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과 배우자 송 모 씨가 운영하는 사업장 직원들에게 수시로 사택에 필요한 생필품 구입은 물론 자신들이 키우는 고양이 사료까지 사게 한 것으로 확인돼 갑질 논란이 예상된다. 

정봉주 전 의원과 부인 송 씨는 ㈜바이오원코리아라는 건강보조식품 소매업과 ㈜갓앤코라는 가공식품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자는 모두 정 전 의원의 배우자 송 모 씨다. 

그간 직원 채용공고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정보에 따르면 직원들의 업무는 사무보조와 쇼핑몰 관리 등이었다. 그러나 실상 이곳을 경험했던 퇴사자들은 정 전 의원 가족의 사노비라는 느낌마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본래 업무보다 시급한 건 정봉주 전 의원댁 심부름 "해줘" "사줘"

실제로 평화나무가 입수한 50여개의 녹취파일과 100여개의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본에는 송 씨가 직원들에게 본인 사택에서 사용할 샴푸, 주방세제, 티슈, 물걸레 청소기, 김치, 정 전 의원의 양말 등을 사라고 지시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심지어 정 전 의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사료까지 직원들이 고양이의 취향을 고려해 사야 했고, 정 전 의원 가족 여행을 위한 비행기티켓 예약, 호텔 조식 가격 비교 및 예약, 정 전 의원이 술안주로 즐겨 먹는 오징어 구입 등도 직원들이 당연하다는 듯 떠맡아야 했다. 물품 구입은 대부분 최저가 비교를 통해 송 씨의 컨펌을 받은 후 이뤄졌다. 

이뿐 아니라 자택 텔레비전 송신이 좋지 않을 때도 직원들에게 AS 주문을 해달라고 시켰고 건강보험료나 상생지원금 받을 자격이 되는지조차 직원들이 대신 상담을 통해 알아보고 해결해야 했다. 정 전 의원 집의 화분 분갈이를 하면 나무를 사고 분갈이를 해 줄 사람을 섭외하는 것조차 직원들의 몫이었다. 정 전 의원 가족들이 입는 옷 세탁도 직원들이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 

평화나무가 정봉주 전 의원의 부인 송 모 씨의 발언을 일부 추려보면,  “알아봤어요?”, “바쁘냐?”, “어, 나다” “로션 언제오나요?” “최저가 구입” “나 병원 좀 데려다 줘” “이 물건 리뷰가 어때?” “TV가 고장났어. 신고 좀 해줘”  “우리집 트리오 좀 사줘, 식기 세척기 네모난거는 이미 사줬어. 그거 말고” “상생지원금인지 이게 나는 관계가 없는거니? 신청 어떻게 해? 해봐봐” “자동으로 걸레질 되는 거 있지?” 호텔 예약시키면서 “다른 조건은 없어?
“(판매할 물건) 포장이 다급한 건 아니잖아. 포장은 소프트웨어일을 먼저 한 다음에 해야 하지 않을까?” 이후 이어지는 말은 “의원님 실비보험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확인해 줘. 빨리. 그런 게 더 급하거든” 
고양이 츄르 사라고 시키면서 
“너무 비싸, 어떻게 하나에 1천원이 넘어?..유통기한 확인해주고” “우리집 애들은 날씬한 고양이에요”

정봉주 전 의원의 부인 송 씨가 직원들에게 사택에서 쓸 생필품, 고양이 간식, 술안주 등을 사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제보자 제공)
정봉주 전 의원의 부인 송 씨가 직원들에게 사택에서 쓸 생필품, 고양이 간식, 술안주 등을 사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제보자 제공)
정봉주 전 의원과 배우자 송 씨의 옷을 직원들이 세탁 맡기면서 분실을 우려해 찍어놓은 사진 (@제보자 제공)
정봉주 전 의원과 배우자 송 씨의 옷을 직원들이 세탁 맡기면서 분실을 우려해 찍어놓은 사진 (@제보자 제공)

"인격모독, 하대 이어졌다"

평화나무를 통해 어렵게 이 문제를 호소한 청년들은 물론, 평화나무가 추가 확인을 위해 접촉한 측근들의 증언도 일치했다. 이들은 정 전 의원이 송 씨의 행동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이 부인 송 씨처럼 개인 일을 직원들에게 자주 지시하는 건 아니었으나, 개인 유튜브 방송 시 수행업무는 물론 본인 학업에 필요한 기사나 논문까지 직원에게 찾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 본인이 보낸 카톡을 늦게 확인하거나 일의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하대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 제보자들과 추가 증언자들은 한결같이 인간적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직원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듯한 언행이 몸에 베어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청년들은 정 전 의원과 송 씨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꼈고,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건강이 안 좋아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항의할 생각도 하지 못 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직원들은 대체로 사회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인 경우가 많았다. 

평화나무가 입수한 계약서에는 업무란에 ‘비서’업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직원 모집공고 사이트에서 채용할때는 명시되지 않았던 '비서업무'가 근로 계약서에는 적혀 있다. (제보자 제공)
직원 모집공고 사이트에서 채용할때는 명시되지 않았던 '비서업무'가 근로 계약서에는 적혀 있다. (제보자 제공)

청년들이 당한 부당함에 증언자로 나선 이들 중에는 정 전 의원의 처제이자 송 씨의 동생인 A씨도 포함됐다. 

A씨는 “이 회사 실장으로서 오랜시간 몸소 갑질을 경험하고 또 지켜봤다”며 “직원을 뽑을 때부터 일부러 사회경험이 별로 없고 순한 직원들을 골라 뽑고, 3개월 수습기간을 두고 그 안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자르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채용할 때, 너 공주과 아니지?"라고 묻는다거나 인상비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평우도 잦았다고 했다. 

A씨는 “직원을 새로 뽑으면 ‘우리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라며 ‘내 일도 좀 도와줄 수 있지?’라고 넌지시 물어보는데, 이때 ‘싫다’고 하는 직원들이 어디있겠나, 그런데 정도가 정말 심하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는 게 정말 놀랍다”라고 했다. 

이어 “언니(정 전 의원 부인)가 직원들에게 명품 운동화끈을 묶게 했는데, 명품 신발은 신발끈을 묶는 방법도 다른가 보다. 직원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신발 끈을 묶은 경우도 있었다. 또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후 반품을 상습적으로 하는데, 이 역시 직원들 몫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부부가 똑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두 사람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시국에 열 38도까지 오른 직원에게 시말서 요구

 B씨는 지난 20일부로 이곳에서 일한지 4개월도 못 가 퇴사하게 됐다. 얼마 전 B가 열이 38도까지 오르면서 회사를 출근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다른 직원으로부터 B가 열이 올라 회사를 오지 못했다는 얘기를 전달받은 정 전 의원과 송 씨가 B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듯 언짢아하면서 시말서를 쓰게한 것이다.

B씨가 전달받은 정 전 의원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정 전 의원은 “38도까지 열이 오른 게 맞나”, “집에서 체온을 쟀다는 게 말이 되나”, “아파도 다 나와서 일한다. 삼성이라고 생각해라”며 분을 냈고, 심지어 B의 근무 기간이 3개월이 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시말서를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직원에게 결격사유가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려 한 조치로 풀이된다.  

B씨는 “스트레스성으로 몸이 아파 결근 한 번을 했고, 출근 후 2번 병원을 간 적이 있긴 했다.  그러나 불성실하거나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늘 가장 먼저 출근하고 성실하게 일했다”라고 말했다. 평화나무는 B가 평소에 결코 불성실하지 않았다는 추가 증언들도 확보했다. 

송 씨와 정 전 의원은 이후 오해가 풀렸다며 B씨를 다시 잡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내보내려던 직원을 잡는 일도 다른 직원들을 통해서였다. B씨는 “네가 합리적인 의심이 들게 한 것 아니냐”며 “그런데 이제 의심이 풀렸으니 다시 회사를 다녀달라”는 말을 전해 들었으나, 퇴사를 선택했다. 

B씨는 “어린 나이에 일찍 돈을 벌고 싶었고 그 돈으로 저축하고 공부하며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며 살아가고 싶었다”면서 “단지 일다운 일을 하고 싶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는데 더는 시간 낭비가 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을 오랜시간 지켜봤다는 C씨는 “1년을 채 버티는 직원이 별로 없다”며 “직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잘못돼 있다. 자신들의 몸종처럼 생각한다.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민망할 정도로 한다. 그런데 이건 빙산의 일각이고, 가족들도 치를 떠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봐가면서, 특히 약하다고 생각하면 무한정 까대고 힘이 있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꼼짝 못한다”라며 “이런 사람이 진보고 정의로운 척한다는 것이 슬픈 일”이라고 한탄했다. 

김유경 들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이 경우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최근 10월 14일부터 바뀐 법상 대표이사 내지는 대표이사 배우자가 갑질 주체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처벌조항도 생겼다. 이런 상황에 해당된다”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14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제재 대상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에서 ‘사용자의 친족’을 추가 적용하고 있다. 친족에는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규정된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가해자가 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평화나무가 송 씨와 정 전 의원의 반론을 듣고자 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평화나무는 질문을 받은 후 “보이스피싱 등이 심해서 신원확인이 필요하다”는 송 씨의 요청에 따라 문자메시지로 명함을 보내준 후 반론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후 전화기는 꺼져있다. 

정 전 의원에게도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의 전화기도 꺼져 있는 상태다. 사무실로 연락해 통화를 요청해 보았으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