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에 대한 기사가 연일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지금, 그들은 스스로가 ‘토사구팽’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들이 몸담았던 정당을 ‘나쁜정당’으로 낙인찍고 있다. 또한, 언론은 ‘청년정치의 위기’라며 연일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게 청년정치인들과 언론에 의해 민주당은 ‘나쁜 정당’이 되었다.

필자는 청년정치인으로서 민주당의 ‘청년정치’에 관련한 논평을 요청받아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청년정치인’임에도 ‘민주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민주당원으로서 민주당이 ‘나쁜 정당’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글은 민주당을 ‘나쁜정당’이라 말하는 민주당 내 청년정치인들에게 반기를 드는 글이자, 민주당을 위한 항변임을 고백한다.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의 말대로 민주당은 정말 청년들을 토사구팽하는 ‘나쁜 정당’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민주당의 몇가지 청년지원 정책들의 사례로 대신하고자 한다.

2014년 2월 민주당의 ‘청년정치스쿨’이 출범했다. 2022년인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는데, 당원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만 45세 이하의 청년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년은 현재 1,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민주당이 진영논리를 넘어 많은 청년들에게 끈끈한 네트워크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청년들은 의원실·당직자 인턴으로 근무를 하며 실무를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에 실제로 많은 청년당원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또한 지난 2020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선기획단 15명중 청년을 4명으로 구성하는 파격 인선을 시도하기도 했다. 20, 30, 40대 모든 세대 연령을 인선해 모든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청년 출마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했고, 기탁금이나 경선비용을 면제하거나 할인 해주는 방식으로 청년정치인들의 경제적 장벽을 낮추고자 시도함으로 청년정치인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었다.

민주당은 청년대변인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남성, 여성 각 각의 청년대변인을 선출했고, 특정 성별의 청년이 아니라, 모든 성별의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 청년대변인들의 논평은 민주당의 공식 논평으로 보도되었을 정도로,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청년정치인을 육성하고자 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총선기획단 12명에 2030 청년들을 인선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보아 민주당이 어느 정당과 비교해봐도 청년정치인 육성과 청년당원의 참여를 독려하기 노력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살인 2014년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던 당원으로 이를 직접 경험하고 확인해온 청년이다. 9년차 당원으로서 지켜본 민주당은 늘 청년과 동행하는 정당이었다. 이런데도 민주당이 정말 청년을 배제하는 ‘나쁜 정당’ 이라 할 수 있는가?

현재 민주당 내 청년정치인들 대부분은 민주당을 청년을 배척하는 ‘나쁜정당’ 이라 이야기한다. 청년정치인들은 민주당의 시대정신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낡았다’ 말하고, 당원들을 폭력적 팬덤과 강성지지자라고 매도하며, 당을 위해 애써온 선배 정치인들을 ‘기득권’이라 규정한다. 현재 청년정치인들은 정치권에서 자신들만을 ‘쿨한 중도’로 포장하고 있다. 자신들만이 나쁜 민주당을 구할 ‘구원자’라 자청하고 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들은, 그들이 '나쁜정당'이라 낙인찍은 민주당의 수장이 되기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이 무엇일까?

현재 청년정치인들 사이에선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모두 나쁘다는 ‘양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양쪽 진영을 모두 비판하는 사람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람이며, ‘합리적’ 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양비론은 겉으로 꽤 그럴듯해 보인다. 논쟁과 투쟁이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양비론자는 상당히 합리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많은 청년정치인들은 스스로를 양비론자로 포장하길 원한다. 그러나 그들의 메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정견을 그럴듯한 양비론으로 포장했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모두까기’의 수혜자는 결국 ‘청년정치인’이 되고있다. 그동안 정치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던 청년정치인들이 ‘양비론’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 현 청년정치인들의 정치 방식이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를 혐오하는 정치인’이 되고 있음을,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이 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유구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금 청년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방식은 당원들한테 정당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선배정치인들과 당원들의 역사를 부정한 채로 이들의 용퇴만을 주장하며 세대 교체만을 주장하는 것은 강탈이지, 교체가 아니다.

나는 민주당 안에 몸담고 활동하는 청년정치인들과 또래이자 같은 청년 정치인이지만, 그들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나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민주당 내 청년정치인들의 두가지 행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정치인이라면 응당 국민들 삶의 어려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청년정치인들은 타인의 악재와 불행을 자신이 정치인이 되어야만 하는 근거로서만 이용할 뿐이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안이나 정책 마련 없이, 청년과 여성들의 어려움이 ‘청년정치인이 필요한 근거’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두 번째로, 청년정치의 확대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청년정치인들은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줘야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현 청년정치인들은 기성 정치를 비판하는 것에만 멈춰있고, 정치의 나쁜, 혹은 부패한 점만 부각시키며 결국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만을 확대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고, 청년세대가 정치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기존의 청년정치인들이 정치를 독점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청년정치인들의 아젠다가 보통의 청년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정치인들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팔로우나 동지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모두의 리더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동지나 팔로우가 되어본 적이 없는 자는, 민주당의 리더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민주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리더가 되겠다 외치는 민주당의 청년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리더가 되기 전에, 민주당 당원들과 선배정치인들의 팔로우가 된 적이 있는가? 혹은 그들의 동지가 되어 땀 흘려본 적 있는가? 앞서간 선배들이 쓰러질 때, 그들을 일으켜주기는커녕, 그들을 돌다리삼아 밟고 길을 건넌 것은 아니었나?

많은 청년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을 보신 당원 몇 분께선 나에게도 출마하길 권유하셨다. 그러나 나는 출마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치인에게는 출마를 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마하지 않은 이유를 소명할 의무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밝히자면, 나의 불출마 결정에는 대선기간 이재명 의원께서 유세현장에서 ‘가능한 걸 하는 것이 행정이고, 불가능한 걸 하는 것이 정치다’ 라고 외친 그 말씀이 영향을 끼쳤다.

청년정치인은 선배정치인들에 비해 연륜도, 경륜도 부족하다. 아무리 뛰어난 청년일지라도, 선배정치인들의 연륜을 뛰어넘기는 쉽지않다. 선배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이를 알고 있다. 솔직히 대중이나 선배정치인들은 청년정치인에게 엄청난 실력 발휘를 기대하기 보다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도 같다.

그런 점에서 청년정치인은 비상장주식과 같다.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 낼 의무가 있다.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유를 창조해 낼 능력이 있음을, 무를 유로 만들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해내야한다. 이것이 선배정치인들과 국민이 청년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바 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예외없이 이를 증명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최근 몇몇 청년정치인들의 행태, 만행으로 인해 청년정치인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 이전처럼 가능성만 보고 비상장주식인 청년에 투자하기에는, 당이 너무도 큰 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내게 전당대회 출마를 제안하며 다시 한번, 청년정치인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싶어하신 당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나는 당원들에게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당원들이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청년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때까지, 부단히 준비하고 증명하고 싶다. 그리고 이재명 의원의 말씀처럼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지난 총선, 민주당의 29번 비례대표 후보자로 ‘국민을 사랑하고, 국정을 고민하는 일에는 나이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으며, 그것을 저를 통해 사회에 증명해내고 싶다’는 다짐을 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낙선했고, 후보자 본인이 생각하는 낙선의 이유는 오로지 나 자신에게 있었음을 밝혔다. 그때의 낙선경험은 4년동안 더 경험을 쌓고, 낮은 곳에서부터 국민과 당원과 함께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국민들의 곁에서 함께하며 내게 주어진 일들을 차근 차근 해나가겠다 약속했다.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남은 2년간 더 낮은곳으로, 더 어려운 곳으로 갈 것이다.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쳐온 촛불시민과 민주당원들, 의원들의 동지가 되어 청년이라는 우산을 벗어던지고 비바람을 함께 맞을 것이다. 이것이 청년정치인으로서 나의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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