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제보자, 기소와 불기소…제 식구 감싸기 데칼코마니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제보자X가 인천국제공항에서 10월 7일 구속됐다. 제보자X는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을 고발해달라고 '고발 사주'한 고발장에도 피고발인으로 포함된 인물이다.

김건희·한동훈·, 눈에 띄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제보자X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검언유착’ 사건을 제보한 인물이다. 그보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제보했다. 그는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제보자X의 제보는 수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 ‘제 식구 감싸기’의 벽은 높았다. 검찰에 대해 비판적인 인물들과 검찰 ’제 식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눈에 띄게 다른 것.

제보자X의 제보로 시작된 뉴스타파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공범 5명을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겼다. 권 전 회장의 재판에서는 김 여사의 연루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조사나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고발 사주 고발장엔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이미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뉴스타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보도하자, 성명불상자에게 ‘ㅎㅎㅎ 공작치곤 수준이’라는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제보자X가 MBC에 제보한 검언유착 의혹 또한 수사로 이어졌지만, 핵심 인물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만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4월 검찰은 검언유착 관련해서 한 장관을 불기소했다. 한 장관은 수사받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아이폰)를 압수당했지만, 20자리의 잠금 해제 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한 장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한 의혹으로 법무부 감찰 조사를 받았고,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절차 위법 등을 다투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절차 위법이 없다”라면서 “정직 2개월 징계도 가볍다”라고 밝혔다.

검언유착 사건 관련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오히려 수사·감찰 방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한 장관에 대한 수사는 끝이 났다. 검찰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시도가 실효성이 없다”라며 한 장관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반면 검찰은 제보자X를 윤 전 세무서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검언유착 사건을 제보하는 과정에서 MBC 기자와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제보한 내용 중 윤 전 세무서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었다는 이유다. 관련 내용은 제보자X가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이전까지 어느 곳에서도 보도된 적이 없다.

김웅 불기소한 검찰…판단근거는 “본인들의 부인” 

 한동훈    검 사장이    2020년  7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검 사장이    2020년  7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은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고발 사주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공범이자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 왔다.

앞서 8개월 동안 '고발 사주'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김 의원에 대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라고 했지만, 검찰은 “공모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고발 사주 사건에서 김 의원을 통해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한 주체로 지목된 손 검사는 지난 6월 28일 중간 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예약 자리인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했다. 하루 전 고발 사주 사건 피고인 손 검사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려 '공판준비기일 절차'가 진행됐지만, 보란 듯이 손 검사를 '꽃보직'에 앉혔다.

'고발 사주'의 공범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역시 고발 사주 사건의 피의자였던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벌어진 일이다. 공수처는 지난 5월 4일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5월 초 김 의원의 '고발 사주 공모 혐의'를 넘겨받아 추가 수사에 어느 정도 열의를 보였는지 알 순 없다. 핵심 피고인이자 김 의원과 공범 관계인 손 검사를 드러내놓고 '입막음 인사'를 한 상황으로 봐서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소극적일 것이라고는 예상됐다.

그런데 검찰은 더 나가 누가 봐도 공범 혐의가 짙은 김 의원을 불기소했다. 재판에서 진상이 규명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가 설명한 불기소 이유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손 검사와 김 의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달리 부인 진술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로 드러난 ‘검사 술 접대’도 결국 무죄 

서울남부지검은 라임 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 접대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 팀을 구성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은 라임 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 접대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 팀을 구성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술 접대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 지난달 30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나 모 검사와 이 모 변호사는 2019년 7월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536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청탁금지법)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20년 12월 이들을 기소하면서 술값 536만 원 중 밴드와 유흥접객원 비용 55만 원을 제외한 481만 원을 술자리 참가자 수 5명으로 나눈 96만 원이 1인당 접대비라고 계산했다.

밴드와 접객원이 오기 전에 떠난 검사 2명은 접대비가 각 96만 원이라 기소에서 제외하고, 밴드와 접객원을 부른 피고인 3명의 접대비는 114만 원으로 산정해 기소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향응 가액이 100만 원을 초과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며 “나 검사와 이 변호사가 받은 향응 액수는 93만9167원”이라고 판단했다. 접대는 받았지만 100만 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술자리에 참석한 인물들의 숫자대로 나눠야 한다는 피고인(검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결국 수사·기소·재판의 과정이 일반인의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검찰은 독점적인 기소권으로 뇌물죄로 기소해야 할 검사들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고, 무죄 선고는 기소권 남용의 결과일 뿐”이라며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서라도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재판 결과를 두고 따져본다면, ‘접대’를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책임 소지가 있는 사람들의 반성과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20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사 술 접대’가 확인되면 사과하겠느냐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국민께 사과드릴 일 있으면 사과와 함께 정말 근본적 개선책을 세워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총장에서 있을 때도, 내려온 이후에도, 현재까지도 사과한 적 전혀 없어

검찰의 민낯을 고발한 제보자들은 결국 제 식구 감싸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어김없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고발 사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라임 술 접대 검사 등 현재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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