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이들은 성공회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에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징계, 부당노동행위, 시설폐쇄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규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이들은 성공회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에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징계, 부당노동행위, 시설폐쇄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규탄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기독교의 성지 대한성공회의 몰락, 그들의 ‘사회복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회복지는 요즘 ‘노동조합’이라는 화두로 시끄럽다. 사측입장에서는 코로나19보다 노동조합이 더욱 신경 쓰일 것이다.

노동조합이 생기는 기관의 운영법인 중 상당수는 기독교와 연관된 법인이 많다. 물론 다른 종교법인이 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해당 법인의 노동조합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과정과 갈등의 이면을 보자면 기독교 법인이 조직관리나 기관운영 문제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한성공회유지재단과 한기장복지재단 두 곳에 대한 노동조합원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다. 특히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은 그 전부터 노동조합의 수차례 기자회견에 등장하면서 언론을 통해 비리법인, 노조탄압 법인 등으로 보도되고 있다.   

나는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운영하던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후원금을 빼돌리는 비리에 대한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국민권익위원회와 언론에 제보를 하면서 해당 비리에 대한 결과도 밝혀 낼 수 있었다. 내가 다녔던 기관의 회계비리를 제보하는 과정에서 진보진영에서 꽤 널리 알려진 성공회 신부는 내게 내부에서는 다른 법인들에 비해 성공회가 상대적으로 잘 운영해 온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이야기 했지만, 난 속으로 이야기 했다. “어디서 약을 파세요?”

실제로 대한성공회는 요양원 비리부터 시작해서 장애인복지관에서 발생한 회계비리 등으로 몇 년간 내홍을 겪었다. 사회복지에서 돈에 대한 부분은 매우 민감하고 도덕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업계 환경에서 법인이 운영하는 기관들에서 돈과 관련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면, 그것은 그 기관들을 운영하는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혜택을 받아야하는 사회의 약자들에게 돌아간다. 

최근 평화나무 보도에서 여러 논란들에 대해 법인이 해답으로 제시했던 TF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 11월 한겨레21 최초 비자금 보도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반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대책은 TF에만 머물러 있다. 심지어 2019년 7월에 보도된 뉴스타파의 보도와 관련해서도 성공회는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거의 1년 동안 언론사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해 온 것이다. 대체로 어떠한 단체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상식적으로 사회를 향한 진심어린 사과와 내부적인 성찰,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나 처벌이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상식에 비춰볼 때 1년 가까이 기자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해 보인다. 
 
또한 대한성공회는 관련 법인에서 조직된 사회복지 노동조합과도 몇 년간 지속적인 갈등을 겪어 왔다. 

노조에 대한 대한성공회 내부의 객관적인 판단이 어떻든, 노조와의 갈등은 성공회가 평소에 해왔던 노동자들의 연대와 비춰서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연대마저 의심케 한다. 성공회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꾸준히 가져왔다.

하지만 자기 법인 시설 직원들의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노조의 문제제기에 법적대응을 운운하며 각을 세우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볼 때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종교로서의 사회적인 역할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건 모순이다. 진정으로 약자와의 연대를 실천한다고 하면 내 주변부터, 나의 부족한 점을 들춰내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약자까지 돌아볼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연대 아닐까. 사회에 이목을 끄는 해고노동자들과 연대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면서 내부의 노동자들에게는 괴롭힘과 탄압, 발길질까지 서슴치 않는 모습은 대한성공회가 ‘약자와 함께 하는 사회적 이미지’와 ‘내부의 비민주적 권력’을 동시에 노리는 것처럼 비춰진다.

더 이상 비리나 의혹에 쉬쉬하고, 조직 안의 약자를 탄압하는 것은 더 이상 지지받을 수 없다. 비교적 깨끗한 개신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대한성공회의 이중적인 모습은 그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한 모순점이 될 것이다.

대한성공회의 ‘무너진’ 모습들은 모두 사회복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사회복지시설을 사회선교기관이라고 부르면서 시설운영을 선교사역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해온 모습은 한명의 신앙인이자 사회복지사로 봤을 때 ‘선교’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전적 비리와 노조탄압으로 얼룩진 사회선교는 그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이미 보수기독교에 좌절을 겪어 봤다. 한때 보수기독교의 사회적 대안으로 대한성공회를 기대하며 오랫동안 지켜본 적도 있다. 하지만 대한성공회의 무너진 이면들을 목도하고 있는 나는 이렇게 한 번 더 이야기 할 수 있다. "대한성공회, 너도 별 수 없다" 

김호세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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