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뉴스타파·뉴스버스·미디어오늘 등 일부 언론사를 인수위에 출입매체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 이러한 결정을 한 날짜와 관련 회의 참석자 등을 요청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인수위는 청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비공개·부분공개·공개)를 결정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10일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인수위는 답을 하지 않고 5월 6일 해산해버렸다. 정보공개청구를 수없이 해봤지만 아예 답이오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들 매체를 출입거부한 것에 대해 “실제 선거기간 중 당선자에 대한 혹독한 기사들이 나왔던 곳이기 때문에 불편한 심기가 들어간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자라도 비판받으면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직자들이 ‘불편하다’는 감정만으로 출입배제를 결정했을 리는 없다. 분명 어떠한 기준과 근거가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신청 일주일째인 지난 3월 28일까지 결과 통보가 없어 서울 통의동 인수위 앞을 찾아갔다. 인수위 관계자는 출입을 막으며 ‘서류 제때 넣었느냐’며 미디어오늘을 탓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디어오늘은 청와대를 출입하다 퇴출당한 뒤 박근혜 정부까지 청와대를 출입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인수위가 출입기자 신청을 받을 때 서류를 꼼꼼하게 작성해 기한 내에 접수했다. 흠 잡힐 일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일부 매체 인수위 출입거부는 왜?

인수위 측에 제대로 접수했다고 설명하자 ‘심사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날 기준 출입등록된 매체는 883곳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와 국민의힘까지 멀쩡하게 출입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심사 중인지 수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몇몇 언론사에 연락해봤다.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등도 인수위에서 출입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인수위 측에 문의해볼 것을 제안했다. 미디어오늘도 국민의힘과 인수위 쪽에 재차 문의했다. 이틀간 캐묻자 인수위 측은 ‘한국기자협회과 같은 협회 가입이 안 돼 출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비평지로서 협회들도 취재하므로 가입하지 않았을 뿐이다. 협회 가입과 취재 제한 간 무슨 논리적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인수위에 출입한 매체들 중에는 협회에 속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뉴스타파와 뉴스버스는 협회에 가입했는데 왜 거부했을까?

인수위 출입등록 기준에는 ‘인수위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조항이 있다. 인수위가 뉴스타파 등을 불필요하다고 본 것일까?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수위는 10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속해있는 인수위 단체카톡방에서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쫓아냈다. 이를 본 타사 기자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며 먼저 연락을 주기도 했다.

질문의 목적, 국정수행 정보의 유통

미디어오늘 4월 14일 지역 언론 관련해 인수위에 어떠한 내용을 보고했는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두 부처는 모두 인수위 요청 때문이라며 비공개했다. 인수위가 타 부처의 정보공개 요청까지 막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지역언론 관련 공약을 내지 않았다. 지역언론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핵심 구성요소란 점에서 왜 공약조차 없는지 의아했다. 따라서 인수위가 어떠한 내용을 보고받고 얼마나 국정과제에 반영할지 관심사였다. 지역언론 비전에 대해 소통하려면 무슨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공개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인수위는 윤석열정부 110개 국정과제에서 지역언론 정책을 포함하지 않았고, 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공약집에도 지역언론 공약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와 용산공원을 개방하거나 주말에 배우자와 시장가고 신발 사는 걸 소통 행보라고 주장한다. 공직자와 시민, 대통령과 기자 간의 소통은 지나가다 마주쳐서 덕담 주고받는 게 아니다. 이 사회의 주인인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유권자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수행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권력관계는 정보량에 따라 달라진다. 정보가 많이 공개될수록 시민들은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고, 민주적인 사회가 된다. 권력자가 비밀투성이라면 견제가 어려워지고 비민주적인 사회로 변질된다. 기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질문을 하는 이유는 시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다. 질문을 공격이라고 오해하니 기자들과 싸우거나 특정 기자를 배제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기자를 대하는 방식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은 기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지난 3일 대통령실 출입기자 신청을 받으며 기자들에게 ‘신원진술서’를 요구했다. 본인과 배우자, 미혼자녀의 재산(부동산·동산·채무)을 적어내라고 했다. 채무관계까지 적어내는 건 인권침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관계도 배우자, 자녀뿐 아니라 배우자의 부모, 북한거주가족의 이름·생년월일직업·직책·거주지까지 요구했다. 기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취재원(친교인물)의 관계·성명·직업·직책을 적는 항목도 있었다.

해당 신원진술서 양식에 대해 알아봤다. 일반 공직자에게 요구했다가 위헌 논란이 벌어진 양식과 같았다. 국정원 등 기밀을 다루는 일부 공직자에게 작성하게 하는 수준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신원진술서를 요구한 것에 대해 ‘보안’을 이유로 들었다. 공교롭게 미디어오늘 보도 직후 대통령실은 해당 신원진술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

최근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휴대폰에 ‘보안앱’을 깔게 해 비판이 나왔다. ‘보안’을 이유로 내걸고 테더링·블루투스·카메라·녹음 등 기능을 막는 앱이었다. 지난 17일 미디어오늘 보도를 보면 일부 기자들은 대통령실을 벗어나서도 휴대폰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불편을 겪었고, 해당 앱을 통해 단말기 위치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은 보도 당일 보안앱 설치 방침을 철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안앱 철회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보도 불가” 방침을 내렸다. 보안앱 문제로 떠들지 말란 뜻이다. 그러면 출입기자들은 ‘보안앱 설치 방침을 철회했다는 기사를 쓰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서 징계를 받나? 쫓겨나나?’ 등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보도 불가’ 방침도 결국 철회했다. 틈만 나면 기자들을 통제하려 ‘간’보는 모습이다. 이쯤되면 용산으로 온 진짜 목적이 궁금해진다.

다음날인 18일 아침, 사진 한 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연설문을 고치는 윤 대통령 모습과 연설문 원고 일부가 사진에 찍혀 유출됐다. 여당에선 대통령의 원고를 사전에 유출한 참모를 경질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자들은 다른 의문이 들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보안앱을 깔아 사진 한장 못 찍게 했는데 대체 어떤 공직자가 대통령실에서 사진을 찍어서 맘대로 뿌렸을까?’ 민간인인 기자들은 대통령실 공직자보다 자율성이 없는 셈이다.

11년전 MB정부 청와대에서 미디어오늘 등이 쫓겨났다. 미디어오늘이 청와대 출입기자단 규정을 어겨서 기자단 징계를 받아 쫓겨난 게 아니다. 국방부 엠바고 요청을 타 언론사들이 먼저 깨며 보도했고 국방부 출입기자가 없는 미디어오늘이 이를 인용보도했다. 국방부 기자단이 미디어오늘을 징계할 수 없자 국방부 장관이 38개 부처에 공문을 보내 미디어오늘 취재거부를 요구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자를 정부 산하기관 직원쯤으로 본 것이다.

새 정부도 기자들을 대통령실 산하기관 직원처럼 대하는 일을 반복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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