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라디오청취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리서치가 4일 발표한 ‘2020년 4라운드 라디오프로그램 청취율 조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청취율 12%를 기록하며 라디오프로그램의 최강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번 청취율 조사는 지난 10월 6일부터 2주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하루 평균 5분 이상 라디오를 청취한 13~69세 청취자 3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95%신뢰 수준에서±1.8%포인트다. 

그러나 넘사벽 지지를 받는 것과 달리, 국정감사 때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편향성 논란은 단골 소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에 TBS가 지난달 21일 국민의 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상대로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감감무소식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4일 “권영세 의원실로 알아봐달라”고 공을 넘겼다. 권영세 의원실 관계자는 TBS측에서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 자체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낼 뿐이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됐다면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설명하면 된다”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에서 얘기 못 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TBS가 요청한 자료제출도 안 하고, 공개토론이나 요청하고 있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TBS측은 평화나무를 통해 “야당에서 제기하는 편파 시비의 근거와 합리성을 언론학회 등 제3의 기관과 함께 제대로 따져보고자 했는데 아쉽다”면서 "왜곡된 정보에 기반한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공론의 장을 통한 합리적 비판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게 청취하고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서 김어준 뉴스공장 흔들기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5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조사 발표한 ''김어준의 뉴스공장' 패널 및 주제 전수조사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 9월 29일까지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정당별 출연 횟수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 238회, 국민의힘 71회로 민주당이 약 3.35배 많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윤미향, 검찰개혁, 코로나19 대책 등 문재인 정부입장을 대변하는 나팔수 역할을 강화했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맹공격을 위해 최춘식 의원도 거들었다. 최 의원은 "편파적으로 보도되고 패널들을 초청하는 것도 편파적이라고 한다면, 서울시에선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에서 통제하고 조언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외부인사가 진행하는 11개 프로그램 중 6개가 여권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공장이 매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징계를 받아왔다”며 “TBS에 방통심의위 민원신청 건수가 697건인데 이 중 ‘김어준의 뉴스공장’ 심의가 60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청취율이 높다는 핑계로 388억의 세금을 TBS에 쓰고 있다”며 “김어준 씨 출연료가 정확하게 얼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뿐 아니라 TBS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듯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지적에 대해 T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TBS는 “해당 기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민주당 소속 의원이 출연한 횟수는 238회가 아닌 179회”라고 밝혔다. 특히 “179회 가운데 94회는 △코로나19 관련 지자체장 인터뷰 △민주당 당내 선거 관련 후보들 △코로나19와 부동산 등 현안 설명을 위해 출연한 민주당 출신 장관들로서 여야 출연 횟수의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주제들이었다”고 설명했다. 

TBS에 따르면 해당 기간 코로나 방역 대책 관련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 인터뷰는 65회, 민주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인터뷰는 20회, 민주당 소속 장관 출연은 9회였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 총 출연 횟수인 179회에서 94회를 제외한 출연 횟수는 총 85회로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당 정치인 전체 출연 횟수인 144회와 비교해보면 여당보다 야당에 오히려 더 많은 출연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TBS측의 입장이다.

또 “진보성향 패널 341회 vs 보수성향 패널 75회 출연했다면서 진보성향 패널이 약 4.54배 더 많이 출연했다”는 여의도연구원 보고서 내용 역시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여의도연구원 보고서에서는 국제백신연구소같은 전문 단체와 오피니언 라이브 같은 여론조사기관, 현대그룹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기려 세운 독립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까지 ‘진보 시민단체’로 분류하고 있다. 또 MBC, KBS, YTN, 아주경제신문을 ‘진보 매체’로 규정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양승창 담당 PD는 평화나무를 통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 같은 이슈가 있었기 여당 관계자 인터뷰가 많아 보이는 것이지만, 야당 몫으로 더 많은 발언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힘도 원내대표 선거 등의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출마자들에게 방송 출연을 요청했으나, 여러 이유를 들며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전화를 걸었으나 출연 요청은 번번이 거절 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TBS 관계자는 “공개토론에 응하지 않을 명분을 삼기 위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김어준 씨의 출연료를 공개해 달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편파성 논란으로 뉴스공장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국어사전에서 ‘편파성’의 뜻을 찾아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공정성을 잃는 성질이라고 적혀 있다. 방송의 공정성은 모두가 아는 저널리즘의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는 ‘방송이 공정성을 유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간과한 지점이 있다. 언론의 ‘공정성’이란, 반드시 기계적 중립 또는 수적인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쪽 또는 누군가를 헐뜯기 위해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객관성을 유지해 검증하고 확인했느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미국도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5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언론사가 찬성과 반대 의견을 공평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을 폐지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공평의 원칙’이 미국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 탓이다. 

국민의 힘이 TBS 뉴스공장 제작진의 출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숫자공방을 벌인 것도 코미디지만, ‘공정성’ 측면에서 볼 때도 TBS가 국민의 힘 주장에 일일이 숫자로 반박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청취자들에겐 우습게 여겨졌다는 방증이 아니겠나.

물론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종종 불명확한 사실을 앞서 다소 성급하게 언급한다는 지적은 되새겨볼만 하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가 지난 8월 19일 정의기억연대 의혹과 관련 이용수 정의기억연대 고문의 기자회견문을 타인이 작성했다거나,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등 ‘배후설’을 제기한 것과 관련, ‘법정제재(주의)’결정을 내린 것이 예다. 그러나 이런 점은 김어준 씨만 조심해야 할 지점은 아니다. 

예를들면, 방심위는 지난 9월 2일 ‘김복동 장학금’의 운영 현황 및 확대 개편 등에 대해 시청자를 오인케 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와 TV조선 ‘사건파일 24’에 각각 ‘법정제재(주의)’ 와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할지라도, 방송은 사전에 충분한 취재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하며, 중요한 사실관계를 누락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올해 3월 3일과 지난해 12월 10일 방송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언급해 지난 4월 29일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주의)’를 받았다. 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업무용 PC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한 SBS 보도프로그램도 지난6월 3일 ‘법정제재(주의)’를 받았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0년도 3분기 방송심의 의결현황에 따르면, 방심위의 보도교양 방송심의 건수는 지상파TV(86), 지상파라디오(20), 종편보도(102), 전문편성(25), SO/위성/IPTV 등(24)건이며, 이중 행정지도와 법정제재를 받은 건수는 지상파TV(86), 지상파라디오(20), 종편보도(97), 전문편성(23), SO/위성/IPTV 등(24)건으로 나타났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힘은 왜 많은 국민이 찾는 채널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정책적 대안을 찾는 제1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 것일까. 

물론 상대가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면, 보이콧 대상이 될 수도 있을 터. “편파적인 진행을 하는 방송에 나가고 싶겠나”라고 말한 권영세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 의미하는 바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확실한 다이나마이트’라는 자체 평가가 과대포장이 아니라고 여겨질 만큼 그 인기가 높다.

매번 야당이 흔들어대도 흔들리지 않는 ‘뉴스공장’의 인기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인용한 권영세 의원실 관계자의 말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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