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프로보커터’…“대중의 주목·정치적 영향력 위해 어떤 막말·추태도 불사”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프로보커터(Provocateur)’. ‘도발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말과 글의 영상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도발하여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도발을 일삼는 한국의 프로보커터들을 주목한 책이 출간됐다. 

<프로보커터>는 김내훈 연구자가 ‘황해문화(2020년 가을호)’에 발표한 ‘주목경쟁 시대의 프로보커터’라는 글의 문제의식을 확장해 가다듬은 책이다. 주목경쟁 체제에서 벌어지는 문화정치 양상과 그 산물로서 ‘프로보커터’의 멘털리티를 탐구했다.

누구나 지역을 뛰어넘어 네트워킹이 가능해진 시대,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로 대표되는 주목과 관심이 돈으로 환전될 수 있는 주목경제의 시대에서 프로보커터의 등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식과 교양, 더 나아가 사유의 외주화로 이어지고, “관심은 그 자체로 돈이 되며, 주목이 가치를 규정한다”는 명제가 강력하게 작용할수록 프로보커터가 출현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주목경제의 시대에는 신념이나 대의는 간데없이 포퓰리스트의 화려한 퍼포먼스만 차용한 존재가 등장한다. 도발과 음모론과 어그로의 이름으로, 대중의 주목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서라면 어떤 막말과 추태도 불사하는 이들, 바로 프로보커터”라고 규정한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프로보커터에는 ‘프로보커터의 프로보커터’ 진중권, ‘게으른, 혹은 무능한 프로보커터’ 서민, ‘공정한 편파가 감춘 정치 종족주의’ 김어준, 이외에도 ‘틈새시장형 프로보커터’ 안정권, ‘종족주의+사이버 렉카의 끝판왕’ 가로세로연구소 등이 있다. 그중 진중권에 대한 지적은 신랄하기 그지없다.

“레퍼토리의 반복은 주목을 꺼트린다. 진중권이 화려한 언변과 촌철살인의 글로 축적해온 진보 논객으로서의 상징자본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의 퍼포먼스가 불러오는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도발밖에 없다.” (p129~130)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깐죽대는 것도 심리적 여유가 받쳐줄 때 가능한 도발 기술이다. 주목이 걷히고 여유를 잃은 진중권에게는 억지와 악만 남았다. 프로보커터의 말기적 증상이다.” (p134)

김어준에 대한 평가도 가차 없기는 마찬가지다. 저자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바로 김어준이 상대 진영에서 일으키는 도발을 또 다른 도발로 제압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김어준은 자신이 이 역할에 그 누구보다 탁월하다는 것을 수년에 걸쳐 증명해왔다"며 "따라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로서는 김어준과 최대한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상대 진영과의 진흙탕 싸움은 그에게 아웃소싱하려고 들 것이다. 진중권-보수언론 관계와 유사하게, 영향력과 하청을 주고받는 상부상조가 유지되는 한 김어준은 여전히 쓸모가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무분별한 혹은 다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진중권 가라사대’를 전파하는 한국 언론의 행태도 질타했다. ‘진중권 저널리즘’의 효력이 시들해지자 그 대체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그는 “진중권·서민 등의 언제든 인용 저널리즘은 시작일 뿐이며, ‘좌은산 우삼호’라는 인위적 유행어는 그들을 잇는 신선한 ‘어그로꾼’을 모색하던 중에 발생한 시행착오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프로보커터가 조장하는 공론장의 오염을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공론장이 프로보커터에게 휘둘리면 휘둘릴수록 도래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언급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제 가치를 배반한 진영 논리는 극우 세력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혐오의 언어가 일상 언어와 뒤섞이는 순간 프로보커터는 언제든 득세하여 한국 사회의 담론 전반을 주도하고 어지럽힐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