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정 뉴스캐스터
심민정 뉴스캐스터

계속되는 폭우로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피해가 크지만, 남부지방 큰 강 주변의 피해가 심각하다. 강 주변으로 큰 홍수피해가 이어지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두고 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큰비로 홍수 피해를 당한 곳 중 한 곳은 영산강이다. 영산강 죽산보 인근의 논 160만 평이 며칠째 물속에 잠겨 있다. 물론 쏟아지는 비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침수지역 농민 상당수는 인재라고 호소하고 있다. 

농민들은 죽산보 설치 이후 강물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수위가 높아진다며 계속해서 호소했지만 외면당했고, 이번에 피해를 당한 문평천도 둑을 높여달라며 여러 번 요구했지만 외면당했다며 예고된 인재였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민들의 말처럼 영산강을 가로막고 설치한 죽산보가 강물의 유속을 느리게 해서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았고, 강물의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흘러 내려 가야 할 강물이 오히려 지천으로 역류해 제방이 붕괴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섬진강 유역의 피해도 컸다. 다만 전문가들이 분석한 섬진강의 물난리 원인은 영산강과는 달랐다. 영산강의 경우, 강물이 지천으로 역류하고 범람하면서 제방이 무너진 거라면, 섬진강은  제방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제방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둑이 무너지고 물이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섬진강의 물난리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구례나 하동 주민들은 섬진강댐이 예측할 수 없는 양을 방류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전문가인 박창근 교수도 섬진강의 피해는 댐을 만들어놓고도 댐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섬진강 댐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리된 한수원, 이 세 곳이 섬진강 댐을 관리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댐을 채우고 한수원은 발전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을 채운다. 기관끼리의 조율 없이 각 기관이 각자의 목적만큼 물을 채우면 댐에는 필요 이상의 물이 채워지게 된다. 댐이 비어 있다면 큰비가 내려도 물을 저장해서 하류 지역의 홍수를 막을 수 있겠지만, 이미 필요 이상의 물이 댐에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큰비가 내렸을 때 무리한 방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한수원의 기관 간의 이기주의가 섬진강댐의 정교한 관리를 해쳤고, 홍수피해를 막지 못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섬진강 홍수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달리, 정진석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섬진강의 물난리는 4대강 사업에서 빠졌기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식의 말을 쏟아냈다.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진 강들은 피해가 크지 않았다면서 현 정부의 4대강 보 개방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진 낙동강은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낙동강도 큰 홍수피해를 당했다. 경남 창녕에 있는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이 무너지면서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겼고, 도로가 끊기면서 마을이 고립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둑이 무너진 것은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불어난 물을 빼내기 위해 보 수문을 완전히 열어도 보 시설 자체가 물 흐름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면서 낙동강물이 보에 가로막혀 흐르지 못하면서 수압이 높아졌고, 둑이 견디지 못해서 무너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둑이 무너진 원인을 ’파이핑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둑이 터진 지점은 배수문이 있는 곳인데, 콘크리트 구조물과 흙 구조물의 결합 부분에 물이 스며들면서 구멍을 내는 ‘파이핑 현상’이 둑이 터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파이핑 현상은 보를 설치하면서 높아진 수압에 의해 더 가속화가 된다. 결국, 보가 없었더라면 수압 상승과 ‘파이핑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둑이 터지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4대강 사업이 홍수에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과 2018년 2차례 감사원 조사에서 이미 4대강 사업이 “홍수에 효과가 없다”라고 분석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명분으로 앞세웠던 홍수피해 예방의 경제성은 0원이었다. 홍수를 막는다면서 22조 원을 투자하고 매년 수조 원의 관리 유지비용이 발생하는 4대강 사업이 홍수를 막기는커녕 더 큰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현 정권은 4대강의 재자연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난해 2월에는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세워졌고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1년 5개월이 넘도록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걸까. ‘PD수첩’은 지난달 21일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 방송을 통해 미루기식 행정 관행을 지적하고 아직까지 정부 부처에 고위급 인사로 재직 중인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을 공개했다. 

만약 이번 홍수가 있기 전에 환경부의 제안대로 영산강 죽산보가 해체되었더라면, 죽산보로 인해 홍수피해를 당한 농민은 없지 않았을까? 이번 폭우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사실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 이상 무책임하고 뻔뻔한 관련자들을 기다리며 4대강의 재자연화를 늦출 수 없다. 책임지지 않고 미루기만 하는 ‘꼼수’인사를 강력하게 정리하고 아직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은 낙동강 ,한강까지 서둘러서 재자연화 절차가 진행되어야 기후위기 시대에 홍수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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