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정치연구소 싱크와이 소장 유튜브 ‘김성회의 옳은소리’ 대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 진영이 압승했다. 더불어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열린민주당 3석 등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랐던 많은 시민의 열망과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여당에 힘을 몰아준 결과였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압승은 도드라졌다. 민주당은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은 겨우 16석을 가져갔을 뿐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석 84석 중 56석을 영남 지역에서 배출했다. 영남이 전체 당선자의 2/3를 차지했다.

영남 의원은 윤심과 당심 편…수도권 지망생은 민심 편

지금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 중 ‘아니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나?’ 싶은 일들은 전부 ‘영남 편중’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힘 영남 선거는 본선이 아닌 경선에서 승부가 갈라진다. 이 지역 정치인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 세력은 딱 두 군데. 첫 번째는 대통령 의중을 담고 있는 당 지도부. 경선 여부, 경선 대상자 선정, 전략공천 등의 권한을 가진 당 지도부의 마음에 들게 움직여야만 한다. 두 번째는 당원. 당내 경선을 위해 책임당원(민주당의 권리당원)을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자발적 입당의 폭증(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입당한 사람과 이준석 대표를 보고 입당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으로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민심보다 당심에 주파수를 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수도권은 어떤가? 소위 강남 3구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험지다. 일부 지역구에선 후보조차 세우기 힘들고, 민주당이 상당 기간 승리를 계속해온 지역의 경우, 국민의힘은 지역 조직조차 유지하기 버거운 경우가 많다. 경선보다 본선이 문제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지역위원장은 중도 부동층을 공략해야 한다. 중도 부동층이란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민주당을 찍었지만, 곧 실망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층’을 뜻한다.

그들의 바람과 달리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들이 움직인다. 현역 의원의 비중은 영남이 압도적(66.7%)이다. 보수적인 충청과 강원까지 더하면 현역 의원들은 매우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수도권에서 권토중래를 꿈꾸는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방송 등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 2024년에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내 권력 구조상 원외 지역위원장의 목소리라는 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당 전체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맹종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상당히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의 당선에 도움이 안 된다면’ 국민의힘의 자세는 순식간에 변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총선 구상? ‘정치개혁’ 명분 앞세운 반윤제거!

진실한 윤석열의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이것이 2024년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목표일 것이다.

1기 윤핵관의 처절한 실패가 윤석열 대통령의 목을 더 마르게 만들고 있다. 윤핵관의 비극은 그들이 ‘대선 준비용’으로 뭉친 ‘유능한 정치 세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윤핵관이란 무엇인가? 윤핵관은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 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편에서 법사위 전체 회의 때 함께 싸워주고 소주잔을 기울였던 사람들을 뜻한다. 뭐 대단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결사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법사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랑 친해진 사람들이었단 이야기다. 국민의힘 내에서 정치적으로 힘이 있거나 세력을 모았던 사람도 아니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시작할 때 연락할 수 있었던 인재풀이 법사위에서 면식이 있었던 사람들 뿐이었던 것이 이 정부의 첫 번째 비극이 된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무능력한 윤핵관들은 윤심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직을 차지하는가 싶었다가 결국 사퇴했고, 이준석 당 대표 쳐내라는 ‘오다’조차 수행할 능력이 없어 법원까지 들락거리며 지금 국민의힘 몰락의 그림을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이후 집권 하반기 자신을 지켜줄 ‘능력 있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스타 장관’이라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된다. 지금 그가 띄우는 사람들은 다 총선용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되어 특수부에서 함께 싸워본 용사들이면 당연히 1순위다. 검찰 출신 대통령실, 정부 부처 근무자 중 상당수는 출마할 것이다. 그것도 안전지대에.

두 번째 목표는 반윤 세력 제거. 반윤 세력은 이명박을 규탄하며 ‘정권 교체’를 들고 대선에 승리했던 박근혜와 같은 방식으로 ‘타도 윤석열’을 앞세우고 정권 재창출을 도모할 것이다. 레임덕을 막고 퇴임 후 안전 도모를 위해선 반윤 세력을 총선 과정에서 제거해야 한다. 암투는 이미 시작됐고 첫 대상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 가로세로연구소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김건희 팬클럽 회장이었던 강신업 변호사가 ‘무고’로 걸은 것을 경찰이 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내부총질’이라는 대통령의 뜻이 드러난 후 윤리위와 비대위가 벌인 이준석 쳐내기 쇼는 차라리 눈물겨웠다. 유승민 후보를 제거하기 위해 경기도 도지사 선거에 김은혜 대통령 인수위 대변인을 긴급 투입했었고, 이번엔 아마도 유승민 의원 최근 발언으로 윤리위 징계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계나 이준석계로 구분되는 후보자들을 어떻게 쳐낼지, 27년 대선 주자 중 하나인 오세훈 시장에 대한 공격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비윤을 쳐내고 친윤을 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동원될 것이 사정 정국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치기 위한 검경의 맹렬한 공격이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공정하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는 여당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사정의 칼날을 세울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주목해봐야 한다. 키워드는 ‘비트코인’과 ‘금융 사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잡아들일 때만 사정 정국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굳이 ‘자신의 출생지도 아닌’ 여당을 봐줄 이유가 없다. 한 자리 빌 때마다 공천권이 하나 더 생기게 되니 여당에 칼을 안 댈 이유가 없다.

사정 정국과 더불어 정치개혁도 들고나올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 대한 물갈이가 많을수록 국민의 지지는 올라갈 것이고, 국민의힘을 친윤 체제로 재편하려는 윤핵관들의 노력은 정치개혁이라는 외피를 쓰고 국민의 지지를 갈구할 것이다.

국힘 내부 “‘검사 정당’ 되면 수도권 선거 몰패한다”

27년 대선을 준비해야 할 오세훈 시장으로선 국민의힘이 ‘영남 중심의 보수 정당’이나 ‘검찰 출신이 장악한 검사 정당’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달콤한 승리의 열매를 따내며 4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은 ‘합리적 보수’를 전면에 걸고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수도권 원외 지역위원장들 역시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로는 본인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판단하고 2023년 하반기부터 ‘반윤석열’의 기치를 들고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압박할 것이다. 집권 4년 차에 여당 내 압력으로 탈당했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들어 압박의 강도를 높이며 수도권 유권자에게 ‘나는 윤석열과 다르다’라는 차별성을 부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해보아야 할 대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부하가 아니었던 것처럼, 한동훈 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적어도 큰 꿈을 꾸고 있는 한동훈의 입장에선 윤 대통령이 ‘평생을 충성할 대상’이라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총선에 도전해 초선 의원이 되는 쪽보다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것도 중요 체크 포인트.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킬 곳은 PK. 만약 지금보다 지지율이 조금 더 떨어진다면 PK가 가장 먼저 흔들릴 것이고, PK에서 윤석열을 등에 업는 것이 본인 선거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PK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비등점은 지지율 23%. 조경태, 하태경 등 중진 중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PK에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PK 중진들이 ‘당 개혁’,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상황이 오면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뜻대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초반에 새로 뽑힐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과연 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알 수 없다.

TK라고 꼭 안전하다곤 할 수 없다. 앞에서 말했던 ‘진실한 윤석열의 사람들’에게 공천 자리를 주기 위해선 가장 안전한 TK 지역 현역 의원들을 이런저런 형태로 쳐내려는 윤핵관들의 시도가 있을 것이다.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TK의 저항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늘공’, 보수언론 이어 콘크리트 보수층도 등 돌릴 가능성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확률이 올라갈수록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면할 것이다. 차기 대권 주자 중 비윤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유승민, 이준석 트리오의 합계 지지율이 다른 후보군을 넘어선다면 오세훈으로의 쏠림 현상도 가속화될 것이다. 정치를 하지 않고 수사만 하려 드는 윤석열 정부에 수도권+PK+TK가 각자의 이유로 반기를 든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선 자세히 다루지 못했지만, 내부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특정 라인이 장악한 인사가 빚은 참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능력 있는 자들이 대통령실에서 쫓겨나는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 지금까지 입 다물고 버티는 ‘늘공’(기존 공무원 중 대통령실로 발탁된 사람)들이 언제까지 조용히만 버틸 수 있을까? 또 다른 무능이 드러날 것이고, 또 다른 전횡이 드러나게 되면, 보수세력의 보존을 위해 보수언론도 윤석열 정부를 캐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내부고발자’들의 목소리를 국민이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리 없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그래도 윤석열이지’라고 생각하는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이 ‘내가 사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걸 깨닫는 순간, 윤석열 정부의 진짜 위기가 시작된다. 총선이 윤석열 정부 심판의 장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언제나 그렇든 민심은 권력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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