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2대 총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역대급 선거였다. 여권은 집권 3년 차에 엄청난 참패를 당했고, 야권은 개헌저지선에 육박하는 192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차지했다. 민심은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에 확실한 제동을 걸었다. 양당의 의석수만큼 주목받진 못했지만, 진보정당을 대표하던 녹색정의당이 완전히 몰락한 것도 이번 선거의 주요 결과 중 하나다. 비례대표 득표율이 3%에 미치지 못해 비례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의 간판인 심상정 의원조차 고양갑 지역구에서 18%
나는 매우 비폭력적인 사람이라 살아오면서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얻어터지기는 정말 대차게 한 번 터져본 적이 있다.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인문계였던 우리 학교는 같은 재단의 공업고등학교와 한 울타리 내에서 생활했다. 문과 출신으로 드물게 물리를 선택했던 나는 고3 과학 수업에 물리가 아예 배정되지 않는 바람에 과학 시간 때마다 의도치 않게 땡땡이를 쳐야 했다. 마침 땡땡이 좀 치는 친구들 3명과 함께 합법적으로 매점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땡땡이를 쳤다.그런데 그때 공고 출신 땡땡이 4, 5명과 눈이 마주쳤다. 진짜 유치
전기가 부족해서 옛날 농민들 물싸움하듯 전기확보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더니 마치 먼 미래 공상과학소설을 듣는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최근 8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하나씩 밝히자, 진행자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청취자들 문자도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7일 ‘오늘의 기후’ 방송 내용을 요약한다. 그리고 방송 이후 보고된 추가 진행 상황을 덧붙인다.“내년엔 모든 칩을 구동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그는 올해 2월 29일 보쉬 커넥티드 월드 콘퍼런스에서 이런 말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경기 하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주제는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처럼 늘봄학교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 본인도 “재능 기부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고 봉사 활동하겠다”고 했단다. 이 장면만 보면 참으로 훌륭한 대통령 아닌가!이번에는 늘봄학교 현장으로 가보자.● 저학년 교실이 늘봄교실로 이용되면서 원 교실의 학생들이 쫓기듯이 나가야 함● 늘봄전담 교사가 배정되지 않아 방과 후 업무 담당 교사가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결방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분노한다. 화나는 것이 당연한데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윤석열이 집권하면 ‘이명박근혜’ 시즌2가 될 것을 예상했기에 언론의 부역질 또한 새삼스럽지 않다.박근혜 정권 3년, 문재인 정권 5년, 윤석열 정권 2년! 이것이 세월호 10년의 세월이다. 나는 윤석열 정권에 분노하지 않는다. 정작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박근혜 3년도 아닌 문재인 정권 5년이다. 세월호 10년을 복기하며 필자가 박근혜 정권보다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는 이유를 풀어보고자 한다. 내게 세월호는 각 정권
4월에 있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최근 자유통일당이 대규모 장외집회에 이어 다양한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며 이미지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면면도 이화여대 정현미 교수로부터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황보승희 의원, 세계 복싱 챔피언이었던 홍수환 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자유통일당은 대표로 장경동을, 원내대표로 황보승희 의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광훈에 의해 창당되었고 유지되고 있다. 전광훈은 제20대 총선 당시 창당했던 기독 자유당이 0.35%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이래로 창당을 반복하며 원내 진입을
조직폭력배가 ‘차카게 살자’는 문신을 새기며 등장하는 것은 이제 별로 웃기지 않는 코미디지만, 조선일보가 ‘불편부당’을 사시처럼, 그것도 반복적으로 내거는 것은 진짜 재미있는 코미디다. 조직폭력배의 ‘차카게 살자’ 문신은 웃음을 유도하기 위한 역설이지만, 조선일보의 불편부당은 진심이기 때문이다.올해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신년사에서 “진위를 구분하기 힘든 흑색선전과 선동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며 “그런 소용돌이가 거셀수록 조선일보는 불편부당의 자세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나올 때마다 빵 터지는 얘기다.
사람들이 내 글만 보고 나에 대해 갖는 대표적 편견 중 하나가 내가 매우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상대에 대한 비판이 좀 과할 때가 있다 보니 내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매우 싫어할 것이라는 오해가 생긴 듯하다.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범위가 매우 넓은 사람이고, 그 우리 편의 정치적 결정이나 후속 행동들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에 대해 그것이 비록 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비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이런 나의 관
금사과, 금배, 금딸기, 금징어.... 이유는 똑같다. 해법은?누군가 내게 이달의 ‘기후 이슈’는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지금, 이 날씨’라고 답할 것 같다. 그제만 해도 그랬다. 한겨울인데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더라. 어떤 이는 차에서 에어컨을 틀었다 했고 또 어떤 이는 사무실 바깥으로 나왔는데 봄날씨여서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다음날에는 눈보라가 치더라. 기온은 전날보다 무려 17도가 훅 떨어졌고, 처음에는 ‘그냥 비가 좀 오다 그치겠지’ 했던 사람들은 그 비가 눈으로 바뀌고 그 눈이 눈보라처럼 휘몰아치자 당황해 했다.
윤석열 정부가 애초 계획을 앞당겨 올해 3월부터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과 돌봄을 통합한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에 2,000개교 이상으로 시작해,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초등 2학년까지, 2026년부터는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오래도록 가정과 부모에게 책임을 돌려 결국 초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였기에 뒤늦게나마 돌봄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면 윤 정부의 늘봄학교 정
2024년 2월 7일은 대한민국 언론사(史)에 오래 회자될 날인 것 같다. 이날 여권이 추천한 네 명의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MBC의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법정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날 여권이 추천한 두 명의 방송통신위원은 준공영 방송인 YTN을 민영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날 공영방송 KBS는 윤석열 대통령과 앵커 박장범의 대담을 편성, 방송했다.하루 사이 동시에 등장한 세 가지 사건은 윤석열 정부 언론 정책, 그 실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은 이렇게 파괴적이고, 강압적이며, 무모
제3지대론자들은 늘 이런 명분을 댄다. ‘거대양당의 극단 대립 정치를 청산하겠다’ 혹은 ‘두 거대양당만 강요되는 한국 정치권에서 양당 외의 선택지를 유권자에게 드려야 한다’ 거의 반복되는 레퍼토리이다. 그래서 제3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은 늘 같은 함정에 빠진다. 자기들의 포지션을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중간의 무언가’로 잡거나 아니면 ‘보수 인사와 진보 인사가 기계적으로 함께 서있는 무언가’로 잡는다. 전자가 국민의당이고 후자가 바른미래당쯤 될 것이다.‘양당정치 청산’ 반복되는 제3지대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그런 정당이 하나 더
*이 글은 2024년 2월 1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서 ‘개혁신당’의 기치를 올린 이준석이 이낙연계 (구)민주당 친문 세력이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 등과 전격 합류하게 됐다. 이낙연과 이준석이 공동대표를 한다는 조건으로 서로 이념과 지향이 다른 세력끼리 합당을 하게 됐으나, 합당 이후에도 동상이몽으로 ‘빅텐트’ 아래 모인 이들 간의 내홍은 가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합당을 발표한 이후에도 이준석 공동대표는 정의당에서 탈당하고 합류한 류호정과 배복주를 연일 저격하며 내부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이낙연 공동대표
얼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인 한동훈이 윤석열에게는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김건희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윤석열을 대노하게 만들어 두 사람이 갈등을 빚다가 어설프게 봉합하는 일이 있었다. 약속 대련이니 뭐니 하는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태는 한동훈이 감싸고 돌던 김경률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무조건 항복함으로 일단락되었다. 한동훈은 예전에 그랬듯이 윤석열과 김건희의 방탄 무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살았으면 별 탈이 없었을 텐데 왜 굳이 김건희 문제를 건드려서 화를 자초했을까?
고발 사주 고발장 작성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고발 사주의 핵심 인물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손준성 검사장(당시 수사정보정책관)과 검찰 출신의 정치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후보)이다. 앞서 고발 사주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고발 사주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법원은 고발장 작성자를 사실상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특정했다. 재판부는 고발장 작성자를 누구 한 사람으로 특정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동원돼 작성·검토된 것
“선거에 임박한 3개월은 3년 같은 시간이다.” 예전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한 말로 기억하는데, 언제 한 말인지 다시 찾아보니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말과 함께 엮일 대표적 선거 관련 어록으로 이게 있다. 저작권자는 이해찬 전 총리이다. “선거 때면 정신이 살짝 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선거 유경험자이기도 한 내가 얹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선거는 모든 욕망이 뒤엉키는 공간이다.”4월 10일로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 중심에 놓여있다. 카오스(Kaos)에 비유될만치 혼돈스럽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총선 넘
이동환 목사의 출교를 최종 결정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수준도 날 제명출교한 예장 합동 교단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신학적 논쟁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입장을 드러낼 수 있음에도 교회 재판으로 끌고 갔다는 것 자체가 감리회의 퇴행을 보여준다.예장 합동이든 감리회든 교단과 관계 없이 다음의 사실은 명확하다: ‘출교가 윤리적 필요나 신학적 이유와 관계없이 이해관계와 이권을 위한 마녀사냥으로 전락할 때 정치꾼들의 목소리만 커지게 되고 교단은 타락한다.’마녀사냥식의 출교는 그 교단의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예장 합동이
전쟁 첫날 피난을 결심한 이승만1950년 6월 27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개전 3일째. 이날은 화요일이었다. 새벽 4시 열차 한 대가 서울역을 출발한다. 그 안에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 부부가 타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정부도 국회도 군도 거의 몰랐으니까.2대 국회의원인 이충환(무소속, 충북 진천) 의원은 2010년에 방송된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한국전쟁’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무대에 갔더니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지키던 순경으로부터 ‘이 대통령이 수원으로 피난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전날(26일) 국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갈라치기’ 총선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총선 공약이라며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공무원이 되려는 여성에게 병역을 의무화하겠다는 뜻을 내놓았지요. 이보다 앞서 공개한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임승차 폐지 공약은 또 어떻습니까? 이미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 정서를 앞세워 2022년 대선 지방선거에 이용한 면도 있습니다.이는 특정 세대와 젠더로 하여금 혐오 정서를 자극해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이 대표는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수술이 시급한 사회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며 기성 정치권의 무책임을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실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프랑스의 민중들은 삼색(프랑스 국기의 모양이기도 하며 자유, 평등, 연대를 상징한다) 모자를 쓴 채 바스티유 감옥 앞에 모였다. 그들은 삼색 모자를 쓴 사람들끼리 “시또양(동지)!”이라고 부르며 거침없이 바스티유 감옥으로 진격했다. 감옥을 깬 시민들이 마침내 바스티유 궁전마저 점령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 중 하나로 기록된 프랑스 대혁명은 완성됐다.프랑스 대혁명이 위대한 이유는 이 혁명을 발판으로 마침내 왕과 귀족들만 누리던 참정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