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박범계ㆍ신현수에게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임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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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박범계ㆍ신현수에게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임명하라"
  • 장용진 아주경제 논설위원
  • 승인 2021.03.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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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아주경제 사회부장
장용진 아주경제 사회부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방으로 보내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한동훈을 임명하라. 아니면 적어도 대전지검장이라도 보내야 한다. 이성윤 지검장은 반드시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2월초 두 차례에 걸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요구안을 요약하면 대략 이러했다고 한다. 

윤 총장의 이런 입장은 신현수 민정수석을 통해 청와대에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수석이 윤 총장의 이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무엇보다 한동훈 검사에 대한 인사에 윤 총장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윤 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적대감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절대 검찰총장이 되서는 안될 사람”이라며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할 것임을 공언했던 것 같다. 윤 총장은 조남관 現대검 차장검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이런 윤 총장의 생각은 신현수 민정수석을 통해 대통령에게도 전달이 됐고, 박 장관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동훈을 서울중앙지검장, 혹은 대전지검장에 앉히라니... 그런 자해행위를 누가 한다는 말인가?

그의 인사안은 당연히 단칼에 거절당했고 이에 윤 총장은 언론과 검찰을 동원해 실력행사에 나섰다. 동시에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서 중재하려다 난감한 상황에 빠진 신 수석은 사표를 낸다. 이것이 최근 사태와 관련해 필자가 파악한 대략의 진상이다. 권력 내부 깊숙한 곳의 이야기다 보니 어디까지나 전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만 꽤 신뢰할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그래도 전언은 전언이 아니냐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언’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지금 상황과 너무나도 부합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갑자기 백운규 前 산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박범계 장관의 과거 소속 로펌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 것은 윤 총장의 핵심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진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총장이 박 장관과 두 번째 면담을 마친 직후에 영장청구와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윤 총장 맘대로 인사가 안 풀렸다’는 분석이 퍼지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윤석열의 '한동훈 일병 구하기'가 실패했나 보다"는 비아냥이 들린 것도 이 무렵이다. '김학의 출국 금지 절차위반' 사건 등에서 어떻게 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엮어 넣으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 수 있다. 조남관 대검 차장이 공개석상에서 “검찰의 인사의견을 안 받아 줘서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라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낸 것도 곰곰이 살펴보면 같은 류의 발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갑자기 인터뷰를 자처해 공개 언론 플레이에 들어간 시점이나 내용, 그를 전후해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 문제가 부각되면서 급기야 ‘레임덕 論’까지 거론된 것만 살펴봐도 전언이 단순한 전언이 아니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 ‘사냥개를 원했다면 나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느니 ‘나는 국정농단 사건 때나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듯 조국 前 장관을 수사했다’는 주장이야 親검찰 언론이 수도 없이 반복해서 써댄 것이니 굳이 새로울 것도 없지만 왜 하필 그 시점에 한동훈 검사가 언론 앞에 나서 그런 주장을 반복했느냐를 생각하면 검찰 인사를 빼놓기는 어렵다. 

한동훈 검사는 오래전부터 ‘끝까지 파는 검사’로 알려져 있다. 시쳇말로 ‘나올 때까지 파는 검사’라는 말도 있다. 한 현직 검찰고위 관계자는 한동훈을 지칭해 ‘수사가 막혔을 때 돌파구를 찾아내는 아이디어가 뛰어난 검사’라고 평가했다. 좋게 말하면 ‘막혔을 때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모펀드로 엮을 수 없게 되자 표창장으로 엮은 것’이다. 이를 사냥개로 표현할지 뭐라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굳이 대중 앞에 나서서 누구를 쓰네 마네라고 따따부따(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시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할 게재는 아닌 듯 싶다. 자신을 또다시 배제한 검찰인사에 대한 불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편, 신현수 민정수석을 둘러싼 ‘소동’은 보수언론의 바람과는 달리 조용히 마무리됐다. 이쯤 되면 신 수석이 물러나면 당장이라도 레임덕이 시작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보수언론과 야권은 머쓱해질 만도 한데 오히려 ‘레임덕論’은 더욱 목소리가 높아지는 듯하다. 신 수석 사태 와중에서 보여준 우리 사회의 보수 기득권 세력의 모습은 한 마디로 코메디였다. 장관도 아니고 차관급의 비서관 한명이 물러난다고 레임덕 운운하는 것도 그렇고 그냥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비서관의 의견이 빠졌다고 ‘패싱’ 어쩌고 한 것도 그러했다.

여기서 보수언론들이 ‘신 수석 패싱’ 운운하는 것은 검찰인사에 대한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박범계 장관에게 요구했고 신현수 수석도 강조한 것인데, 막상 대통령이 재가한 인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이유다. 쉽게 말해 왜 한동훈을 뺐느냐는 거다. 그렇게 보면 이 사달의 근원을 거슬러 가보면 ‘한동훈 검사’로 이어지는 셈이다. 

검찰총장부터 언론까지 모두가 한동훈을 위해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한동훈을 빼면 패싱이 되고, 한동훈을 빼서 나라가 시끄럽고, 윤석열 총장은 오직 한동훈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야 만족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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