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 재롱잔치'로 전락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맥집기

지독한 변비에 걸렸을 때만큼이나 답답한 순간이 있다. 분명 종전에 수없이 접했던 모습인데 구체적으로 어디서 목격한 광경인지 정확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경우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집단린치’라고 부르며 개탄한 윤핵관 무리의 나경원 조리돌림 소식을 필자가 들었던 상황이 바로 그랬다. 나는 얼마 전 의도하지 않게 반삭으로 짧게 자른 머리카락을 어렵사리 잠시 부여잡고 기억을 더듬었다. 아니, 쥐어짰다. 그리고 고대 시칠리아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목욕하다가 돌연히 외쳤다는 저 유서 깊고 유명한 얘기를 마침내 혼잣말로 내뱉었다. “유레카!”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 윤석열계 정치인들이 합작해 나경원 전 의원에게 잔인하게 정치적 뭇매를 가하는 광경은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전설적 정치깡패 이정재 휘하 동대문파 행동대원들이 떼를 지어 당시 주먹싸움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협객 시라소니를 기습해 무차별적으로 마구 폭행하는 장면과 은근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집단 구타에 조리돌림당하는 나경원

자유당의 권력과 위세를 등에 업고 나날이 세를 불려 가던 동대문파 조직원들이 맨주먹에, 더군다나 홀로 술을 마시던 시라소니를 치사하게 무기까지 휘두르며 구타하는 살벌하고 섬뜩한 장면은 「야인시대」가 SBS 서울방송에서 전파를 탄 지 꽤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 인기 있는 인터넷 밈 콘텐츠가 되어 유튜브 공간의 알고리즘을 타고서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고 요란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전두환의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고 나중에 체육관에서 또다시 대통령 선거를 시행했듯이, 윤석열 일행이 이준석 전 대표를 폭력적으로 무도하게 축출하고 치러지는 국민의 힘 전당대회는 불공정과 몰상식으로 시종일관 점철되었다. 불공정으로 얼룩지고 몰상식으로 파행을 거듭하는 여당 전당대회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괴 격으로 버티고 있음은 물론이다.

민심의 폭넓은 지지와 신뢰를 받는 인물을 공정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민주적 경선 절차를 거쳐 당의 리더로 선출하는 일은 현대 정당정치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국민의힘은 2021년 6월, 민심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젊은 당수를 대표로 뽑음으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지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을 구축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당의 전면적 혁신과 과감한 체질 개선을 지향하는 젊은 당 대표를 선택하지 않고 민심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끼리끼리 대표자를 지금부터 1년 6개월 전에 당의 간판으로 세웠다면 윤석열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예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국민의힘에 아예 입당조차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게 인지상정인 연유에서이다.

윤석열은 민심이 낙점한 당 대표 체제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런 윤석열이 정작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출마 희망자들을 차례차례 숙청하고 있다. 후안무치해도 너무나 후안무치한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하겠다.

윤석열은 이준석을 명쾌하게 소명되지 않은 범죄 혐의를 구실로 쫓아냈다. 유승민을 상대로는 자신이 밀고 있는 김기현이 싸우지도 않고 부전승을 거두도록 대진표를 제멋대로 주물렀다. 필자가 본 칼럼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나경원으로부터는 아예 출전 자격을 박탈하려 시도하고 있다. 다음 표적이 될 게 뻔한 안철수 의원은 특유의 눈치작전과 간보기 전략으로 용산 대통령실의 화염과 분노에서 벗어나길 꾀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얄팍한 처세술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사를 여당 당 대표로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윤 대통령이 민심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하고 정책을 펴면 된다. 윤석열과 그의 핵심 측근들을 가리키는 윤핵관들이 지원하고 응원하는 김기현 의원이 정상적 방식으로 당 대표 경선을 진행하면 왜 유승민에게는 참패하고, 나경원에게는 대패하며, 안철수에게는 완패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부터가 평균적 민심의 여망과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동들을 고집해온 탓이다.

일례로 윤석열은 수많은 꽃다운 젊은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10·29 핼러윈 참사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않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책임을 추궁하기는커녕 되레 재신임을 표명하는 오만과 독주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힘의 당내 분란과 현안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당무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태연스레 시늉하며 국민을 기만·능멸하고 있기도 하다.

강신업 김세의 신혜식 전광훈, 극우 4대 천왕

민심의 지지와 신뢰의 대용품으로 윤석열과 그 심복들이 애용해 온 게 있다. 태극기 부대의 조직적 동원력과 극우 유튜버들의 선전선동술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 검사 시절 윤석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죄목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총선 공천에 관여한 사태를 꼽았다. 윤석열의 당무 개입과 비교하면 박근혜의 공천 관여는 거의 애교 반, 장난 반 수준이다. 윤 대통령이 자기는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거칠게 손사래를 치는 까닭일 터이다.

그나마 박근혜는 당내 반대파 제압에 직접 실명으로 나서는 투명성과 당당함이라도 있었다. 윤석열은 뭐가 그리 켕기는 구석이 많은지 현직 대통령이 현직 여당 대표와 텔레그램 비밀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는 해괴하고 엽기적인 진풍경을 연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정적들의 정치생명을 끊어놓는 과업을 극우 유튜버들에게 외주, 즉 아웃소싱을 주는 양상이다.

단적 사례가 이준석 전 대표의 소위 성 상납 의혹을 가로세로연구소를 위시한 극우 유튜브 방송 채널들이 앞장서서 제기하고 부풀린 점이다. 극우 유튜버와 제도권 정치인의 중간지점에서 경계인처럼 서 있는 강신업 변호사는 이준석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풍문들을 법률적으로 정식 사건화시키는 작업의 총대를 멨다. 강신업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오른팔을 공공연히 자임하고 있고, 김 여사는 강신업의 호가호위 행각에 별다른 제동을 건 적이 없다.

극우 유튜버들이 동을 트면, 이들이 일방적으로 발신한 가짜뉴스들은 태극기 부대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같은 매개 수단을 이용해 열심히 퍼 나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올랐다며 용산 대통령실은 잔뜩 고무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상은 태극기 부대의 주력인 영남, 보수층, 노인들이 윤 대통령 주변으로 결집했을 따름이다. 내년 22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거주민, 중도층 유권자, 2030 청년세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두구육 태도와 국민의힘의 보수 우경화 행보로 말미암아 현 정권을 향해 더욱더 싸늘하고 냉소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받는 게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주는 것도 있어야만 하는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적들을 차례로 제거하는 악역 노릇을 외주로 수행한 극우 유튜버들은 이제 용산 대통령실에 그 대가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대가는 다른 게 아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 입성시켜 달라는 거다. 강신업과 김세의에 더해 심지어 신혜식마저 국민의 힘 지도부 진입을 목표로 당 대표 또 는 최고위원직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만에 하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까지 국민의힘 당권 사냥 행렬에 막차로 가세한다면 그야말로 판타스틱 4의 완성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민심이 철저히 배제되고, 멀쩡한 당 대표감들이 사전에 모조리 거세 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용산 대통령실 후원 아래 윤핵관들이 주관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한바탕 재롱잔치로 귀착될 개연성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이준석이 우려했던 대로 당이 ‘틀튜브’ 놀이터로 완벽하게 타락하는 구도다. 정치 경력 20년의 판사 출신 4선 중진 정치인이 대통령이 부리는 돌격대원들에게 백주에 집단린치를 당하는 파시스트적 조직폭력배 정당에 뭘 더 기대하겠는가?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직폭력배들과 연관돼 있다고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이재명이 조폭과 실제로 긴밀하게 유착돼 있는지는 가까이는 법원에서, 길게는 역사에서 그 진위가 명징하게 가려질 것이다.

대신에 한 가지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듯싶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친위세력이 단지 손에 연장만 들지 않았을 뿐, 의식과 행태에 서 조폭스럽기 짝이 없음이 윤핵관들의 이번 나경원 집단린치 사건으로 여실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시대의 한국이 도둑이 도둑을 잡겠다고 설치는 나라였다면, 윤석열 정권 시기의 대한민국은 조폭 이 조폭을 일망타진하겠다고 부산 떠는 국가가 되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