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박종찬 기자]전두환 씨의 재판이 27일 시작되자 ‘박사모’ 카페, 스마트폰 메신저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전 씨를 옹호하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4월 27일 법원을 나서는 전두환·이순자 씨(사진=연합DB)
4월 27일 법원을 나서는 전두환·이순자 씨(사진=연합DB)

 

전두환이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의 희생자?

한 메시지는 2018년 1월 8일에 쓴 글을 다시 올린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난을 받는 이유”로 음모론을 펼쳤다. 메시지는 전두환 씨가 “백담사 유배”, “노태우와 함께 구속”에 이어 이번 재판까지 “시련과 고난”을 받는 이유를 “우리 한민족을 끝까지 죽이려 했던, 당연히 우리의 주적이요 인류의 공통의 주적인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이며 붉은 용의 무리에 의한 처절한 복수극”이라고 보았다.

카카오톡 유포 메시지 일부
카카오톡 유포 메시지 일부

메시지는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가 6.25 전쟁도 일으켰으며, 김재규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가 김재규를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앉히려 했지만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김재규를 체포하여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의 계획을 막았다고도 했다.

메시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가 “광주 교도소에 있었던 시국사범 2000명 이상을 탈출시켜 전국적 봉기의 불씨” 삼아 ‘제 2의 6.25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며 기존 광주민주화운동 가짜 뉴스에 음모론을 섞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첩보(?)를 입수하고 공수부대를 교도소에 매복시켜 북한 특수군 430명을 사살하여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의 계획을 무산시켰다고도 주장했다.

또 북한 측의 전두환 암살 기도로 알려진 1983년 9월 아웅 산 묘역 테러 사건, 전두환 ‘군사 독재 아이콘’ 프레임 형성과 그로 인한 민주화 운동 세력의 항거 등을 전두환을 제거하려는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가 사주하거나 배후에서 추동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가 ‘서버 해킹’ 선거 부정으로 노태우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후 전두환을 체포하라고 했으나, 노 대통령이 전 씨를 백담사로 유배만 보냈고 이에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가 다음 대선에서 김영삼을 당선시켜 전두환·노태우를 한꺼번에 구속시켜 ‘복수극’을 끝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최근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세력(?)이 다시 전두환을 법정에 세운 이유를 전두환 회고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메시지는 “그(전두환)는 회고록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저지른 폭동임을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며, 전두환 회고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5.18이 ‘가짜 민주화’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세력이 시급히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광주에서 재판을 받게 해 구속시키려 한다고 했다.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음모론, 진실은?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음모론은 기원부터 허구다. 프리메이슨은 18세기 즈음부터 시작된 유럽 상류층들의 모임이다. 조지 워싱턴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에도 회원이 있을 정도로 컸으나, 현재는 회원 수가 급감하여 봉사 단체로 성격이 바뀌었다.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기원은 <시온장로의정서>(1903)에서 출발한다. 이 문서는 유대인 비밀 결사인 프리메이슨이 국제 정세를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서는 유대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이 러시아어로 썼다. 1903년 파리에서 활동하던 러시아인 골로빈스키는 러시아 비밀 경찰 표트르 라치코프스키의 감독 하에 <마키아벨리와 몽테스키외의 지옥에서의 대화>와 <비아리츠>라는 소설을 거의 그대로 표절해 <시온장로의정서>를 펴낸다.

러시아 역사학자 미하일 레페킨은 <시온장로의정서>가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근대화를 추진하자 반 근대 세력이 ‘근대화 작업은 유대인들의 세계 지배 음모’라고 황제를 속여 근대화를 저지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 만연한 유대인 혐오를 이용한 전략이었다.

또한 일루미나티는 1776년 지식인들이 모인 결사체로, 10년 정도 활동하다 1785년 해산되었다. 일루미나티는 프리메이슨과 다른 조직이다.

 

5.18 광주에 북한 특수군 430명이 사살됐다?

‘북한 특수군 430명’ 주장은 2014년 5월 13일 청주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430구의 유골에 대한 지만원 씨의 주장이다. 5.18 당시 광주에 침투했다 사살된 북한군 시신을 청주에 암매장했다는 주장으로, 지 씨의 유관 매체 뉴스타운,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양파티브이뉴스 등에서 유포됐다.

하지만 2014년 5월 2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주 흥덕경찰서는 시신 430구가 10여 년 전 도시 택시개발사업 당시 이장한 441구의 무연고 분묘 유골 중 일부이며, 불법 암매장이 아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매장한 것으로 내사를 종결했다.

지만원 씨는 ‘광주 북한군 개입설’ 등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현재까지 두 차례 각 1억 이상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지만원 씨가 유포한 청주 유골 430구가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이라는 주장
지만원 씨가 유포한 청주 유골 430구가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이라는 주장

 

전두환 회고록이 광주 북한군 침투설을 밝혔다?

전 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광주사태는 북한 특수부대에 의한 도시게릴라 작전이었다”는 등 지만원 씨의 주장을 실었다. “북한의 고정간첩 또는 5·18을 전후해 급파된 북한 특수전 요원들이 개입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전 씨는 “북한군 (600명)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전혀 (없다)”, “오늘 처음 듣는데”라고 답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전 씨의 부인 이순자 씨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은 각하가 아니고 지만원이란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리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독불장군이라 우리가 통제하기도 불가능해요. 그걸 우리와 연결시키면 안 돼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법원은 2017년 8월과 2018년 5월 전 씨 회고록의 출판·배포를 금지했다. 법원은 전 씨가 인터뷰와 상반된 내용을 회고록에 쓴 것도 신빙성이 떨어지며, 국방부와 미국 등 각종 보고서와 문건을 인용하여 북한군 개입설의 허구를 지적했다. 법원은 또 전 씨의 회고록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해 5․18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하고, 5․18민주화운동 당사자들에 대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 메시지의 주장과는 달리 아웅 산 묘역 테러 사건은 1983년 9월이 아니라 10월에 발생했다.

 

전두환 영웅화에 덧씌워진 음모론

메시지는 음모론을 기반으로 “제 2의 6.25전쟁을 막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구국의 영웅’”이라고 전두환 씨를 칭송했다. 이순자 씨가 남편 전 씨를 일컬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주장, 경제 성장 등을 이유로 “재평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기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메시지는 전 씨를 영웅화하기 위해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의 음모에 전 씨가 희생되고 있다며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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