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칼럼] 제도권밖으로 밀려난 새 '뉴공' 그리고 방통위 과장 구속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방송개시 4일 만에 동시접속자 21만을 돌파했다. TBS 방송 당시보다 얼추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게다가 이 정면 세계최고기록(2020년 12월 8일 멕시코 수학 강사 ‘교수 홀리오’ 21만3586명) 경신은 시간문제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는 김어준 총수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더해 국민의힘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적 총의의 결과이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또 민주시민의 열의가 없었다면 우리는 권력형 언론탄압에 항상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곱씹어 생각할 부분이 있다. ‘너희가 프로그램을 없앴지만 우리는 나가서 따로 만들면 된다’라는 시민적 결기를 확인했지만, 적어도 제도권 밖으로 김 총수 방송을 밀어내는 자들의 빅픽처는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적어도 공론의 장에서 (구독자 수, 동시접속자 수, 조회 수와 무관하게) 김어준의 목소리가 거론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니까.

정치 커뮤니티 잇싸에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 (TBS) 뉴스공장과 달리 유튜브판 뉴스공장은 애써 찾아와서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이러다 확장성 제로 상태로 유튜브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가 올라온다.

그래서 김어준을 변방으로 내몬 그들은 애써 이렇게 자위할지 모르겠다. “겨우 20만? 아니 이재명 찍은 사람이 1600만인데 왜 1/80에 환호하지?” 결국 ‘새 뉴공 랠리’는 성공적 론칭에 의미를 두어야 하고 양적 성취를 뒷받침할 질적 성취, 즉, 방송의 영향력 확대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김어준 총수의 총기로 보나, 비판을 못 견디는 윤석열 정권의 ‘밴댕이’ 사고로 보나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방송 허가 및 재허가 주무관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장 한 명이 구속됐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고의로 낮게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발부한 것이다.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TV조선의 편파야 시장이 알고 시청자가 아는 바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 발표 결과 불신 매체 1위가 TV조선이었고, 소수점 단위에서 경쟁하는 매체는 ‘한솥밥’ 조선일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별개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20년간 집계한 5년간 제재 최다 매체 또한 TV조선이었다. 이 정도면 1주일에 1번꼴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성명이 있다.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지난 6월에 시작된 감사원의 감사 시작부터 현재까지 많은 감사와 감찰을 받아 왔습니다. 감사원의 감사는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혹독한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받지 않은 직원들도 예외 없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모두 위원장인 저의 거취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일 방통위를 대상으로 한 모든 감사, 감찰 등이 위원장의 중도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즉시 중단되어야 할 부당한 행위입니다.”

한상혁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방송 감독기구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한 게 없음에도 탄압받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편파 매체 숙정이야 기대도 안 했지만, 적어도 그는 보수편향 방송환경 속에서도 TBS 하나 지키지도 못하는 나약함과 안이함을 보였다.

TBS에서 김어준이 적출된 것에는 TBS가 독립재단이라지만 70% 운영비용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만약 상업 광고 방송을 허용했다면, 오세훈이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가 서울시장이 돼도 외풍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원 근거인 조례를 없애겠다고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이 몰아세우자 TBS는 백기를 들지 않았나. 한상혁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상업 광고 방송을 불허한 장본인이다. 

윤석열 정권의 임기가 보장된 방송통신위원장 축출 기도에 분노하지만,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동정심은 제로에 수렴된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의 시대는 끝났다. 독하고 강한 사람이 그들을 짓밟았으니. 삭풍에 홀로 섰다가 벼랑 끝으로 내동댕이쳐진 김어준에 대한 시민적 동정심이 ‘21만 동접자’ 기록을 만든 것은 아닐까? 다음 민주 정부는 착하고 똑똑하지 않고 독하고 강한 수장이어야 할 것이다. 한상혁 같은 사람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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