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과 강남 중심, 대통령실 바로 비판 못하는 한계 봉착할 것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끌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다가왔다.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치면 이제 피날레만 남긴 셈이다.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이 연장방송을 없애며 3월 8일을 인생 최고의 날로 만들지, 아니면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 분당구 갑), 천하람 당원협의회장(전남 순천시 갑), 황교안 전(前) 미래통합당 대표 중 한 명과 벌이는 진짜 마지막 회가 이어질지가 종영 전 마지막 변수다.

하지만 결과가 어떤 쪽으로 결정 난다고 해도 내년 4월 총선거까지 이번에 당선된 대표가 지도력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 후보 각자의 역량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인 두 가지 상황적 한계 때문이다.

하나는 4.15 총선이 만든 국민의힘 현역 영남, 강남 쏠림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상 대표 역할을 하고 싶은 용산 대통령실의 의지다. 이 두 가지 한계를 감추고 겉으로는 전국 정당화와 상향식 시스템 공천을 외치려니 자꾸 스텝이 꼬인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전형적 사례다. 커다란 한계 속에 출발한 새 대표 체제가 수많은 욕망이 어우러질 총선 정국을 안정적으로 헤쳐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바탕 난리 후 3개월 빨리 시작

원래 이 드라마의 방영 시점은 석 달 후 6월이었다. 지난 2021년 6월 열린 2차 전당대회에서 2년 임기로 당선된 이준석 전 대표가 예정대로 임기를 마쳤다면 딱 2년 후인 올해 6월 초 마지막 회가 펼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세력을 넓혀가면서. 이준석 전 대표는 임기 중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자신의 기준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당원권도 정지되는 운명에 처했다. 2021년 12월 20일 있었던 이른바 ‘이준석-조수진 충돌’에서 조수진 전 최고위원이 했던 “나는 윤석열 후보의 말만 듣는다”라는 말은 이준석 체제가 무너지는 신호탄이었다. 이 계획의 뒤에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당내 親윤석열 대통령 세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을 뿐...

이준석을 제거하기 위한 가처분과 비대위 돌려막기 난장판이 이어진 후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거쳐 원내대표에 자리 잡았고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 비대위원장이 됐다. 이준석 축출 작업은 이렇게 마무리됐으며, 다음 당 대표 선출은 3월 8일로 정해졌다. 그렇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용산이 만든 선거다.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대통령의 그림자

그런 이유에서 2월 초 후보 등록 전에는, 용산의 뜻이 누구에게 있는가로 논의가 집중됐다. ‘윤심 서바이벌’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뼈대 있는 윤핵관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김·장(金長)연대를 구성한 김기현·장제원 의원도 용산의 의중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열심히 알렸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대표를 지낸 강신업 변호사도 유튜브 채널에서 사자후를 토하며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권성동 의원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강신업 변호사가 다양한 이유로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으며, 그렇다 보니 답이 정해진 선거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특히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주저앉히는 과정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려는 용산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이번 선거 성격이 “이준석 축출 후 튼튼한 대통령 친정체제 구축”이었기 때문에 대통령 혹은 윤핵관에 대한 견제 목소리는 선거 초반엔 아예 등장할 수 없었다.

천하람 등장, 하지만 용산 정조준은 실패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빠진 공간은 천하람 당협위원장이 채웠다. 타이밍은 좋았다. 김기현 승리, 안철수 면피용 2위 구도로, 역사상 가장 재미없는 대표선거가 될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전라남도 순천 당협위원장이라는 상징성은 ‘전국 정당화’의 명분과도 맞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천하람 후보는 아직 할 필요 없었을 선거를 만든 윤석열 대통령을 바로 비판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윤핵관만 때리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윤핵관을 심판하는 선거라면서 총선에서 尹공천을 수용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강남 출마를 추천한 것이다.

신임 대표, 총선 앞두고 분위기 쇄신 희생양 될 것

‘국민의힘’에서 영남과 강남은 어떤 일을 일어나더라도 뺏기지 않는 영원한 내 땅이다. 2004년 총선 당시 탄핵 후폭풍 속에서도 121석을 확보하게 해 준 곳인 동시에,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개헌 저지선을 지키게 해 준 고마운 곳이다.

용산 대통령실도, 또 어떻게든 대통령실의 눈 밖에 나지 않겠다며 몸을 낮추는 현역의원 모두 다른 지역에는 관심이 많지 않다. 2004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을 주도했던 당이, 아예 판 자체를 장악하려 하는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라는 이야기인데 2023년의 이러한 내로남불 자세가 먹힐 리 만무하다.

하향식 공천에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외치는 ‘상향식 공천’ 메시지에도 울림이 있을 리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영남과 강남 지역 공천을 둘러싼 갈등만 이어지는 국민의힘의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3월 8일 또는 12일 누가 대표로 당선되든 속죄양은 신임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

누가 국민의힘의 신임 대표가 되더라도 이번에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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