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포장 금지 제도’에 대한 씁쓸한 보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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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장 금지 제도’에 대한 씁쓸한 보도들
  • 심민정
  • 승인 2020.07.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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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정 뉴스캐스터

환경부가 7월부터 시행되기로 했던 ‘재포장 금지 제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기업 자체에서 판촉 행사로 묶음 판매를 할 때 재포장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알려진 내용은 달랐다. 한국경제는 ‘묶음 할인이 금지되고, 라면·맥주 값 줄줄이 오를 것’이라는 단독보도를 냈고, 이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며 재포장 금지 제도에 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환경부는 ‘재포장 금지 제도는 가격 할인과는 무관하다’는 보도 자료를 두 차례나 올렸으나, 오해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환경부는 결국, 세부지침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22일,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통해 보완하고 내년 1월부터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재포장 금지 제도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이다. 

정식명칭은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으로 2019년 1월 입법 예고되었다. 이후 스무 차례 이상 업계와 간담회를 거쳐 올해 초 개정되었고,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제도의 내용을 요약하면 대규모 점포 또는 면적이 33제곱미터(10평) 이상인 매장에서 이미 포장된 제품을 불필요하게 한 번 더 포장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손잡이 있는 비닐에 두 개씩 포장된 우유를 쉽게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들기도 편해서 마트에서 꽤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두 개 들이 한 묶음 우유’의 비닐 포장은 생산과정에서 포장된 것이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기업이 판촉을 위해 재포장한 것이다. 재포장 금지 제도의 핵심은 이렇게 유통과정에서 재포장된 비닐을 줄이는 것이다. 

편의점에도 1+1이나 2+1 상품이 많다. 따로 포장되어 있지 않지만, 손님이 두 개를 들고 가서 한 개 가격의 혜택을 받고 가져가는 방식이다. 할인 판촉 행사를 하더라도 재포장을 하지 않고 편의점처럼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설명하는 환경부의 예시를 한국경제는 가격 할인 금지 예시로 해석했다. 한국경제는 단독보도로 환경부가 가격 할인을 규제한다는 오보를 냈다. 여파는 엄청났다. 잘못 알려진 정책에 대한 성난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자 환경부는 설명문과 SNS, 웹자보를 통해 재포장 금지 제도는 가격 할인 규제가 아니며, “묶음 할인 등의 소비자 할인 혜택을 유지하면서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정책”이라고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기사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고, 결국 환경부는 세부지침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경제는 환경부의 두 차례 설명보도가 자신들의 기사 여파로 슬쩍 입장을 바꾼 것이라 보도했다. 아울러 재검토하겠다는 환경부 발표를 두고는 환경부가 백기를 든 것이라 표현했다. 이후로도 한국경제는 ‘졸속행정’, ‘탁상행정’, ‘무지의 산물’ 등의 제목으로 계속해서 재포장 금지 제도를 때리고 있고, 심지어 ‘기업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운동권에 의해 환경부가 장악 당했다’는 기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재포장 금지 제도가 할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더라도 할인 행사에 영향을 줘 결국엔 소비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비닐 포장 기준이 바뀌면 기업의 판촉 행사가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와 인터뷰한 유통·제조업체 관계자들은 “재포장 금지로 대형마트 할인 행사가 없어진다는 건 과한 해석”라고 못 박는다. 대형마트 판촉 행사가 잦은 식품 제조사도 소비자 편리함이 줄어드는 것은 우려되지만, 한편으론 포장비용 감소 등의 효과가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할인 규제가 아니라는 환경부의 거듭되는 설명에도 오보의 여파는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환경부는 법령은 예정대로 시행하지만 6개월간 계도기간 성격으로 법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3개월(7~9월)간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 업계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3개월(10~12월)간 적응 기간을 거치며 소비자 여론조사와 관계 업계의 현장 적용 가능성도 평가할 계획이다. 

재포장이나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이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많은 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5년 전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명당 플라스틱 소비는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새벽 배송과 배달관련 외식사업이 증가한 것을 생각해보면 플라스틱 소비는 더 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제도는 미비하다. 1위를 차지한 벨기에는 환경세를 일찍부터 도입했는데, 재활용이 안 되는 일회용 용기 포장 음료에는 5배가 넘는 환경세를 부과한다. 핀란드와 덴마크도 모든 용기 포장에 세금을 부과하고 재활용 가능한 경우에는 세금을 환급해주고 있다. 영국도 이 제도를 곧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이 부담하는 폐기물 부담금이 벨기에와 영국 같은 유럽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한 전문가는 ‘현재 국내에는 폐기물 부담금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등이 있지만 15~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며 우려하던 언론들은 그 부담이 기업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포장법 때문에 기업이 다양한 이벤트를 못 한다며 환경부 탓만 할 뿐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다른 식의 질책을 받아야 한다. 왜 생태계를 파괴하며 이익을 얻는 기업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는가? 왜 더 강력하게 기업의 생태계 파괴를 규제하지 않는가? 이렇게 묻는 기사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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