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논란 일자 지식인·언론 일제히 시민 훈계, 그 자격을 묻는다

“개딸(개혁의 딸)과 헤어져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한 말이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쓴 글인데 많은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박용진 의원은 ‘어떤 발언’을 하면 기성 언론이 ‘받아 쓸’ 것인지 잘 아는 정치인이다. 특히 ‘단일대오가 좋다면 개딸은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박 의원의 발언은 ‘언론 노출도’ 면에서 적절한 유효타였다. ‘이재명 강성 지지층’과 결별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성 언론이 주목해 온 이슈였다. 문제는 그것의 실체다. 이른바 ‘강성 지지층’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들의 요구와 행위는 언론에 의해 필요 이상으로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의 모습인 양 왜곡됐고, 당원으로서 요구는 화합을 방해하는 내부 총질로 규정됐다.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대응은 언론이 짜놓은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게으르다. 고민정 의원처럼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하지 않는다. 고 의원은 사실 확인을 해봤더니 일부 문자 욕설 중에는 이른바 개딸로 가장한 비당원들의 전화도 많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당원들과 정치 공작원들을 명확하게 발라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가 페이스북에서 지적했듯이 “생각, 방향이 다르다고 그 대상에게 욕설 문자를 보내는 건” 많은 사람이 반대한다. 문제는 “아무 데나 개딸 프레임 씌우며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행태다. 국회의원으로서 본인의 발언이나 의정활동, 언론 인터뷰 등에 대해 문제 제기하거나 비판하면 모두다 ‘강성 지지층’이자 ‘개딸’인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이중잣대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지지층을 겨냥해 “당내 의원을 향한 내부 총질에만 집중하는 행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라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지금까지 ‘내부 총질’에 가장 충실했던 건 본인들 아니었나.

물론 차이는 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른바 강성 지지층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매우 부드럽고 점잖은 태도를 보이지만, 내용은 매우 거칠다. 그리고 많은 언론이 이들의 발언과 주장을 인용 보도한다. 각종 TV·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도 출연 요청이 온다. 이들은 언론에 의해 ‘소신파 의원’으로 평가되고 ‘민주당 소수 개혁파’로 분류된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확인 과정도 없이 이렇게 그냥 ‘강력한 여론’이 된다.

반면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언론에 전혀 다르게 등장한다. 대략 이런 식이다. ‘팬덤 넘은 폭력…개딸, 미국 체류 이낙연까지 겨눴다’ (중앙일보 3월 3일) ‘비명계 쫓아다니며 욕설… ‘개파라치’된 개딸’ (조선일보 3월 10일) ‘개딸들 이젠 파파라치 됐나…‘비명계’ 쫓아다니며 욕설, 스토킹 테러’ (파이낸셜 뉴스 3월 10일). 기사 제목만 보면 이들은 누구의 표현처럼 훌리건이나 스토커와 비슷하게 묘사된다. 점잖으면서 소신파 대접을 받는 일부 의원과 달리 이들은 언론에 의해 비상식적인 막가파 당원 이미지가 씌워진다. 그리고 동네 양아치 수준의 폭력배와 동일선상에 놓이게 된다.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공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언론에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언론에 필요 이상으로 노출되는 일도 있다. 발언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말이다. 국민과 지지자들은 그 발언을 보고 평가하게 된다. 여기에 일부 당원과 지지자들이 항의 전화를 하거나 집회를 할 수도 있다. 무슨 얘기냐? 자신의 의정활동과 발언과 관련해 욕을 먹을 수도 있고, 강력한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때 정치인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어떤 것일까. 그냥 ‘개딸’로 치부하고 언론을 통해 ‘너 다른 당으로 꺼져’라고 하는 게 온당한 태도일까. 방송에 나가 인터뷰할 정도의 열정으로 이들과 직접 대면해서 소통하고 설득하는 게 기본 아닐까. 물론 그 과정에서 ‘비난의 강도가 도를 넘는다고 판단이 되면’ 자제를 요청할 수 있고,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 만약 폭력을 동반한다면 그땐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하는 것과 방향이 다르다고 그 대상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하지만 이른바 강성 지지층을 비난하는 민주당 의원 중에 이들과 제대로 소통을 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소통은 고사하고 고민정 의원처럼 사실확인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이 보이는 ‘언론 사랑’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과 소통을 해보는 게 어떨까.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핵심이 아니다. 일부 의원들과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갈등을 빚게 된 근원이 어디인가를 찾다 보면 결국 이재명 대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는 이재명 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주원인이라는 얘기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평가가 다를 수 있으니 일단 논외로 하자. 다만, 이것 하나는 반드시 지적해야겠다. 이른바 비명계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부담이 크니 총선 승리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거취를 결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검찰의 공소장이나 기소 내용의 허점과 무리한 수사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를 안 하고 있다.

언론에 도배가 되다시피 했던 이른바 ‘428억 약정 의혹’(화천 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를 이재명 대표 측에 넘기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기소도 못 했지만, 이들은 ‘이재명 대표 결단론’을 계속 주장한다. 이 대표의 배임 동기와 관련된 핵심적인 부분이 공백으로 남았음에도 검찰 수사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대장동 관련 공판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모른 척’이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는 건, 이런 행태들인데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이들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이들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혹은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식으로만 대응한다. 심지어 자제 요청만으로는 약하니 더 강하게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상대로 전쟁 선포라도 하라는 걸까.

사실 현재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사실인 양 보도하고 끊임없이 이를 확대 재생산해온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민주당 의원들이라면 이런 검찰 수사의 문제점 그리고 언론의 비상식적 보도 행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은 검찰과 언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외면한 채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지지자들과 ‘정면 대결’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발언은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사실인 양 보도하고 끊임없이 이를 확대 재생산해온 언론에 의해 다시 여론화된다.

필자는 정말 궁금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재명 대표가 ‘일부 강성 지지자들’과 헤어질 결심만 하면 그리고 검찰과 언론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로 당 지도부를 꾸리면 민주당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는 걸까.

기억하는지. 지난해 12월 28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 있게 한 발언. “돈 세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다 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증거가 참고 넘친다는 검찰이 아직 노웅래 의원에 대해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문제는 검찰과 법무부 장관의 이런 행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과 지식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해도 용인이 되고,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반면 일부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융단폭격을 받는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정말 궁금해서 묻는 말이다.

(* 이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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