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종교간대화위원회, “한국 사회의 이주민과 종교” 간담회 열어
천주교, 불교, 원불교, 개신교, 이슬람 다섯 개 종단 참여해
종단별 대표들, "소통 강화, 정책 및 인식 개선, 2세대 교육 지원, 탈자본 필요해"

왼쪽부터 성공회 이영 사제, 원불교 이주연 교무, 사회를 맡은 감리교 황효덕 목사, 불교 조종술 센터장 (사진=평화나무)
왼쪽부터 성공회 이영 사제, 원불교 이주연 교무, 사회를 맡은 감리교 황효덕 목사, 불교 조종술 센터장 (사진=평화나무)

국내 여러 종단의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 이주민 문제의 현황, 종교계의 활동 및 대응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지난 21일 터키이스탄불 문화원에서 ‘한국 사회의 이주민과 종교’라는 주제의 기획 간담회를 진행했다. NCCK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민숙희 사제는 “모든 종단 또는 종단을 뛰어넘어서 우리가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전했다. 간담회 진행은 황효덕 목사(NCCK 종교간대화위원회 부위원장)가 맡았다.

“한국, 외국인에 대한 포용도 매우 낮아”, 정책 전환 및 개혁 필요

간담회 첫 순서로 손인서 박사(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가 “한국사회 이주민 현황과 정책, 주요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를 맡았다. 손 박사는 “한국의 이주민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며 “결혼 이민자, 이주 노동자, 외국 국적 동포, 이주민 2세, 귀화인, 유학생 등 다양한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에 대한 포용도를 국제비교했을 때 한국은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이주민 정책을 ‘이민 없는 이민 정책’과 ‘다문화 없는 다문화 정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박사가 지적한 ‘이민’ 없는 이민 정책이란 “혈연관계에 한정된 이주민만 이민을 허용하는 선별배제, 직종과 자본에 따른 차별적 노동이민정책, 비전문인력 도입 확대 및 차별제도 유지를 통해 착취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다문화’ 없는 다문화 정책은 “결혼 이민자와 자녀의 한국 사회 적응과 복지에만 배타적으로 집중하고, 균등한 권리와 기회 보장의 부재, 사회안전망 차등 제공 등으로 나타나는 ‘동화 정책’, ‘통합 없는 사회통합’”을 가리킨다.

손 박사는 “지금 상황에서 뭐가 필요한가 어떤 것들이 이제 주요한 목표가 되어야 될지”에 대해 “정부의 이민 정책을 바꿔야 된다”며 “단기인력정책에서 실질적인 이민정책으로 전환해야 된다. 동화정책에서 사회통합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전문인력 착취제도가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손 박사는 “고용허가제 존속에 따른 착취 및 차별의 지속과 악화, 내국인의 차별과 혐오, 사회 복지와 교육과 의료 서비스 이용 및 접근에서의 불평등, 2세대 이주민의 이등시민화”를 지적했다.

전문가 발제를 맡은 손인서 박사 (사진=평화나무)
전문가 발제를 맡은 손인서 박사 (사진=평화나무)
천주교 대표 발제자 황경옥 수녀 (사진=평화나무)
천주교 대표 발제자 황경옥 수녀 (사진=평화나무)

종단별 대표들, “소통 강화, 정책 및 인식 개선, 2세대 교육 지원, 탈자본” 특히 강조해

이어서 종단별 대표들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발제자로 황경옥 수녀(천주교 장상연합회 국내이주사목위원장), 조종술 센터장(대한불교조계종 김포 마하이주민지원센터), 이주연 교무(원불교 사상연구원), 이영 사제(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 시나씨 알파고(튀르키예 출신, 방송인) 씨가 참여했다. 앞서 손인서 박사가 지적한 실질적 이주정책의 부재, 노동 착취, 2세들의 낮은 교육률과 대학 진학률, 이주여성인권, 가짜뉴스 및 혐오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황경옥 수녀는 외국인 환자 쉼터 ‘베다니아의 집’에서 활동하고 있다. 황 수녀는 “해마다 정책과 이주민들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 사회 여러 부문이 침체 및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등록 이주민 환자들을 돌보는 일부터, 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그리고 환자들의 재자립까지 신경 쓰고 있다. 쉼터에 오는 많은 이주민 여성들이 아이와 함께 오는데 아이들의 교육 문제도 방관할 수 없다. 많은 경우 쉼터를 찾은 이주민 노동자들과 고용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중재하기도 한다. 황 수녀는 “외부적으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도와주는, 정말 기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하나도 기쁘지 않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제 모습에 안타까움을 호소한다”며 이주민 사목 활동가로서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정책의 부재를 지적했다.

조종술 센터장은 마라이주민지원센터의 설립 배경과 그간의 활동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특히 “이주 배경의 청소년들이 부모 세대의 문화를 상호교환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사업들이 지역별로 일어났으면 한다”며 이주민 2세대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종교계와 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종교 간 대화의 장에 행정부처 담당자들도 초대해서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양자가 서로 의견을 피력하면서 소통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대두되는 이민청 개설에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주연 교무는 이주여성 지원, 새터민 아이들 지원, 난민 돕기 사업, 캄보디아 봉사활동 등 원불교 내 다양한 형태로 이주민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관들을 소개했다. 이 교무는 “원불교에서 인류의 어떤 대동화합을 위해 ‘삼동윤리’라는 개념을 추구한다”며 “이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이념·신념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가운데 은혜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한국 사회의 이주민 정책은 다양한 집단이 문화적 다양성을 서로 이해하고, 각자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이 자리를 통해 이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 그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보완 된다면 종교 간 대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주민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성공회 이영 사제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이주민 노동자가 한국에서 좋은 경영 기법을 배웠다며 자기 공장을 견학시켜주겠다더라. 그의 공장은 지퍼를 만드는 곳이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니 어른들 틈에서 초등학교 아이들 몇 명이 일하고 있었다. ‘내가 20년 동안 이주민 노동자들 도와준 게 천민자본주의를 그대로 답습해서 거기다가 이식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준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본의 문제와 얽혀 있는 이주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는 2세들이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공교육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내국인 학생들보다 훨씬 더 크다. 이미 군대까지 갔다 온 친구도 있어서 사회 진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은 아직도 유아적 단계에 그쳐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속에서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미래의 주인공들인데, 이 주인공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냐. 유아부터 사회적으로 진출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준비해야 된다”고 호소했다.

이슬람 대표로 발제를 맡은 시나씨 알파고 씨는 이주민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자신을 한국인으로 정체화하고 있는 알파고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했을 때 겪은 차별을 나눴다.

“한국인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에요. 하나는 서류적인 의미가 있어요. 국적이 한국이냐 아니냐. 또 다른 하나는 단군 할아버지 손주냐 아니냐예요. 근데 문제는 한국에서 이 두 가지 개념이 혼용돼서 사용돼요. 사람들이 가끔 제게 물어봐요.”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저 한국 사람이에요.”

“오케이, 알았어. 한국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어느 나라 사람이지?”

“저 한국 사람이라고요!”

“아~ 귀화했다고?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아니, 귀화했으면 한국 사람이지. 차라리 엄마 아빠의 고향을 물어보시던가...”

알파고 씨는 “이러한 편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못된 정보와 인식”이라고 지적하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알파고 씨의 발제를 마지막으로 종단별 발제가 마무리 됐다. 이후 약 30분간 발제자들과 참석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한편, 무함마드가 신에게 쿠란을 계시받은 것을 기념하는 이슬람의 절기 라마단 기간이 4월 8일까지 이어짐에 따라 간담회를 마친 후 터키문화원에서 저녁 식사로 할랄 음식을 제공했다.

이슬람 대표 발제자 시나씨 알파고 씨는 유머와 재치로 간담회 분위기를 풀었다. (사진=평화나무)
이슬람 대표 발제자 시나씨 알파고 씨 (사진=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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