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문화일보 등 오보 밝혀졌는데도 기사는 그대로
“당장 ‘이득’ 위해 ‘언론 신뢰’ 포기해선 안 돼”

쿠팡 노동자들을 음해하는 오보를 쓴 한국경제(출처=연합뉴스)
쿠팡 노동자들을 음해하는 오보를 쓴 한국경제(출처=연합뉴스)

한국경제의 ‘쿠팡 노동자 음해성 기사’가 논란인 가운데, 언론이 그동안 친기업의 입장에서 기사를 써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30일 ‘[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는 기사를 내 보냈다. 이후 해당 기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기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 오보에도 기사 수정·사과 없어

한국경제는 해당 기사에서 “쿠팡 본사를 점거하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쿠팡 직원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노조원들이 로비에 돗자리를 펼치고 술판까지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를 지나치는 노조의 행태에 대한 경찰의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역시 이를 인용하며 쿠팡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1일 ‘쿠팡서도 민노총 행패, 尹 정부도 기업도 원칙 대응해야’라는 사설에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 물류센터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쿠팡 본사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으나, 이들이 로비에 돗자리를 펼치고 술판을 벌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팡 직원들 사이에 경찰의 엄정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 물류센터 지회는 지난 30일 입장문을 통해 “사진에 나와 있는 캔에 담긴 음료는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며 “노조를 응원하는 사람이 27일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 추로스 등을 구매해 쿠팡 잠실 본사 농성장으로 갖다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오보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기사를 내리지 않고 있다. 문화일보 역시 해당 사설이 여전히 홈페이지에 게재돼있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일 논평을 내 “한국경제의 ‘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 기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한국경제 편집국은 기사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고도 언론의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경제가 지난달 30일 올린 기사(출처=한경 홈페이지)
한국경제가 지난달 30일 올린 기사(출처=한경 홈페이지)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일 ‘한국경제는 쿠팡 노동자들을 음해하는 기사를 당장 내려라’라는 논평을 내며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오보를 낸 경우 일반적인 언론사라면 당연히 사과하고 기사를 내릴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경제는 다른 길을 걸었다. 사실관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커녕 ‘수정’조차 하지 않는 중이다. 참세상 등 타 언론사들의 취재에도 불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려고 했다면 팩트체크는 꼭 필요했다”며 “그런데도 한국경제는 직접 찍은 사진도 아닌 제보로 들어온 사진을 확인도 해보지 않고, 취재도 없이 게재했다. 한국경제의 기사는 당초 성립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또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의 태도”라며 “‘술’이 아니었음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기사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의 기사를 ‘단순 오보’나 ‘헤프닝’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동안 언론들이 기업들과 유착해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기사를 써왔다는 것.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한국경제의 이런 몰지각한 행태는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려 다른 언론에도 해악을 끼친다”며 “당장의 ‘이득’을 위해 포기하는 게 ‘언론 신뢰’이면 안 되지 않겠나”고 일침을 날렸다.

언론노조, ‘혐오 보도·논설 보고서’ 발표하기도

언론개혁시민연대의 말처럼 언론들은 그동안 친기업 입장에서 노동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 왔다.

매일경제는 지난 2019년 ‘미국은 처벌 규정도 없는데... 한국은 52시간 위반하면 징역 2년’이라는 기사를 써 노동자가 아닌 기업을 대변했는가 하면, 중앙일보도 2019년 ‘요기요 배달원의 근로자의 지위’라는 사설을 통해 “배달원의 안녕을 진짜로 걱정한다면 배달원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종합보험문제 개선 등을 생각해야 할 텐데, 특정 단체 정치 투쟁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배달노조 ‘라이더 유니온’의 주장을 정치적 쟁점으로 격하시키기도 했다.

언론들의 노조 비판의 칼날은 언론 노조를 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과 5월 언론노조를 향해 “친문 경영진·언론노조 그대로 정치편향 방송 계속할 것”, “특정 정당과 협약을 맺고, 이들의 선거 승리를 위해 기여했다”, “방송 단체도 민주당과 가까운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경우가 많다” 등의 보도를 하며 언론노조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지난달 30일 ‘언론노조 혐오 보도·논설 만연’ 보고서를 발표하며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명예를 훼손한 사례를 짚어 바로잡는 게 목표”라며 “언론노조 민실위는 정론을 벗어난 억지 보도와 논설을 그대로 두면 와전돼 사회 공익을 깨뜨리고 민주주의를 흔들 것으로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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