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수준’ 언론의 조민 보도 동‥ 동아일보 사장 딸 의혹 재수사는 침묵

민동기 고발뉴스 기자
민동기 고발뉴스 기자

‘조국 딸, 정청래 부인 근무 병원 합격‥ 野 “특혜 채용 의혹”’
조선일보가 2월 7일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도 비슷한 제목과 내용으로 보도했다. 

언론의 ‘조국 전 장관 딸’ 보도는 도긴개긴이지만 그중에서 조선일보의 ‘조민 애착’은 편집증적 강박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집착 혹은 스토커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턴 지원→면접→인턴 불합격’으로 이어지는 ‘개인’ 신상을 생중계하듯 보도하더니 한일병원 인턴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젠 특혜 의혹을 제기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성 언론의 ‘조민 보도’는 정당한가? 필자는 이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 너무 고차원적인 담론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차원적인 토론을 진행하기엔 상당수 언론의 ‘조민 보도’는 저널리즘 기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 없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사실 확인 없는 ‘소설 쓰기’가 난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사만 해도 그렇다. 해당 기사의 주요 근거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의혹 제기다. 그런데 의혹 제기 자체가 부실하다. ‘인턴 전형에 합격했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 마침 해당 병원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이 진료지원부서장으로 근무 중’이라는 것. 

백 번을 양보해 황보승희 의원이 이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언론이 이를 보도하려면 몇 단계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청래 의원 부인이 인턴 전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만약 있었다면 합격 과정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병원 내부 관계자 증언은 물론 병원 측의 공식 입장과 당사자(정청래 의원 부인) 반론을 들어야 하는 것도 기본이다. 이건 정말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조선일보 기사에선 생략됐다. 다른 언론 기사에서도 ‘이런 기본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역시 도긴개긴이다. 

그러다 보니 정청래 의원이 직접 ‘팩트체크’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아내가 한일병원 약사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린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약사는 약제부장인 제 아내가 면접을 보지만 의사는 의사들이 알아서 뽑는다고 한다. 제 아내는 조민 양이 지원한 지도 합격한 지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약사가 의사 뽑는데 관여할 수 없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게 상식이다.” 

어처구니없는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중앙일보 안혜리 기자가 쓴 ‘조민의 신의 한 수’라는 칼럼과 관련 기사는 언급한 가치가 없어 이 글에선 생략한다.) 지난 3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조민, 오늘 한일병원 인턴 면접…환자 볼 자격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 이 기사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하는 형식이다. 

임 회장은 “부정입학으로 의사 자격이 없는 조 씨를 의료법인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인턴으로 임용하는 경우 이는 의사 자격이 없는 자가 환자들을 진료하게 돼 환자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병원에 조씨의 응시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외에도 많은 언론이 임 회장의 발언을 ‘받아’ 썼다. 

임 회장이 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언론이 그의 발언을 주목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순 없다. 다만 이 점은 꼭 지적해야겠다. 그가 지난 2019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럼에 참석해 단상에 드러누운 채 ‘문재인 케어’ 반대 시위를 했다는 점.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문재인 지지율을 떨어뜨려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투쟁하겠다”라고 언급했다는 사실 말이다. 

무슨 얘기냐? 임 회장의 최근 발언 등을 보면 철저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언론이 그의 주장에 비중을 실어 보도하는 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임 회장의 ‘거친 말과 행동’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스피커’로 키운 게 사실상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인 주장을 무차별적으로 인용 보도해서 ‘스피커’로 키우고, 그런 사람의 발언을 다시 인용하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는 방식 – 그동안 많이 접하지 않았던가.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따옴표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사실 이 모든 걸 논외로 하더라도, 기성 언론의 조민 씨 관련 보도는 매우 단순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조민 씨는 조국 전 청와대 수석과 법무부 장관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부정으로 입학한 당사자이자 공범이다 △때문에 자격 없는 조민 씨의 인턴 지원은 취소해야 하며 이런 ‘무자격자’가 환자를 치료하게 해선 안 된다.

이 같은 논리 구조를 바탕으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조민 씨의 취업과정 ‘생중계’를 정당화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그렇다. 이들에겐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여전히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 조민 씨의 입학 취소 여부 판단을 미룬 상황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언론의 ‘이 같은 단순 논리’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대상에 따라 적용하는 잣대가 달라진다는 게 사실 더 큰 문제다. 조민 씨에 적용하는 언론의 ‘단순 논리’가 다른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의 딸과 관련된 의혹이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은 2020년 동아미디어그룹 공개채용에 지원해 동아일보 기자로 최종 입사했다. 그의 동아일보 입사와 관련해 언론계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지만, 언론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동아일보 사장 딸이 최종 합격했는데 아빠가 사장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하는 정치인도, 그런 의혹 제기를 하는 언론도 거의 전무했다. 

혹자는 ‘문제없으니 별다른 얘기가 없었던 것 아니냐’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 김재호 사장 딸은 동아일보 최종 입사 이전인 지난 2014년 ‘하나고 부정 편입 혐의 고발 사건’ 당사자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 1학년 2학기 과정에 편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개별 면접 평가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 검찰은 당시 하나고 편입 전형에서 성적이 높게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상당수 언론이 조민 씨에게 적용한 잣대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다음과 같은 보도가 가능할 것이다. 

‘[단독] 동아일보 사장 딸, 동아일보 채용 연계형 인턴 지원 논란’, ‘[속보] 고교 편입과정 의혹 제기된 동아일보 사장 딸, 동아일보 최종 합격 ‘특혜 의혹’> <동아일보 사장 딸, 아빠 근무 언론사 최종 합격…언론계 “특혜 채용 의혹”’, ‘동아일보 사장 딸, 동아일보 합격 논란 … “기사 쓸 자격 있나”’ 등과 같은 다양한 기사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 논리’를 들어 두 사안을 비교했지만 사실 언론사주의 딸이 자사고 편입하는 과정에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아빠가 사장으로 있는 언론사에 최종 합격했다면 더 많은 기사가 나와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언론사 사주의 딸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다면 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 관련해서 현재 검찰 재수사가 진행 중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검찰 출입 기자들의 ‘침묵’은 유감이다. 그 많은 검찰 출입기자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동아일보 사장 딸과 관련한 의혹을 보도한 곳은 MBC와 미디어오늘 등을 비롯한 극히 일부 매체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주목하지도 않고, 언론계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곳도 거의 없다. 동아일보 사장 딸은 동아미디어그룹 사보에서 “사회 향해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만약 비슷한 포부를 조국 전 장관 딸이 했다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상상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