만원이다. 최 목사는 이 돈을 받고 전사회적인 관심이 쏠린, 신사참배 다음으로 한국교회 100년사에서 수치스러운 일로 꼽히는 명성교회 세습을 눈감아 준 것이다. 이런 행태는 고작 은 30냥에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가롯 유다는 예수를 팔아넘긴 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돈을 받은 당사자인 최 목사는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최 목사는 수령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돈을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에게 줬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가롯 유다도 혀를 내두를 한국교회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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