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언론탄압 천연덕스러운 오세훈과 국민의힘

지진에는 전조현상이 있다. 새떼가 갑자기 이동한다거나, 동물이나 곤충이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드물지만 진원지 근방에서 밤마다 푸른 빛이 일렁인다는 얘기도 있다. 지하수의 라돈 함량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단층에 있던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다.

언론장악, 작게 보면 방송장악 과정에도 전조현상은 있다. 그 방송사의 소수노조가 절차적 문제없이 임명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갑자기 대량으로 건다던지, 방송 경영진이나 제작진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이 이어진다든지, 정치권에서 공영방송이 기울었다며 토론회를 연다든지 그리고 가장 강력한 전조현상으로 대통령 보좌 기구가 된 감사원이 갑작스레 방송사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한다든지. 이런 것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방송계에서는 바로 이런 전조증상이 시작되더니,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지진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TBS, TBS는 현재 출연진을 대거 교체하고 빈자리를 내부 인력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TBS가 권력에 굴복한 것인가? 아직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에 오세훈 서울시에 의해 축소된 TBS 예산이 바닥이 보이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지진은 단순히 TBS에만 여파를 미치지 않을 것이다. 지진은 쓰나미를 불러와 방송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TBS를 옥죄기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은 성공을 자축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켜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 모델을 KBS나 MBC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궁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의 비판언론 옥죄기는 장기적으로 실패한다. 단언할 수 있는 건, 2008년 방송장악도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론 장악을 통해 일본 자민당 식 장기집권 모델을 꿈꿨지만, 언론 장악 9년은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이걸 국민의힘이, 보수 정권이, 권위주의 정권이 모를까? 언론장악에 대한 보수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권위주의 정권에 각인된 ‘방송장악’ DNA

세계 2차 대전 중 나치의 히틀러는 대중 선동가 괴벨스와 함께 이른바 ‘매스 미디어’를 통한 대중 통제 기술을 선보였다. 그 이후 출범한 전 세계 대부분의 권위주의 정권과 독재자들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언론 장악을 통해 대중을 통제하려 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박정희 시대 언론은 사전 검열을 받았고 그 시대 언론은 유신 홍보지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 못했다. 전두환 정권도 ‘보도지침’을 통해 사전 검열을 가했고, 전국의 언론을 통폐합하며 매체와 언론인의 수를 줄이며 언론을 용이하게 관리했다. 그 사이 두 정권 하 비판적인 언론인들은 목숨을 잃었고, 일자리를 잃었고, 설 자리를 잃었고 투사가 됐다.

민주화 이후 출범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보도지침 같은, 무식한 권력의 직접 통제라는 방법을 쓰지 않았다. 대신 권력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경영진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 비판 언론인을 탄압했다. 공영방송에 개입하지 않는다던 그들은 공영방송 사장을 불러다 청와대에서 쪼인트를 까고,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럴거냐, 대통령이 봤다”며 으름장을 놨다. 뿐 만 아니라 몰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제작진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출연자, 나아가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방송에서 배제하며 통제해 왔다.

민주주의의 발달로 방법은 바뀌었지만,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 민주정의당, 공화당은 모두 집권 이후 언론을 통제했고 비판 언론인을 축출해왔다. 이들에게 ‘언론 장악’이란,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의 ‘집합’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고, 뒷부분에 나오는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고 집중해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진화된 듯한 모습은 있다. 과거 서울시장 재직시절, TBS를 시장 동정방송으로 만들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금 더 치밀한 방식으로 비판 언론과 언론인을 옥죄기 시작했다. 오세훈 시장은 TBS에 보도지침을 내리지 않았고, 이강택 TBS 사장을 억지로 쫓아내 자기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지도 않았다.

대신, TBS 구성원들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했다. 상업광고를 할 수 없고, 서울시에 재정을 의존해야 하는 TBS의 상황을 이용해, 예산으로 TBS를 쥐락펴락하며 내부 갈등을 부추겼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가만히 있다가, 국민의힘이 돌연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의 방식이다. 그렇게 생계를 압박 당한 직원들은 서로 갈라지고 갈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언론 통제’, ‘방송 장악’의 한 방식을 뿐이다.

방송장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렇게 국민의힘은 다시 방송을 장악하려 하지만, 단언컨대 실패할 것이다. 물론 방송사를 압박해 비판 언론인을 잘라낼 수 있을 것이고, 제작진을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했듯, 사장을 바꾸고, 이사진을 자기 사람으로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비판 여론의 싹을 자를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무엇보다 환경이 변했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괴벨스가 이용했던 ‘매스 미디어’의 시대가 아니다. 미디어에 있어 대중은 허상에 가깝고 오히려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이 중요해진 시기다. 국민들은 통제할 수 있는 대중이 아니라, 니즈를 맞춰야 할 소비자성이 강해졌다. TV뉴스로 땡윤뉴스를 한들, 김건희 여사가 라디오 주례 연설을 한들 이걸 통해 군주의 덕을 설파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비판 언론인을 잘라내 봐야, 비판언론인이 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라낸 비판 언론인들은 뉴스타파를 만들거나,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활동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짤’로 만들어져 국민들의 놀이거리, ‘밈’이 된다.

장악된 방송에 대한 불신은 대안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레거시 미디어의 게이트키핑으로 수습이 가능했던 작은 사안은, 대안 미디어의 폭발성으로 큰 화제가 됐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장악된 방송은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사내정치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데는 영 소질이 없었다. 뉴스 뿐 아니라 방송 전반적으로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OTT 같은 새로운 기술의 변화, 종편 등 방송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OTT의 영향이 본격화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이후였고, 종합편성채널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역시 우습게도 문재인 정부 이후였다.

권위주의 정권이 언론사는 장악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론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폐쇄할 것인가? SNS 접속을 막을 것인가? 그래서 더 묻고 싶다. 방송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가? 방송을 가졌을 때, 지옥은 그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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