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뉴욕 막말 사건’은 역대급 외교 참사로 기록될 조짐이다. 외교·안보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발언이 공개된 9월 22일 김용민TV ‘지금은 좋빠가(좋아 빠르게 가) 시대’에 나와 사태의 본질과 파장을 자세히 분석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출연자의 대화를 요약 및 윤문한 것.

글로벌펀드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하고 48초 대화를 나눴다. 48초는 커피 한 잔 시켜도 초과하는 시간이다. 연단에서 내려와 퇴장하는 윤석열 뒤를 수행하는 사람은 김성한 안보실장이었다. 이 사람에게 윤석열이 문제의 발언(“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을 했다. 근데 김성한은 실실 웃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무 반응 안 하고 자연스럽게 넘기는 양상이었다. 윤의 언어 습관에 익숙한 듯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월 13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윤석열이) 누차 나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폭로한 바 있다. 이준석한테만 그런 게 아니었던 것.

‘민주당 이 새끼들’은 2020년에도 했던 말

한가지 더 공개할 것이 있다.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이 국회에 와서 민주당 의원들과 한 판 붙었던 일 기억하는가? “내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말한 날이었다. (그렇다면 2020년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그다음 날인가 국회에 갔는데 6층에서 담배 피우는 어떤 보좌관이 “어제 제가 못 볼 걸 봤습니다”라고 운을 떼더라.

그가 전한 상황은 이랬다. 국회 본청 엘리베이터 안으로 대검찰청 직원들과 우르르 타던 윤석열이 5급 사무관 정도로 보이는 사람에게 “야, 네가 가서 (나한테) 질문해라. 네가 하는 게 ‘저 새끼들’보다 낫겠다”라고 하더라는 것. 당연히 ‘저 새끼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지칭한 것.

한편 김용민TV ‘멧돼통령’에 출연한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추 장관에 각을 세울 시점(2020년 4월 이후 12월 사이) 자택 아크로비스타 부근 경양식집 버지니아에서 측근 검사들을 모아놓고 음주하면서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일하는 파견 검사들을 들으라고 “추미애 ○○년”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출국 전 외교부 차관은 만류했다… “가셔봐야 소득 없다”

사실 윤석열의 방미를 외교부 차관은 처음부터 ‘본전도 못 건진다’라며 반대했다. ‘어차피 (한국 전기자동차 보조금 폐지를 담은) 인플레 감축법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못 바꿀 것이고, 그렇다면 빈손으로 귀국할 텐데, 그 정치적 비난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는 설명을 곁들여 말이다. 실로 공무원은 자기 분야에 있어 ‘보는 눈’이 있다. 십중팔구 이들 예측대로 돼 간다. 그런데 윤석열이 어떤 자신감에 기초했던지 이를 무시했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래서 윤석열의 방미 고집이 여기서 비롯됐다는 억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한덕수 총리의 부인으로 황급히 수습됐다.

한미 정상회담 과정도 이처럼 기막힌데 한일 회담도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은 한마디로 몸 달았다. 일본에 대해 집권 초부터 매달리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 왔기에 생경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사실 일본 여론 주도층 중 기성세대는 윤석열 부부를 좋아한다. 가히 제2의 한류 수준이다.

그들 중 일군의 무리는 지난 대선 직전,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을 위해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어찌된 일일까? 남편 윤석열의 ‘오야붕’ 기질이나, 아내 김건희의 ‘탤런트’같은 외모가 선호 취향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치에서 진작에 사라진 캐릭터를 부활시켜 향수를 자극했다고나 할까?

현대 외교는 국내 정치 연장… ‘낮은 지지율’ 윤석열 꺼리는 외국 정상

그런데 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석열 만나는 것을 꺼렸을까? 윤석열이나 자신이나 지지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윤과 기시다를 합하면 지지율이 60%이다. 둘 다 집권 초기인데 이정도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기시다는 양국 약속이 한국 새 정부(문재인 정권)에 의해 부정당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기시다는 그래서 한국의 새 파트너가 박근혜와 달리 강력한 지지율을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말의 뜻은 ‘윤석열의 운명이 아직 박근혜의 그것과 겹쳐 보인다’라는 심리를 깔고 있다.

현대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이다. 외국 정상도 윤석열을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라는 뜻의 ‘왝더독(Wag the dog)’을 들어봤나? 과거엔 외교가 국내 정치에 휘둘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엔 외교가 국내 정치의 연장이다. 현대의 외교는 ‘상대국의 지도자’가 아니라 ‘상대국의 시민’을 상대하는 것이다.

북한이 윤석열을 바라보는 시각도 복잡하지 않다. 김여정 북한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워딩(“인간 자체가 싫다”)만 기억하면 된다. 윤석열이 오래 못 간다고 보는 것이다. 뭔가 대화를 할 뜻이 있다면 북은 남을 상대로 어떻게든 들쑤셨을 것이다.

윤석열 “어어어”하는 새, 중국에 의해 ‘친중국가’된 대한민국

그런데 참으로 기묘한 주변 정세이다. 이렇게 미·일에 매달렸는데 뒤통수 얻어맞았잖는가? 그런데 난데없이 중국 지도부와 관영 언론이 윤석열에 대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계기는 리잔수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장이 9월 15~17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성남 서울공항에서 트랙에 내려오는 리 위원장은 공군 병사로부터 거수경례를 받았다. 이것은 신속하게 중국 대륙 전역에 전파됐다. ‘8월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패싱했던 한국 정부가 같은 정치적 지위의 자국 상무위원장을 극진히 대접했다’라는 해설과 더불어. 낸시 펠로시가 한국 정부에 의해 무시당하는 걸 보고 중국 쪽이 심리전을 전개한 것이다. 중국 언론은 혹시 못 본 사람이 있을까 싶었던지 펠로시와 리잔수가 트랩에서 내려올 때 사진을 거듭 대조해 ‘중화인민’에게 전파했다. 졸지에 우리는 친중 반미 정권이 된 꼴이다. 윤석열은 애초 중국을 치워버리고 미국 일본과 가까워지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친중 대통령으로 포지셔닝됐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조롱당해서였을까? 윤석열의 몰골에는 ‘대통령 할 의지’가 희박하다.

윤석열 두고 “인간이 싫다”라는 북한…미·중 충돌 속 표류하는 대한민국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 ‘인간이 싫다’는데 전진할 여지는 없다. (김여정 말대로) 노태우 정부 당시 북방정책의 산파 역할을 했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 4주년 기념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하면 1인당 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등의 정책을 보면 북한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만 모아 놓았더라.” 윤석열이 8.15에 밝힌 ‘담대한 구상’은 이것과 판박이다. 결국 윤석열이 있는 한 남북관계가 개선되거나 혹은 역동적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전쟁을 회피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지금 미·중 간 대결 상황에서 다시 우리가 강대국 중심 프레임에 속절없이 휘말려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 정상이 굉장히 무시하는 윤석열로 우리의 이익과 주권은 수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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