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한문덕 목사 (생명사랑교회)
찬양인도 : 유기농수도사
'은혜로 날 보듬으시고', '나의 예배를 받으소서'
패널 : 오광석
진행 : 이경은

여인과 붉은 용
본문에는 주인공 둘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여인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여인이 낳은 아기를 삼키려는 붉은 용이다. 여자는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하늘로 올라간다(계12:1-6). 이는 로마 제국이 그리스 신화의 용을 무찌르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이 바로 용을 물리치고 이 시대에 정의와 평화를 일군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해 온 것에 대해, 요한계시록은 누가 진짜 신이고, 누가 나쁜 용인가를 질문하여 시작한다.

1절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난다. 이 ‘표징’은 헬라어로 ‘세메이온’인데, 요한복음서가 잘 사용하는 말이다. 공관복음서는 ‘기적(듀나미스)’ 곧 하나님의 능력이 펼쳐지는 것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임한 것을 이야기하는 반면에, 요한복음 계열의 문서들에서는 이를 단순한 기적이 아닌 하나님 또는 예수님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본문에 한 여자가 등장하는데, 해를 둘러 거치고, 달을 발밑에 밟고, 열두 별이 박힌 면류관을 머리에 쓰고 있다. 이 여자는 하나님의 백성, 즉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를 뜻한다 (창37장 요셉의 꿈 참고). 그런데 이 여자는 지금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구약성서에서는 아주 괴롭고 힘든 이야기를 해산의 진통과 관련해서 많이 말한다(사26:17; 미4:10 참고). 그러므로 이것은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공동체가 지금 엄청난 고통과 박해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붉은 용이 나타나는데, 머리가 7개, 뿔은 10개, 머리에 7개의 왕관을 쓰고 있다. 이는 통치의 상징으로 황제를 가리키는데, 머리와 뿔은 능력을 나타낸다. 숫자 7과 10은 완전수로써, 붉은 용의 능력도 역시 빈틈이 없이 무시무시함을 보여준다. 용이 꼬리로 하늘의 별 3분의 1을 땅으로 내던진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의인들을 땅으로 내던진다는 상징이다 (묵시문학에서는 의인이 하늘로 가서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표현함. 단12:3 참고).

이 용은 여자의 해산을 기다렸다가 삼키려 했지만 실패한다. 여자가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기는 장차 쇠지팡이로 만국을 다스릴 분이다(시2:9 왕의 대관식 시 참고). 이 용이 여인의 아이를 삼켜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는 이제 만국을 다스릴 메시아가 될 것이다. 그전까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이는 하나님의 보좌로 올라간다. 그리고 여자는 용을 피해 광야로 도망갔고, 마지막 종말은 시작된다. 여전히 1,260일이라는 어려운 시간이 남아 있지만, 하나님은 이 여자를 잘 보살피신다는 뜻이다. 이것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일들

그렇다면 이제 하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계12:7-12) 하늘에서 이 용은 쫓겨나고 미카엘이 이긴다. 이 용은 동료들을 헐뜯는(참수하는) 자이다. 흔히 성서에서 사탄으로 번역된 자의 역할은 기소하는 자(오늘날의 검사)이다. 용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던 자인데, 갈수록 나빠져서 악마가 되고, 급기야 하나님을 거역하는 자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하늘에서 쫓겨나게 되고(10절), 하늘에는 하나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하나님이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여기서 사용한 구원, 권능, 나라, 권세와 같은 단어는 로마 제국이 스스로를 높이며 쓰던 말인데, 요한계시록은 이것을 전부 하나님의 능력으로 쓴다. 하늘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어린양(예수님)이 흘린 피 때문이다. 예수님이 흘린 피를 증언한 사람들과, 그로 인해 죽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이 그 힘으로 악마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을 듣는 이 땅의 사람들도 어린양인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들도 죽기까지 말씀을 증언하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땅에서 펼쳐지는 일들

반면 하늘과는 달리 땅과 바다는 이제 카오스가 시작된다. 땅과 바다로 쫓겨난 붉은 용이 그 여자(이스라엘)를 죽이려고 끝까지 쫓아가지만, 여자는 죽지 않는다(계12:13-18). 독수리가 날개로 보호하듯이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보호하셨기 때문이다(신32:11-12; 출19:4 참고). 종말이 시작되어 3년 반 동안 엄청난 고난과 환란이 있겠지만, 다행히 1,260일, 42개월, 한때와 두 때와 반 때, 하나님이 계속 도와주실 것이라는 말이다.

용은 물러서지 않고 강물을 토해낸다. 그래서 땅은 홍수의 위기에 처하나 땅이 입을 벌려서 물을 흡수한다. 이에 용은 더욱 노해서 여자의 남아 있는 자손(초기 기독교 공동체), 곧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과 싸우려고 바닷가 모래 위에 서서, 자기 하수인인 두 마리의 짐승을 보낸다. 하늘에서 패배한 용은 땅에서도 불리하게 되자, 자기 하수인을 시켜 괴롭히는 것이다(계13:1-10).

붉은 용의 두 하수인

이 하수인은 바다에서 올라오는데, 이들이 로마 제국임을 알 수 있다. 로마 제국이 지중해권을 장악하면서 배를 타고 오면서 전 세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는 뿔 10개와 머리 7개, 그리고 뿔 하나하나에는 왕관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능력과 권세와 통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에 전부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것은 황제 숭배를 상징한다. 황제들이 자기가 새로운 신이라고 말하며, 신이 아닌 것들이 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다. 로마 제국의 권세와 힘은 표범과 비슷한데, 발은 곰의 발이고, 입은 사자의 입이다. 다니엘서에서 헬라 제국의 악한 왕조를 상징하는 세 가지 특징을 한꺼번에 묶어서 표현할 만큼, 로마 제국은 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소아시아 지역의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박해를 당했고, 인내와 믿음을 가지고 견디라고 권면하기 위해 요한계시록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용의 또 다른 하수인이 나타난다(계13:11-18). 이 짐승은 첫째 짐승의 대리자다. 그는 바다가 아닌 땅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소아시아 땅에서 로마 제국을 위해 신상을 세우고 그 앞에 절하며 부를 착취하는 이들로서, 그들을 상징하는 숫자가 바로 666이다. 666이라는 그들만의 조합에 들지 못하면 상거래를 금지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 시절, 그에게 잘 보이려던 소아시아의 총독들과 원로원들이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면서 그들을 상거래에서 배제하고, 황제를 숭배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감옥에 넣었던 비참한 상황을 표현한다. (솔로몬의 666달란트 세금 착취 참고).

요한계시록은 이렇듯 하늘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결국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지만, 여전히 참혹한 땅의 현실 가운데 사는 사람들에게 저항의 힘을 심어주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견디면 결국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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