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OECD 국가 중 공적연금 운용에 정부 개입 수준 가장 높다는데...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공적연금 운용에 정부가 개입하는 수준이 가장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19일 보도자료를 통해 OECD 회원국 중 공적연금이 국내기업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17개국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조성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기금운영에는 직접 참여하고 있다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 한경연의 주장은 국가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용건 연금 행동 집행위원장은 연금 규모나 적립 방식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 국제비교는 난센스라고 반박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원 소장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마치 정부가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양 왜곡하고?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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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한국 정부 연금기금 조성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직접 영향력 행사

시민단체 연금 규모·방식 다른 해외사례 비교 적절치 않아"

한경연은 이날 한국을 포함,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스웨덴,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덴마크, 룩셈부르크, 멕시코, 칠레 총 17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이중 정부가 기금조성에 참여하는 국가는 8개국이 있다.

한경연은 이날 한국은 조사대상 17개국 중 정부가 기금조성에는 기여 하지 않으면서,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금으로 보유한 주식 의결권을 정부 영향력 하의 기금운용위원회가 직접 행사하는 유일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또 공적연금기금 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한국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해당)를 구성하는 방식은, 기금조성 주체의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사정 또는 노사 대표로 구성하는 유형과,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산운용 전문가들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유형이 있다면서 이중 노사정 대표들로 기금운용위원히를 구성하는 국가는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한국 등이며 이중 유독 한국만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현직 보건복지부장관이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일랜드,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공적연금이 개별기업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기업 주식 보유 한도를 설정하거나 의결권 직접행사를 금지하는 등 여러 제한장치를 두고 있다면서 이와 달리 한국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 행사에 있어 별다른 제한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8년 하반기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부터는 오히려 주주권 행사를 더욱 확대하고 있어 공적연금 지배구조의 글로벌스탠더드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한경연의 주장에 대해 정 위원장은 한국의 연금 규모는 세계 3위 수준으로 크고 부분 적립식이라며 유럽의 경우는 거의 당해에 필요한 것은 당해에 소진하는 부과식이며 기금 규모도 작아 통상적으로 국제 비교할 때 이렇게 비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애초에 연금 규모나 방식에 차이가 발생하는 해외사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는 것

한국의 국민연금 규모는 640조에 달한다. 한국보다 규모가 크거나 비슷한 국가는 한국처럼 적립식 형태를 띄고 있는 일본공적연금(GPIF)과 캐나다연금위원회(CPPIB),?이밖에는 노르웨이(부과식) 정도다.

정 위원장은 아울러 기금운용과 관련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은 중기자산배분 수준이라며 주식채권대체투자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정도만 결정하는데 그것도 전년 대비해서 미세하게 조정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개별종목. 개별 업종, 특정한 국가에 대한 투자 등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투자자 이익 극대화 위한 주주권 행사일 뿐?

시민단체들은 한경연의 주장은 마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마냥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영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 상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투자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월가 기준으로 해도 한국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경연의 보고가 국제기준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는 아직 한진칼뿐이다. 이를 정부의 정책 의지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크다. 총수 일가의 각종 불법·편법과 갑질 논란으로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었던 만큼 이를 바로 잡는 일이 불가피했으며 주주총회 결정은 주주가치의 이익에 따라 시장의 판단에 맡겨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재벌들이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우호지분을 활용해 기업을 자기 호주머니 쌈짓돈으로 생각하다가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까 상당히 경계하고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두고?정부의 정책 의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막아온 이른바 5%룰(대량보유 공시제도)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재계의 반발은 예고된 일이었다. 금융위는 20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바탕으로 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조만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경연의 보고는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현 시점에 반발하는 재계를 대변해 제동을 걸면서 논란에 불씨를 붙인 꼴이다.

실체 없는 경영권마치 신성불가침 영역 있는 것처럼 사용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시언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상 경영권이란 표현이 보편적 주주들의 기업 의사 결정에 대한 참여 활동까지도 기업 지배권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인 활동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용어를 합리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네덜란드공적연금(APG )의 박유경 이사는 경영권이라는 용어 자체는 개념적 실체가 없는 말이라며 이 연구위원의 제안에 크게 동의했다

박 이사는 회계에 큰 부정이 있어서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경영 참여로 몰고 가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또 경영권이라는 것은 절대 누구도 넘봐서는 안 되는 신성불가침?권리를 지닌 존재가 있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주식시장에서는 지배권이라는 용어가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그룹 또는 기업이든 30%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지배권이 생길 수 있고, 지배권을 지닌 주주가 실효적 힘을 발휘해 상장을 하거나 전문 경영인을 뽑거나 혹은 본인이 능력이 된다면 전문경영인을 하면 된다면서 경영인은 주주와 회사의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존재여야 하고, 의무가 있는 사람이지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시장이 어렵고 흔들리는 이유는 시장에서 기업의 성장가치가?낮게 평가받기?때문이라며 시장의 건강성을 확보해 총력을 다해 가치를 끌어올려야지, 경영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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