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 기자
박종찬 기자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일반적인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세상을 신의 아름다운 창조로 시작하여, 타락한 세상에 구원자가 필요하며, 교회와 성도는 구원자와 함께 세상을 창조의 질서대로 회복하도록 섬길 것을 가르친다.

하지만 사상이 극단적으로 흐르거나, 흔히 말하는 기독교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의 경우에는 철저한 이분법으로 속한 무리가 아닌 대상과 세상을 철저히 타자화한다.

물론 이러한 이분법은 종교의 영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극단적인 세력은 상대를 악마화하여 적대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가르쳐 정당화한다. 때로는 애국의 이름으로, 때로는 정의의 이름으로 명분을 달리하면서.

사이비(似而非). 공자가 한 말로,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닌 것을 말한다. 극단적 이분법으로 치우친 사이비 종교는 속한 무리가 선이며 신의 집단이고, 나머지를 거짓이며 악의 무리로 규정하여 폭력과 테러리즘의 형태도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숭고한 일로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종교가 아닌 것이다.

기자는 평화나무에서 쓴 기사들 중에 은혜로교회를 몇 번 다뤘다. 은혜로교회가 어떤 곳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SBS)에서 세 차례나 다루고 JTBC는 물론 해외 매체 알 자지라에서도 문제 집단으로 다룬 바 있다. 

은혜로교회는 폭행을 가하는 이른바 ‘타작마당’을 자발적이고 성경적인 것이라 주장하며, 가족이 서로를 폭행하게 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러 결국 사망 사고까지 나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타작마당으로 아버지가 사망했지만 자신은 행복하다는 아들이 등장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결국 은혜로교회에서 성령이라 일컫는 교주 신옥주와 간부들은 공동상해, 특수폭행, 폭행, 중감금, 특수감금, 사기, 상법위반, 아동법지법위반(아동유기, 방임, 아동학대), 폭행교사 등의 죄목으로 2018년부터 수감 중이다.

하지만 은혜로교회 측은 방송이 편파적이고 악의적으로 편집되었으며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혜로교회를 고발한 피해자들을 ‘자칭 피해자’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은혜로교회 측은 코로나19 사태를 신옥주 수감에 하나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신옥주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무리를 지어 소셜 미디어에서 악플을 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흉내 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 부설 : 조작 연구소라는 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 은혜로교회 신도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의 페이스북에 집단으로 몰려들었다. 몸을 다쳐 아픔을 호소한 글에 악플을 달며, 은혜로교회와 상관없이 기자를 위로하는 다른 사람의 댓글에도 악플을 달았다.

같은 프로필 사진에 같은 형식의 아이디를 가진 그들은 은혜로교회와 신옥주 교주를 칭송했다. “진리만을 온전히 전하는 은혜로교회”, “은혜로교회가 가는 길은 성경에 기록된 대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 길” 이라거나 “우리 신옥주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에 보내신 분”이라며 “당신이 함부로 경솔한 입에 담을 분이 아니다. 당신이 말한 이 내용은 영원히 남을 테고 이에 따른 보응 또한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전대미문의 새 언약인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님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진리로 돌이키지 않으면 성경에 기록된 모든 재앙이 다 내릴 때 피할 길이 없다!”는 저주성 글을 남기기도 했다.

요즘은 북한에서도 ‘장군님’이 축지법을 못 쓴다고 했는데, 은혜로교회는 교주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격상시켰다. “우리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님은 135년 동안 하지 못했던 신령한 것을 신령한 것으로 성경을 성경으로 풀어 해석하여 오직 참 진리만을 13년 동안 선포하고 계시고 이 진리의 말씀만이 하나님께 인도하는 말씀이며 죄가 없는 세상 하나님만이 하나님 되시는 온전하고 완전한 길로 인도하시는 유일한 하나님의 음성이며 옥에 계신 재판장 신옥주 목사님께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고 계신다.” 놀랍게도 한 문장이다.

그들은 북한 조선중앙TV 앵커를 능가하는 화법으로 기자를 모욕하거나 저주하기도 했다.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여 피지로 이주케 하고, 사기 죄명으로 교주가 수감 중인데도 그들은 자신들을 ‘순수한 영혼들’이라고 하는 반면 기자를 ‘자칭 기자’라거나 ‘거짓 펜’이라고 몰아갔다. 언론이 악의적이라며 ‘순수와 진실’을 주장하지만 ‘순수와 진실’이 없는 어느 교회가 생각났다.

“왜곡하고 사기라고 하고 저 기자 같이 구차하게 밥벌이를 사는 먼지 같은 인생이 불쌍하다” “저 기자는 본인이 핍박 받는다고 착각할 걸”
“거짓 펜으로 그만 순수한 영혼들을 그만 죽이라”
“교과서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전부인 줄 아는 자칭 기자”
“당신이 우리 은혜로교회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지금 함부로 망언하는 건가? 타작 마당은 성경 44구절이나 나와 있다”
“무지몽매함의 극치 소경 귀머거리 문둥병이 심하군. 성경 1도 모르면서 말씀을 대적하고 희롱한 죄를 어찌할꼬. 불쌍해서 모르면 잠잠히 기다리지. 죄를 항아리 아구까지 차면 죽는대”
“성경 한 절 모르고 죄를 목에 채우는 돼지”
“성경을 밥벌이로 이용하여 자기 배만 채우는 똥파리”
“어두운 구덩이에서 이를 갊이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기사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저주는 덤이다.

“은혜로교회와 연관된 모든 기사를 내려라”
“그렇지 않으면 성령훼방죄로써 성경에 기록된 모든 재앙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는 시작에 불과하다”

극단적 사상과 소속감은 개인의 고통을 은혜로교회에 덤빈 대가로 여겼다. 내부적으로도 신도들에게 폭행을 가해 고통을 주는 집단이니 이 정도는 약한 것이겠지만, 타자를 악마화하면서 자신들도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게 극단화의 특징인 듯하다.


“왜 당신에게 그런 통증이 올까 고민해보라”
“하나님께서는 행한 대로 보응한다. 기독교인이니까 말씀에 비추어 보시길~”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징계다. 그 사실을 못 깨달아서 당신이 당신의 영혼을 저주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가?”
“기자니까 잘 알 거다. 말씀대로 한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교만·거만하면 하나님께서 왜 육체의 아픔을 주셨는지. 당신의 혀, 펜 곧 칼을 가지고 마구 휘둘러 영혼들을 죽이고 있는데, 당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은 가만히 있을까?”
“당신같이 더럽고 추한 기사를 쓴 것 보니 영육 간의 상태가 어떨지 알 수 있겠다. 그 결과 육으로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당신의 모든 신앙생활이 밥벌이 수단을 위해서 하나님을 이용하니 정확·명확한 사실을 보여주어도 소경이라 안 보이는 것이고 귀머거리라 못 알아듣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구차하게 밥벌이를 위해 사는 떠돌아다니는 인생인 당신”

이들은 댓글 부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시위대나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공론화된 2014년부터 사무실 난입, 기물 파손, 폭행, 밀가루 투척, 자료 강탈 등을 당연하다는 듯이 자행해왔다. 공론화 초기 과거 은혜로교회를 연구하고 피해자 기자회견을 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와 교단 중 처음으로 은혜로교회를 이단으로 결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교단이 많은 피해를 봤다. 예로 사무실에 난입한 은혜로교회 신도들에게 폭행당한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장의 얼굴엔 멍이 들고 안경이 깨졌고, 이인규 평신도이단대책협의회 대표는 출석 교회에 난입한 은혜로교회 신도들에게 3층에서 1층까지 끌려 다니며 맞았다.

이들이 이처럼 폭력을 가하고도 떳떳한 이유는 하나님의 뜻을 행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신옥주의 말은 하나님의 말씀인데, 신옥주가 마귀를 멸해야 한다면서 마귀로 박형택·이인규 등을 지목한 것이다.

기자의 거주지가 알려지면 기자도 물리적 위험에 처하는 건 아닐까. 은혜로교회 신도 중에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이 있어서 더욱 오싹하다.

한편 신천지 역시 댓글 부대와 집단 폭행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신천지 내부 소식과 분석을 발빠르게 전하는 종말론연구소(윤재덕 소장) 유튜브 역시 신천지 측의 악플이 가득하다.

6월 9일 종말론연구소에 달린 댓글은 은혜로교회의 보응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문제는 이를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적용한 것.

"성경 약속대로 오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의 저주"로 시작하는 댓글은 유태인들이 하나님을 믿었지만 성경에 무지하여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으며, 그 대가가 생체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댓글은 “솔로몬 이후 나라 멸망으로 전 유럽에 퍼져 살던 20여 개국 유대인 900만 명 중 600만 명을 하나님은 히틀러를 들어 쓰셔서 생체 실험 등으로 싹 쓸어버리셨죠~”라고 하기도 했다.

댓글은 이를 일반 교회와 신천지의 관계로 치환했다. “오늘날 또 다시 성경 약속대로 예수님의 대언자 총회장님이 신천지를 창설하셨으나 또 다시 목사들이 막아서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저주가 눈앞에 와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글 아래에는 유태인 학살 동영상을 첨부했다.

댓글을 보며 신천지가 이만희 총회장을 드라마 속 태조 왕건과 성경의 예수 그리스도 같은 인물이라고 비유한 내부 동영상이 떠올랐다. 영상은 코로나19 사태에 신천지가 비판 여론에 휩싸이자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며 절을 하자 이를 신도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댓글 작성자는 이만희를 자랑스럽게도 히틀러로 보고 있는 걸까. 기자회견을 하는 이만희 총회장의 노란 에르메스 넥타이가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신천지든 은혜로교회든, ISIS든 정치적 극단 세력이든, 치우치고 매몰된 믿음과 이념은 내 편이 아니면 말살해야 할 적으로 상정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성을 치워버린다. 죄 없이 죽어가야 했던 유태인들을 저주의 대가라고 모독하고,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사람과 기관을 적반하장으로 부수고자 눈에 불을 켠다. 광화문 광장에서 ‘순국결사대’가 돌아다니며 ‘문재인 개자식’을 외치고, 어느 극우 유튜버는 세월호 희생자와 천안함 순국 장병들을 조롱했다. 그들에게 억울한 상대방은 아동 학대 부모의 논리처럼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아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했지만, 괴물인 이들이 말살하려는 대상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기자는 이들과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픔이 무엇인지 알고 아픔에 뿌려진 소금 맛을 알기에, 괴물들에게 아파하는 이들의 신음을 듣고 전하기로 할 뿐이다. 이것마저도 괴물들의 주장대로 ‘거짓 펜’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의 대가가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않을까.

은혜로교회 측의 주장에 옳은 말이 한 가지 있다. 하나님은 행한 대로 보응한다. 신옥주 은혜로교회 교주는 7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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