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한문덕 목사 (생명사랑교회)
찬양인도 : 유기농수도사
'비전', '죽임 당하신 어린양'
건반 : 백미
진행 : 이경은

일곱 인으로 봉인된 두루마리

요한계시록 5장이다. 보좌에 앉아 계신 분은 권능을 상징하는 오른손에 두루마리를 가지고 계신다. (1절), 그 두루마리는 안팎으로 글이 적혀 있고, 일곱 인을 찍어 봉하여졌다. 안팎으로 같은 글을 적음으로 거짓말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함이며, 두루마리를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인을 일곱 개나 찍으므로 완전한 봉인을 상징한다.

이제 힘센 천사가, “이 봉인을 떼고 두루마리를 펴기에 합당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외치며 하늘과 땅, 그리고 땅 안까지 찾았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두루마리 안에는 박해 상황을 풀 비밀의 열쇠가 있을 것처럼 보였기에 이것을 열지 못할까 봐 저자는 울며 괴로워한다.

그때, 장로 중 하나가 요한에게 말하기를, “울지 마십시오. 유다 지파에서 난 사자 곧 다윗의 뿌리가 승리하였으니 그가 이 일곱 봉인을 떼고 이 두루마리를 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다윗의 뿌리는 메시아를 상징하는데(사11:10 참고), 그가 봉인된 두루마리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야곱은 열두 아들에게 축복하며 유다에게는 사자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유다에서 모든 만민을 다스릴 권력자가 나온다는 의미였다. (창49:8-10 참고) 이는 또한 유다 지파인 다윗의 전쟁 용사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한다. 다윗의 뿌리로부터 나온 이가 로마 제국을 물리치려면, 최소한 사자 이미지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자 vs 어린 양

그런데 6절은 상충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앞에는 분명히 두루마리를 펼 사람이 유다 지파에서 난 사자, 곧 다윗의 뿌리로서 승리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두루마리는 어린양이 받는다. 심지어 그 어린양은 죽임을 당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것이 요한계시록의 위대함이고, 기독교의 위대함이다.

‘죽임을 당한 것 같다’라고 표현된 말은 헬라어로는 ‘에스파그 메논’인데, 동사 ‘스파조’(도살시키다)의 완료시제로 수동태 분사형이다. 즉 ‘과거에 도살당한 흔적을 가진’이라는 의미이다. ‘도살당하다’ 수동태이고, 이미 완료이므로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력하게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상징한다. 아무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래서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양은 사자와는 상반되는 이미지이며, 이 이미지를 메시아 예수에 비유한다. 즉 이 어린양이 지금 다윗의 뿌리에서 난 사자라는 것이다.

당시 모든 민족적 우상이 되는 사람인 다윗, 그래서 다윗의 여러 이미지 중 사자를 사용하면서 유다 지파에서 난 용맹한 자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을 구원할 사자 같은 사람이 바로 죽임당한 어린양이라고 말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친 그 어린양이 곧 사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어린양은 뿔 일곱이 있다. 힘을 상징하는 뿔, 완전 수 일곱 즉 일곱 뿔은 완전한 힘을 의미한다. 또한 어린양은 일곱 눈을 가졌는데, 이 역시 하나님께서 완전한 자로 세계의 박해 상황을 완전하게 확인하며, 자신을 희생하여 엄청난 힘으로 세상을 구원함을 의미한다.

새 노래 속에 담긴 의미

이 어린양이 두루마리를 받아서 들었을 때, 네 생물과 스물네 장로가 거문고와 향이 가득 담긴 금 대접을 가지고 어린양 앞에 엎드렸다. 향은 성도들의 기도이다. 이제 진짜 구원자가 나타났으므로, 모든 성도가 구원을 희망하는 기도를 담아 향으로 올린다. (‘기도와 향’의 메타포는 계8:3-5; 시141:1-2 참고)

그리고 네 생물과 스물네 장로가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하나님께서는 두루마리를 받으시고 봉인을 떼실 자격이 있습니다. 주님은 죽임을 당하시고, 여기 어린 주님의 피로 모든 종족과 언어와 백성과 민족 가운데서 사람들을 사서, 하나님께 드리셨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을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가 되게 하시고, 제사장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다스릴 것입니다.” 땅에서도 로마 황제를 위한 찬가들이 많지만, 여기에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마땅히 하늘에서도 새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시98:1 참고)

그렇다면, 인봉을 땔 자격 조건은 무엇인가? 새 노래에서 세 가지 자격 조건을 말한다. 첫 번째, 로마 제국이 얼마나 악랄한지를 몸소 겪으신 주님은 죽임까지 당해 봤기 때문에, 봉인을 뗄 자격이 있다.

두 번째, 주님은 속죄의 피로 모든 나라 사람들을 사서(속전제: 노예 살 때 돈 지급) 하나님께 드렸다. 그들은 모두 로마 제국 황제의 소유였지만, 예수님은 십자가의 피로 대신 값을 치르고 그들을 사서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

마지막으로 주님께서 값 주고 사신 그들을 하나님 앞에서 나라가 되게 하셨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 당시 ‘나라’를 의미하는 ‘바실레이아’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로마 제국을 상징하는 것인데, ‘바실레이아 투 데우(하나님 나라)’라는 표현에는 대안공동체로서 그들이 로마를 뒤집어엎을 것이라는 저항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을 제사장으로 삼아 땅을 다스리게 할 것이므로 로마 제국은 이제 더 이상의 통치권이 없다는 것이다.

대안 공동체로서 교회의 역할

이렇게 죽임당한 어린양을 새 노래로 찬양한 후, 대안공동체로서 교회의 역할도 노래한다. 어린양이 먼저 죽임을 당하면서까지 피로 백성들을 사서 하나님 앞에 나라를 세웠는데, 그들이 바로 소아시아의 교회들이었다. 이 노래에는 죽임당한 어린양이 우리의 메시아이니, 이제 그들도 새롭게 세워진 하나님 나라로서 로마 제국에 대항해서 싸우겠다는 저항 의지가 담겨 있다. 사자 같은 메시아를 기대했지만, 이들이 새롭게 등장시킨 메시아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죽임당한 어린양이었기 때문에, 이들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끝까지 로마에 저항하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계12:7-12 참고)

이제 저자의 눈에는 천사가 보이는데 그 수가 수천, 수만이다. 천사들의 노래는 점점 소리가 커진다. 처음에는 네 생물과 스물네 장로로 시작하여, 천사들이 합류하고, 곧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바다에 있는 모든 만물이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렇게 온 피조물이 하나님을 찬양하며 어린양이 등장하는 것으로 5장이 끝난다.

정리/천광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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