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7.8 (사진=연합뉴스)<br>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7.8 (사진=연합뉴스)<br>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는 대신 검찰조직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처럼 포장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추 장관의 ‘검언유착’의혹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에 윤 총장이 우회적으로 불복의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세간의 관심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 집중됐다. 그가 직접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총장 대신 입을 연 건, 대검찰청이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4시쯤 지난 3일 열린 전국 검사장 간담회 발언 취합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중 검찰총장 지휘와 감독을 배제하는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번 사안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 담겼다. 간담회 당일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대검이 굳이 거듭 표명한 것. 

그러나 이 검사장 회의의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검사들의 사적 모임에 불과한 검사장 회의를 요란스럽게 소집하는 자체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는 윤석열 총장 개인이 항명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검찰조직 전체가 추미애 장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모양새를 만들려는 의도가 숨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믿는 구석은 언론들이다. 언론이 자신들의 발언을 그대로 실어줌으로써 추 장관에게 잘못이 있다는 듯한 여론전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는 이날 <윤석열 사퇴는 없을 듯… 전국 검사장 "秋 지휘, 거취와 연계될 사안 아냐">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 문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검사장들이 윤 총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3일 <"윤석열 사표내는 일 없을 것" 대검 검사들 격양>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윤 총장 없이 대검 기획관·선임연구관 3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참석자의 80~90%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내용이 '위법·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한 부분에 대해 '총장의 직무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는 대신 전직 검찰총장들을 포함한 법조계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일보는 이날 <{단독] “어떤 길 가야 할지” 윤석열, 법조 원로들에게 ’거취‘ 자문’> 기사를 통해 “법조계 원로들은 현재 검찰을 둘러싼 상황이 엄중함에 공감했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법 조항으로 규정돼 있지만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2005년의 전례와 달리 검찰총장이 사직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이어 “법조계는 윤 총장이 숙고 이후 결국 추 장관을 향해 ‘지휘를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7일에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것 같다”는 주장을 낸 것. 

KBS는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이른바 '청와대 배후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달았으나, 대부분의 언론이 주 원내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기 했다. 

아울러 <주호영 “추미애 지휘권 발동에 청와대 배후조종”>, <주호영 “추미애 지휘권 발동 배경에 청와대 있다”> 등 비슷한 제목을 달아 기사를 쏟아냈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제대로 된 해석을 내놓는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경제는 심지어 6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불러 방송한 ‘YTN뉴스가 있는 저녁’의 변상욱 앵커를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YTN 변상욱, 최강욱 불러놓고 "대검 검사장들 의견 공개 어떻게 생각?"(2020.07.06.이미나 기자)> 기사에서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최 대표를 불러 인터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일로 검찰조직이 시끄러운 가운데 YTN 뉴스 방송 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물으면 당연히 (검사장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치우치지 않는 중도 전문가에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쪽에 치우친 방송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썼다. 

그러나 한국경제야말로 댓글 하나만을 소개하며 미리 짜 맞춘 논조의 기사를 이어갔다. 사안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기사로 본질을 흐린 것. 

한국경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대표의 KBS의 ‘저널리즘 토크쇼J’의 출연을 놓고, 내부 구성원들의 갑론을박도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공영 노동조합의 성명을 예로 들었다. KBS공영 노조는 KBS 내 극우 조직으로, 위원장인 성창경 씨는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 주최로 열린 광화문 반정부 시위 단상에도 여러번 올라 연대해 온 인물이다. 

한국경제는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내 온 최 대표의 출연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을 내면서 변 앵커의 과거 발언까지 문제 삼았다. 지난해 변상욱 앵커가 청년이여는미래 백경훈 대표의 정치적 발언을 지적했다가 공격의 대상이 됐던 사안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7일 대검찰청 앞 모습.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윤석열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와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며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자유연대의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한편 대검찰청 앞에서는 연일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윤석열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이에 맞서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는 자유연대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자유연대(이희범 대표)는 김상진 씨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우파시민단체다. 극우 유튜버 '상진아재'로 이름을 알린 김상진 씨의 유튜브 채널 김상진 TV는 지난달 25일부터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언론이 극우 유튜브의 실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공론화되자,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튜브 측이 강경 조치를 한 것. 

김상진 씨는 1년 전만 해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구속되기도 했다. 김 씨 등이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그의 자택 앞에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윤석열 지킴이로 나선 것은 국민의 신망을 받던 윤 총장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자유연대 홈페이지에는 김계춘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공동대표, 조재봉 전 국무총리, 서경석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집행위원장,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문창극 전 총리지명자 등이 자유연대 원로위원회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검 앞에 설치된 자유연대 천막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이 지킨다’고 쓰여 있지만, 나오는 구호는 문재인 대통령 타도였다. 

자유연대 천막을 지키던 한 활동가는 “문재인 끌어내자! 윤석열 파이팅!”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주변 도로가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담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됐다. 자유연대 활동가는 천막 주변에 늘어선 화환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화환은 각계각층에서 윤석열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보낸 것”이라고 했다. 

맞은편 천막에서는 "정의로운 검사님을 찾습니다. 윤석열은 떠나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 시위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검찰개혁을 완수하라 했더니 촛불의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칼날을 겨누며 검찰조직의 기득권 지키기에 사활을 건 윤 총장의 행보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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