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행동대장’ 톡톡히 해내고 있는 감사원…
견제받지 않는 감사원 ‘견제할 장치’ 마련해야

무소불위다. 윤석열 정부 이후 ‘새롭게 정비된’ 감사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 못지않은 권력에, 감사 범위와 권한, 기간도 자기들 마음대로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머뭇거림도 없다. 그냥 돌격 앞으로! 누군가 필자에게 지금 감사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몇 가지 말하라고 하면 ‘돌격부대’, ‘검찰 행동대장’, ‘깡패 감사’ 등을 언급할 것 같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분이 알고 있을 터. 하지만 현재 감사원이 벌이고 있는 감사는 여러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필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혹은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감사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지금 감사원이 얼마나 ‘폭력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는지 얘기해 보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연구원까지 감사

최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 통계청장이던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컴퓨터를 포렌식 했다. 두 연구원의 연구실을 예고 없이 찾아간 감사원 감사관들이 일방적으로 포렌식을 요구한 것. 감사관들은 ‘가계동향 조사 등에 관한 사항’이라는 감사 공문을 제시했지만 정작 관심은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는 당시 감사관이 ‘소득주도성장’, ‘소득분배’, ‘청와대’, ‘기재부’ 등의 단어가 들어간 파일을 샅샅이 뒤졌다고 했다. 특히 강신욱 선임연구위원의 경우 본인이 제출에 동의하지 않은 연구 노트 파일까지 감사관들이 모두 가져갔다. 어처구니없는 건,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통계시스템 감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감사원은 홍 연구위원을 감사 대상에 포함했다.

감사관들 요구를 거부하면 될 것 아닌가? 이런 반문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감사원이 두 연구원을 조사하면서 언급한 감사원법 51조에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처벌 운운하며 사실상 협조를 강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은 최근 기준을 대폭 완화한 ‘디지털 자료 수집 및 관리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감사원은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 ‘직무 수행과 관련한 디지털 자료만 선별해 추출한다’라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디지털 규정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감사를 앞둔 시점에 해당 조항을 수정했는데, 결국 감사를 진행하면서 포렌식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선전포고’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방통위 정기감사 ‘5개월째 진행 중’

감사원이 방통위에 대한 자료수집을 요구한 건 지난 6월 22일. 본 감사에 착수한 게 7월 25일이다. 감사원은 한 차례 기간을 연장(2주)한 끝에 지난 8월 26일 방통위에 대한 현장 감사를 마쳤다.

통상 현장 감사가 끝나면 수감기관과 의견 교환을 거쳐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사위원회를 열어 결과를 확정한다. 그게 통상적인 절차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는 현장 감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10월 초까지 방통위에 대한 추가 조사하는 ‘이상한 행보’를 보인 것. 감사원은 추가 조사에서 당사자 입회 아래 디지털 포렌식 후속 작업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해보라. 현장 감사까지 마친 상황인데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심지어 감사 결과 또한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방통위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다. 만약 여러분이 감사받는 방통위 직원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감사를 빙자한 사실상의 보복이자 폭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참고로 감사원은 지난 9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민간 심사위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가 ‘정치적’이라 비판받는 이유

현재 감사원은 앞서 소개한 두 기관 외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신재생 에너지(탈원전) 사업 추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KBS,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지적은 이미 시작 단계에서부터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상 규명’ 언급 4시간 만에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감사 착수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관련해서 감사원은 관련 내용을 대통령실에 문자 보고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감사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감사가 전임 정권에 대한 ‘표적·보복 감사’라는 점을 사실상 인증까지 한 셈이다.

권익위에 대한 감사 역시 ‘보복 감사’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 7월 권익위 감사가 시작된 이후 전현희 위원장의 근태, 언론사 간부와의 오찬 간담회, 관사 수도 동파 등의 문제들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위법 사항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랬다면 전현희 위원장이 지금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감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감사원은 감사를 ‘정리’하는 게 온당한 절차다.

위법 사항 확인 않고도 조사

하지만 감사원의 선택은 달랐다. 위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채 검찰로 넘긴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권익위가 2020년 9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수사를 놓고 ‘이해충돌로 보기 어렵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지난 7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릴 수 없다’라고 한 것에 전 위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감사원의 ‘해석’일 뿐 위법성 여부가 확인되거나 밝혀진 게 아니다. 그런데도 검찰로 넘긴다? 여권의 노골적인 사퇴 요구를 거부한 전현희 위원장 내치기에 감사원이 ‘돌격대장’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힘 문제제기 → 감사원 감사 → 검찰 수사 기소

한겨레21 황예랑 편집장은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는 패턴이 있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문제제기하고, 감사원이 돌격해 확보한 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결국 기소한다. 최근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요청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그랬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감사에는 ‘정중동’…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그냥 찍어내기!

유병호 사무총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에 대해 “사람 목숨을 갖고 공직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분강개했다는 명언(?)을 남겼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해당 사건을 감사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라며 감사 착수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150명이 넘는 젊은이가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최 감사원장은 “지금 경찰청에서 자체 수사, 감찰하는 상황으로 알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참사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의혹으로 입건됐던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자택서 숨진 채 발견이 됐는데도 감사원은 ‘정중동’이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누군가의 필담처럼 정말 “웃기고 있네”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쌍끌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이 대통령실 강행 이전과 관련한 과도한 예산 투입을 조사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오히려 감사원은 참여연대가 지난 10월 12일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과정에서 제기된 불법 의혹과 예산 낭비 등이 없었는지 감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어떤 사항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명시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요구했다”라고 하는데 참여연대는 보완자료 요구가 부당한 처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수성향 단체들이 KBS에 대해 청구한 국민감사에 대한 감사원의 대응과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를 기각하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심판에서 선수로… 최재형 ‘나쁜 시그널’ 돼

앞서 소개한 한겨레21 황예랑 편집장은 “감사원은 그동안 국민의 눈과 귀가 되기는커녕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감사 결과를 내놓기에 급급했다”라면서 “지금 감사원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라고 했다. 전 감사원장이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고 현재 국민의힘 의원으로 있는 것 자체가 현재 감사원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감사원을 그냥 그대로 두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황예랑 편집장은 이렇게 예상했다. “돌격대장이자 사냥꾼이 된 감사원에 감사할 이들이 누구일까. 그들이 바로 다음 감사 대상이다.” 국회, 특히 현재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신 차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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