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에 대한 최초 의혹 제기는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 과정이었다. 당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캠페인을 했고, 그 문제 제기를 국민의힘, 조중동 그리고 윤석열 캠프가 덥석 받았다. 민주당 내부정보이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남욱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이낙연 후보 측 윤영찬 의원에게 대장동 관련한 정보를 전달한 사람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관계자인 정영학 회계사라고 했는데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낙연은 조국을 치고, 이재명도 치려고 했던 셈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검을 강도 높게 주장했다. 이준석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열심히 언론에 나와 퍼포먼스까지 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서 민주당이 특검을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특검 이야기만 나오면 숨어 버리지만 말이다. 왜 상황이 이렇게 뒤바뀌게 된 것일까?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이재명 대장동 실소유주 증거’

막상 검찰이 대장동 개발 관련 수사에 착수해 보니 개발사업의 인허가를 내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실소유주라는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도리어 박영수, 곽상도 등 일명 ‘50억 클럽’이라 불리는 국민의힘과 법조계 인사들만 고구마 줄기처럼 나온다는 것에 검찰은 깜짝 놀라 이재명이 실소유주라는 수사의 방향을 버리고 이재명을 ‘배임’으로 엮기 위한 플랜B가 가동되었다. 이는 유동규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다. 이재명은 방침이 확고해서 돈을 줄 이유가 없었다”라는 말은 김만배가 했다. “이재명이요? 아유 씨알도 안 먹혀요. 하지만 천화동인 1호 절반의 지분은 유동규 것이죠”라는 말은 남욱과 정영학 그리고 조우형 등이 진술했다.

검찰은 정영학의 방대한 녹취록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원하는 수사와 기소의 진도를 나갔다. 한때 이재명의 측근이었고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가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인 700억 원(세금과 수수료 떼고 428억)의 실제 소유자이고 3억 5천만 원의 뇌물도 별도로 받았으며 그래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고의로 유리한 인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에 배임이라는 것이 검찰의 새로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정민영 등을 기소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재명의 배임을 입증하는 것에는 실패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 사이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한동훈은 대장동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을 싹 교체했다.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를 진두지휘했고 심지어 죄수들을 검사실로 불러 이른바 모해위증 집체 훈련까지 시켰던 엄희준 검사가 새로운 시나리오 작가로 긴급하게 투입되었다. 지난 2022년 7월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이때부터 엄희준 수사팀이 주력한 것은 아마도 남욱과 유동규를 온갖 별건 수사로 협박 및 회유한 것이 아닐까? 그 결과 드디어 올 10월 무렵부터 남욱과 유동규의 진술이 검찰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른바 ‘문학적 수사(搜査)’라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개척한 엄희준이 이번에도 검사가 아닌 작가로서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한 덕분이었다.

엄희준 수사팀 발족 후 달라지는 ‘팩트’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던 유동규는 “천화동인 1호는 정진상, 김용과 함께 공동의 차명 지분을 표면상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위한 것이다. 즉 이재명의 것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재명이 시장이 된 후에 공영개발 하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우리가 맛이 갔어요. 이재명, 아유 씨알도 안 먹혀요”라고 손사래를 치던 남욱은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것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대장동과 이재명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난 정진상을 본 적이 없다”라고 뉴스타파 기자에게 인터뷰했던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의 주범이자 박영수의 소개로 윤석열을 통해 이 사건을 덮었던 조우형도 “천화동인 1호는 정진상, 김용, 유동규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작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되어야 할 조우형은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하던 시절처럼 이번에도 검사 엄희준에게 커피를 얻어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서 원하는 진술을 해준 것은 분명하다. 정진상 구속영장에 그렇게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에게 갈 돈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혐의로 김용과 정진상을 구속하는 데 성공한 검찰은 드디어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이재명에게 향하는 칼날을 정조준하는 단계까지 갔다. 서초동 법조계에서는 11월이 가기 전에 “검찰이 이재명에게 구속영장을 칠 것이다”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거기에 동조하듯 민주당 내 이른바 수박계열의 의원들이라 분류되는 박용진, 조응천, 설훈, 김종민 등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고 이낙연의 조기 귀국설 심지어 내년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이재명 대표는 내우외환에 위기에 빠진 셈이다.

한동훈과 그 수하가 착각하는 것그런데 한동훈과 그가 임명한 대장동 수사팀인 고형곤, 강백신, 엄희준 등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급하게 작성한 무리한 시나리오는 반드시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오류가 생긴 드라마를 우리는 막장 드라마라고 한다. 문학적 수사 검사 엄희준의 시나리오에는 결정적 오류가 있다.

첫째 유동규가 약속받은 천하동인 1호 절반의 수익금은 알고 보니 “이재명에게 갈 돈이다”는 것은 유동규와 남욱의 진술만 있지, 그 어떤 증거도 없다. 둘째 유동규, 남욱의 진술과 정반대되는 진술을 김만배가 법정에서 연일 쏟아내고 있다. 셋째 증거가 없이 전언만 있는 남욱, 유동규와 달리 김만배는 “만배 형, 유동규가 돈 달래. 이재명이 알면 절대로 안 된다고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달래. 이재명은 절대로 모르게 해달래”라는 결정적 증거에 해당하는 녹취를 재판에서 공개한 것이다.

유동규가 천화동인 1호의 차명 소유자이자 “3억5천2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라고 뇌물 및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구속을 한 것은 검찰이고 관련해서 지금까지 무려 60번이나 재판을 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천화동인 1호의 차명주인은 유동규가 아니라 이재명입니다. 유동규가 받았다는 뇌물도 알고 보니 2천만에 불과하다”라고 검사가 재판 중에 말을 바꾸는 황당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유동규의 변호사는 “검사의 말에 동의하고 아울러 공소장의 변경을 요청한다”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유동규의 재판은 그야말로 막장이 되어버렸다. 판사로서는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 분노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을까?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판사라면 말이다. 남욱은 갑자기 천화동인 1호의 차명주인 이재명이라고 말을 바꿨는데 그 결과 1년 넘게 끌어온 남욱의 뇌물공여에 따른 재판에서 검찰 측 구형이 1년이라는 대단히 미비한 형량을 제시함으로써 검찰과 남욱 그리고 검찰과 유동규의 부당거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김만배는 왜 유동규 남욱과 다른 진술 할까?

그렇다면 왜 김만배는 유동규, 남욱과 정반대의 진술을 했을까? “천하동인 1호는 내 것이다”라는 김만배의 진술은 14개월 전 검찰 조사를 받던 때부터 현재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엄희준의 시나리오대로 “천하동인 1호의 수익금 절반이 이재명 것이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자기 재산은 범죄 수익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빼앗기는 것이다.

또한 검찰은 유동규, 남욱과 달리 김만배를 별건 수사로 겁박을 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김만배는 박영수와 윤석열을 통해 조우형의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를 덮어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대가인지 장담할 수 없지만, 박영수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아파트도 받았고 박영수의 인척 이기성도 100억이 넘는 수주를 김만배로부터 받았다. 또한 김만배는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 곽상도 아들을 고용했고 50억의 퇴직금을 주기도 했다. 김만배의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 남욱의 조서에서도 “김만배 뒷돈을 받은 윤석열 아래 검사들이 많다”라는 내용도 있었으니 엄희준 수사팀에서는 김만배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가 매우 난감한 상황인 것은 맞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 이재명을 구속하기 위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고 이미 구속된 김용, 정진상도 계속 구속을 해야 할 명분이 사실상 없다. 반면 검찰이 다시 꺼내든 대장동 카드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출 비리와 그것을 무마시키는데 당시 윤석열 검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대장동의 진실이 이제 검찰이 아니라 특검을 통해 밝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