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폐쇄 조치된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절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SBS 뉴스 갈무리)
3월 2일 폐쇄 조치된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절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사진=SBS 뉴스 갈무리)

최근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빠진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는 한 남성의 호소를 듣고 강원도 원주를 다녀왔다. 결혼 11년 차인 윤동훈(가명) 씨의 호소는 절박했다. 올해 4월 23일 아내가 신천지 신자라는 사실을 아내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알게 된 후, 함께 상담소까지 가기로 했는데 아내가 일주일 만에 집을 나가버렸다는 얘기였다. 이 안타까운 사연은 앞서 노컷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됐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바른미디어, 구리이단상담소 등의 신천지 대책 전문기관들은 한결같이 신천지가 예전처럼 가출을 빈번하게 종용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신천지 신도들의 가출은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윤 씨의 아내가 소속돼 있는 강원도 원주를 근거로 한 신천지 빌립지파는 ‘강하게 대처하도록 교육시켜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윤 씨 역시 아내의 가출이 신천지의 지령에 따랐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11살, 9살, 7살 어린 자녀들에게조차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5월은 가정의 달 아닌가. ‘어린이날엔 연락하겠지’ 싶었던 윤 씨와 아이들은 매우 실망감에 젖은 눈치였다. 

평소 개신교 신자도 아니었던 데다 신천지에 대한 관심조차 많지 않던 윤 씨는 반전문가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단 상담소를 찾아 아내가 2018년경부터 신천지 교육을 받고 145기를 수료했다는 것도 파악했다. 아내와 함께 대화방에 있던 신천지 신자들에게 전화해도 보고, 신천지를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 경찰에 실종신고도 냈다. 아내가 한 쉼터에 입소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아내가 쓰던 노트북을 통해 확인했으나, 아내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그는 “신천지에서 내 신체의 일부를 원한다고 하면, 잘라서라도 주고 와이프를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라며 종교의 자유만을 외치며 신천지 피해자들의 고통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정치권과 행정기관 등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가정의 달 5월은 윤 씨에게 이렇게 씻을 수 없는 악몽으로 기억될 달이 되고 말았다. 

평화나무도 신천지 측에 문의를 시도했다. 

윤 씨와 대화를 나눴다는 신천지 빌립지파 관계자는 “회의를 들어가야 하니, 끝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 씨의 아내와 단톡방에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3명 중 2명은 아예 전화를 꺼놓거나 받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나도 이제 배워가는 중인데, 그분(윤동훈) 때문에 우리 남편도 알게 돼서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천지 강원지부가 소속된 지역 대표번호로 연락했다. 본인도 빌립지파 소속이라는 신천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노컷뉴스)보도를 기사를 통해 이미 봤다”며 “그런데 그건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본래 남편과의 가정불화가 있었고, 잦은 폭언이 있어서 여성 분이 많이 힘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신천지의 주장대로 가정불화가 있었다고 치자. 그러면 신천지는 이 가정과 개개인의 치유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준 것일까. 

이에 ‘그러면 신천지에서 그동안 종교로써 어떤 조언이나 역할을 해주셨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내가 그분(윤동훈 씨의 아내)를 담당하는 사명자가 아니”라며 “이 부분을 정확하게 아는 분을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윤 씨 아내의 가출은 “종교적인 부분보다 가정사가 크다는 부분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확신하듯 말했다. 

또 확실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기사화하든 해달라며, “나는 기사를 봤다고 말씀드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는 말씀 안드렸다”고 했다. 

기사만 봤을 뿐인데 윤 씨 아내의 가출이 신천지 때문이 아니라 가정불화와 남편의 폭언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매뉴얼대로 답변했다가 스텝이 꼬인 것은 아닌가. 게다가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그 누군가로부터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날 연락을 받은 건 윤동훈 씨였다. 난데없이 천지일보로부터. 

천지일보 기자가 윤 씨에게 전화해 요청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노컷뉴스 기사를 보고 천지일보가 신천지 측에 확인해 보니, 가정불화가 있었다더라. 그러니 반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천지일보는 신천지 유관매체 아니냐’는 윤 씨의 지적에는 법적 대응도 할 수 있다고 운운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천지일보의 20일자 기사를 살펴보면, 신천지가 공식 입장문을 냈단다. 그 입장문은 여지껏 내게는 오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 보도의 내용은 윤 씨 아내의 가출이 평소 윤 씨의 폭언과 욕설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느 부부처럼 때론 싸웠을 수 있고 의견 차도 있었겠으나, 윤 씨가 폭언 등을 일삼았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윤 씨는 매우 억울해했다. 오히려 윤 씨는 “아내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아내가 분가하면서 행복하다고 했다”는 등 결혼생활을 하면서 만족하는 부분을 자신에게 더 많이 말해주었지, 불행하다는 는 둥의 얘기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통화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다. 

사건을 다룰 때, 우리는 흔히 ‘피해자 중심주의(victim-centered approach)’를 따른다. 이는 범죄사건에서 피해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접근방법을 일컫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윤 씨의 부부관계에서 불화가 있었다는 건, 지금까지 신천지측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보통의 기자라면, 현재 피해를 호소하는 윤 씨를 찾아 내막을 들으려고 하는 것이 순서일 터. 천지일보 기자는 신천지 유관매체라는 지적에는 발끈하면서, 어떻게 신천지의 입장문을 그토록 성실히 받아준다는 말인가. 

신천지가 스스로 정상적인 종교기관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누구 보다 앞장서서 현재 아내의 행방을 찾고 있는 윤 씨를 보듬고 사태 수습에 마음을 쓰지 않겠나.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는 셈이다. 

전문가들 “신천지 포교와 내부 단속에 집중”

신천지 대책 전문가들은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신천지가 다시 내부 결속력 강화와 단속에 집중하며 그 어느 때보다 포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도 신천지는 1만8천명이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 숫자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 포교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미지 세탁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란 분석들을 내놓았다.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은 이만희 총회장의 나이가 90세를 넘은 만큼, 신천지 신자들 입장에서는 “때가 다 됐고, 역사가 곧 완성된다고 인식해 더 극성스럽게 포교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홍성일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제1총무는 최근 맘카페와 각종 동호회 또는 중고마켓 등을 통해 신천지의 포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추궁하거나 몰아세우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우니, 우선 믿을 수 있는 상담소로 빨리 연락해 도움을 요청할 것을 조언했다. 이들은 반드시‘믿을 수 있는 상담소’로 연락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신천지는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신천지 현수막을 건 트럭이 거리를 질주하거나 현수막이 내걸리고 최근 조선일보는 두 면을 할애해 신천지 신도들의 헌혈 활동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실어주었다. 또 평화나무가 입수한 사진과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는 최근 신도들에게 나눠 줄 새 책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신천지가 포교에 집중하고 신천지 대책 전문가들은 소위 신천지의 산옮기기가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우려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실상 한국교회는 대문 앞에 신천지 아웃만 내걸었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본인들의 치부가 드러날 때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향해 프레임을 씌울 때만 신천지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런 걸 보면, 한국교회 일부 문제 목사들에게는 신천지가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정치권과의 유착 문제도 심각하지만, 누구 하나 이 문제를 건드리기는 껄끄러워하는 눈치다. 평화나무가 mbc 장인수 기자가 협업해 보도한 ‘한동훈 휴대폰 뒷문으로 열다’를 통해서도 드러났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시절 법무부의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에 반대하는 의견을 친분이 돈독한 기자에게 피력하면서 “이게 압색 나서면 30만 신도가 가만히 있겠나. 유병언 때 하고는 사이즈가 다른 애들이야”라고 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압수수색을 건진 법사의 조언을 따르느라 하지 않고,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건과 관련해 최근 각하 처분을 내렸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공수처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신천지 연루 꼬리표 단 시의원 후보, "억울하다"면서도  "신천지는 어마어마한 집단"

20년간 신천지 연루설로 곤혹을 치렀다는 한 시의원 후보자는 어떨까. 자신의 사진 등이 이 신천지 교적부에 올라 있고 신천지를 상대로 싸워온 단체들은 신천지 교인 명단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복음방 과정과 6개월의 신학원(초등-중등-고등) 교육과정을 거쳐 ▲신천지 교리에 관한 단답형 필기시험 80점 이상을 얻어야 해당 과정을 이수할 수 있으며 ▲신천지가 지정한 특정한 신천지 복장 수료복을 입고, ‘수료식’을 완료해야 신천지 명단에 기록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해명을 요구해 왓다. 

실제로 신천지 규약 제3장 제12조 ‘성도의 자격’에서는 “누구든지 신학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및 이에 준한 자격을 획득한 자로서 신천지(성경)를 믿음으로 수용하고 교적부에 등록함으로 성도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그런데도 이 후보는 자신을 의심한 이들을 향해 분개했다. 신천지 때문에 피해를 당한 당사자라고 주장하면서도 신천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모호한 답변을 늘어놓다가 결국은 “신천지는 거대집단이다”, “대통령은 신천지를 해결했나”라는 답변을 내놓았고, ‘신천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목사님인가”라고 반문했다. 

‘시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행정적인 부분을 애기하는 것’이라고 하자, ‘할 수 있는 행정처분을 법대로 하겠다’는 답변하면서도 “신천지는 어마 무시한 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담스러움을 잔뜩 드러냈다.

신천지는 이처럼 한국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정치권의 유착 내지, 수사기관의 봐주기 등을 통해 세를 확산하고 그 힘을 키워왔다. 

민주시민 보기는 뭣 같이 여기는 듯한 정치인도, 검사도, 신천지는 무섭단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적어도 한국교회는 긴장해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신천지 이만희 앞에 무릎 꿇을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 신천지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윤동훈 씨의 음성이 귓가에 멤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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