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개천절인 10월 3일 경찰이 예고한 대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광화문 일대 돌발 집회와 시위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날 도로와 보행자 통행은 철저히 통제됐다. 오전 9시께부터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나 역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무정자 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종로3가에서 내려 광화문을 향해 걷다가 무교로 4거리에 이르러 철통방어에 나선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 검문은 물론 보행자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몇 시까지 통제가 이뤄질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2시경까지 현장 상황을 지켜보는 동안, 태극기와 성조기 혹은 '4.15부정선거'라는 문구가 적인 깃발을 들고 나선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항의하거나 경찰과 마찰을 빚는 상황은 끊임없이 연출되는 모습이다. 

경찰에 가로막힌 집회 참가자가 항의하는 의미로 양손에 든 태극기와 성조기를 힘차게 흔들기도 했고, '광화문이 니꺼냐', '한미동맹 강화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나온 시위 참가자에 확성기를 들고 "4.15부정선거"를 외치는 참가자까지 등장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는 "광화문에 가면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냐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어떤 어르신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가 나라 지키겠다고 얼마나 애쓰는지, 젊은 애들은 너무 상황을 모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시민이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느냐"며 뼈 있는 말을 하고 지나가는가 하면, 또 다른 시민은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말했다가 집회 참가자들과 한바탕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언론들은 광화문 일대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전하는데 초점을 둔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날 <검문소만 90곳... 경찰, 광화문 집회 막겠다고 80년대식 원천봉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차량과 보행자 통제가 이뤄지면서 곳곳에서 시민 혼란과 불편이 야기됐다고 강조했다. 

통제로 인해 따르는 시민불편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민 불편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최소화하려는 언론의 노력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아주경제 정도가 "시내버스 총 34개 노선은 상황에 따라 우회 운행한다"며 "교통통제 상황 및 우회 노선 관련 안내는 TOPIS 홈페이지(topis.seoul.go.kr), 120다산콜센터,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정보안내전화(02 700 5000)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무교로 인근 카페 직원은 “8월 15일 소음에 시달리고 감염병 위험에 노출됐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이 훨씬 낫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예측컨대, 오늘 ‘경찰의 봉쇄 조치가 과도했다’느니, ‘공산주의로 가고 있는 인증’이니 하는 주장과 함께 논쟁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15일 광화문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이 얼마나 불안에 떨어야 했는지,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컸는지를 우선 생각해 볼 문제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불편해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느라 지난해 주말마다 소음에 시달렸던 광화문이다. 오늘 광화문의 불편은 대체 누가 야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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